[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우리가 EPL을 볼 수 있는 부분은 TV 위성 중계에 잡힌 모습이 전부다. 두 시즌동안 모 일간지 EPL 현지 통신원 역할을 수행한 필자의 경험을 통해, TV에서는 볼 수 없는 EPL 뒷이야기를 매주 '서재원의 EPL通'에서 풀어내고자 한다.[편집자주]

손흥민(24, 토트넘 홋스퍼)가 또 다시 이적설에 휩싸였다. 독일 볼프스부르크발 소식이 독일과 잉글랜드를 넘어 국내까지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손흥민의 이적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포털 사이트에 연일 손흥민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3일 내내 거론되고 있는 손흥민의 이적설 때문이다. 그 발단의 시작은 독일이었다.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지역지 ‘볼프스부르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볼프스부르크는 바스 도스트가 이적하면, 손흥민의 영입을 시도할 것이다”며 손흥민의 이적설을 처음 보도했다.

이후 이 소식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볼프스부르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최초 보도가 나온 하루 뒤, 독일 ‘스포르트’와 ‘리가인사이더’가 이 소식을 인용해 보도했고, 보다 살을 덧붙였다. ‘스포르트’는 “손흥민이 분데스리가를 떠나 EPL로 이적한지 1년 만에 복귀할 수 있다. 볼프스부르크의 클라우스 알로프스 단장은 시즌 전부터 공격진을 강화할 것을 밝혔고, 손흥민은 그 후보 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이적료도 거론됐다. 독일의 ‘스카이스포츠’는 “볼프스부르크가 손흥민을 영입하기 위해 2,000만 유로(약 250억 원)을 제시할 예정이다”고 보도했고, 이어 영국의 ‘런던 이브닝 스탠다드’, ‘스카이스포츠’ 등도 손흥민의 이적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볼프스부르크의 공식 입장까지 나왔다. 볼프스부르크의 알로프스 단장은 24일 “우리가 찾고 있는 몇몇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손흥민도 포함돼 있고, 우리는 그에게 관심이 있다("Es ist richtig, dass wir mit Spielern, die wir interessant finden, mehrmals sprechen - dazu gehört auch Heung-Min SonWölfe haben Interesse an Son")”며 “손흥민이 레버쿠젠에 있던 시절부터 토트넘에 있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접촉하고 있다("Ob zu seiner Zeit bei Bayer Leverkusen oder jetzt bei Tottenham - wir waren mit ihm immer in Kontakt")”고 손흥민에 대한 관심을 밝혔다.

# 손흥민의 볼프스 이적설이 위기? 오히려 그 반대

손흥민의 볼프스부르크 이적설이 흘러나오자,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독일 현지 언론에서도 비슷한 견해로 접근했다. ‘스포르트’의 경우, 손흥민의 이적설을 인용보도하며 “손흥민은 지난 시즌 40경기 출전해 8골 5도움 밖에 기록하지 못했고, 이에 실망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또 다른 공격수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뜯어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손흥민이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다면, 볼프스부르크가 원하는 게 아니라, 토트넘이 그를 팔려한다는 보도가 먼저 나와야 하는데, 그 내용은 빠져있다. 결과적으로 이적설이 인용되고 인용되면서 설명이 덧붙여졌고, 과장돼 보도됐다고 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다.

사실, 지금까지 나온 이적설 중 팩트는 단 하나뿐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보도된, 볼프스부르크 알로프스 단장의 인터뷰 내용만이 가장 명확한 팩트고, 나머지는 추측성 또는 인용보도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볼프스부르크가 손흥민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이 사실이란 뜻인데, 이는 손흥민의 위기를 뜻하는 게 아니라, 그가 여전히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 400억→250억, 토트넘이 손해보는 장사를 할까?

독일 언론에서 제기된 손흥민의 이적료는 2,000만 유로, 한화로 약 250억 원이다. 지난해 토트넘이 손흥민을 영입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이 3,000만 유로(약 380억 원), 당시 환율로 약 400억 원인데, 숫자만 그대로 보면 손흥민의 이적료가 약 150억 원이나 하락했다.

그런데, 토트넘이 1년 만에 헐값(물론 250억이 헐값은 아니다)에 손흥민을 되팔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토트넘은 지난해 여름 손흥민과 5년 계약을 체결했고, 이에 대해 400억 원이란, 구단 역사상 3번째로 높은 금액을 투자했다. 즉, 400억 원이 손흥민의 현재가 아닌, 미래까지 포함한 금액이란 뜻이다. 그런 토트넘이 1년 만에 150억 원이나 손해를 보고 그를 되판다는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에릭 라멜라를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토트넘은 지난 2013년 3,000만 파운드(당시 약 516억 원),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를 투자해 라멜라를 영입했다. 그러나 라멜라는 첫 시즌(2013-14)에 컵대회 포함 17경기에 출전해 단 1골(리그 9경기 0골)만을 기록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고, 두 번째 시즌(2014-15)에도 46경기 출전해 5골(리그 33경기 2골)만을 넣었다. 지금의 손흥민보다 한참 못 미치는 기록이지만, 토트넘은 그를 기다려 줬다. 

# 이적의 현실적인 문제, 스폰서 계약

손흥민의 이적이 성사되지 않을 확률이 높은 이유는 스폰서 때문이다. 물론 스폰서가 손흥민의 발목을 잡을 수는 없지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없다.

토트넘은 지난달 19일 금호타이어와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2년으로, 2016-17시즌부터 2017-18시즌까지다. 당시 금호타이어의 이한섭 대표는 “손흥민의 존재가 스폰서십을 결정하는 이유로 작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토트넘도 바랐던 부분이었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영입할 때부터, 이에 대한 계획이 있었다. 1년 전 칼럼에서 밝혔듯이, 토트넘의 한 관계자가 필자에게 ‘한국 시장을 공략할 방법’에 대해 물어봤고, 손흥민을 통해 아시아 시장을 개척한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제 막 손흥민을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려는 토트넘이, 그를 바로 다른 팀으로 이적시키는 것엔 무리가 있다.

토트넘 측도 이번 이적설에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필자는 토트넘의 볼프스부르크행 이적설을 확인하기 위해, 현지에 있는 토트넘 사정에 능통한 관계자와 연락을 취했고, 그는 “신경쓰지 않는다”며 토트넘의 입장을 대신 전하기도 했다.

사진= 독일 '스포르트', 영국 '런던이브닝스탠다드', 토트넘 홋스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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