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창샤] 유지선 기자= 중국 원정길에 오른 슈틸리케호가 창샤에서의 첫째 날을 순조롭게 보내며 현지 적응을 마쳤다. 자칫 중국 내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일 중국 창샤에 짐을 풀고 허난 시민운동장에서 첫 훈련을 가졌다. 한국은 오는 23일 허롱 스타디움에서 중국을 상대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 경기를 치른다.

# 중국 내 고조된 반한 감정? 체감은 ‘미비’

대표팀 소집 전부터 중국 내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전해지면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중국 내 반한 감정이 고조될 대로 고조됐기 때문이다. 중국 측이 대한축구협회가 요청한 선수단 전세기 운항을 거절했고, 취재진의 비자 발급까지 차일피일 미루면서 반한 감정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경기 당일 선수들의 안전 문제도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창샤에 직접 도착해 하루를 지내본 결과, 중국 내 반한 감정은 피부에 크게 와 닿지 않았다. 텐진 시내에서는 찢어진 대형 태극기가 발견되는 등 심상치 않은 소식이 들려왔지만, 창샤 시내는 한국의 여느 거리와 다를 것이 없었다. 한국말로 대화를 나누며 시내를 돌아다녀도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 이는 없었다.

선수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독일 뮌헨에서 상해를 거쳐 창샤에 도착한 구자철은 “오히려 한국말로 먼저 인사를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다들 친절했다”며 걱정했던 분위기는 아니라고 답했다. 협회 관계자도 “중국축구협회에서 안전을 신신당부를 했는데, 걱정했던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만일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사태에 대비하는 차원”이라며 태연한 반응을 보였다.

물론 사고는 예고 없이 터지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이다. 그러나 직접 겪은 창샤 내 분위기는 분명 국내에 전해진 것과는 사뭇 달랐다. 조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단 이야기다.

# 보호 또는 통제, 이례적인 韓대표팀 보호령

만일에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중국은 이례적으로 한국 대표팀 ‘보호령’을 내렸다. 선수단이 묵는 캠핀스키 호텔에 보안요원이 대거 배치됐고, 선수들이 단체로 숙소 밖으로 나와야 하는 경우에는 정문 앞에 보안요원들이 대열을 맞춰 서서 주변을 살폈다. 훈련장으로 이동할 때도 경찰이 선수단 차량을 에스코트했으며, 대표팀의 훈련이 진행되는 허난 시민 운동장에도 중국 공안이 미리 배치돼 경호했다.

중국 공안이 대표팀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에스코트를 비롯해 훈련장에 경호 요원을 배치하는 일은 다른 곳에서도 으레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정도로 많은 공안이 배치된 건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중국 대표팀의 동선을 쉽게 파악할 수 없는 한국 대표팀의 상황과 대조적이다. 중국축구협회는 20일 중국 대표팀의 훈련 시간을 묻자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답변으로 일관하며 철통보안을 유지하기도 했다.

중국 측의 엄호로 인해 한국 취재진의 동선도 제한됐다. 20일 오후 4시 30분 허난 시민 운동장에서 진행된 대표팀의 훈련 장소에는 중국 취재진들이 골대 옆에 대거 자리를 선점했다. 취재 허용구역의 대다수를 미리 차지한 것이다. 결국 대표팀 취재를 위해 훈련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던 취재진은 뒷자리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빽빽하게 들어선 중국 취재진 사이에 한국 방송사 한곳만이 자리를 양보 받을 수 있었다.

양 팀 선수단에 나란히 ‘보호령’이 내려졌지만 분명 달랐던 목적, 중국 측의 엄격한 경호가 오히려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다.

# 회복 훈련으로 몸을 푼 슈틸리케호

그러나 선수단은 주변 분위기에 동요하지 않은 채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첫 훈련을 마쳤다. 선수들은 운동장을 두세 바퀴 뛰며 몸을 풀었고, 가벼운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회복 훈련을 진행했다. 이후에는 4명씩 조를 이뤄 패스를 주고받았고, 골대를 세워 미니게임도 진행했다. 뒤늦게 팀에 합류한 지동원과 구자철, 이정협, 허용준은 그라운드 한편에서 따로 스트레칭을 했다.

회복 훈련 위주로 1시간 반 가까이 공개 훈련이 진행되자, 중국 취재진들도 서서히 자리를 비우기 시작했다. 기대했던 전술 관련 정보를 얻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린 것이다. 가벼운 몸 풀기로 창샤에서의 첫날을 보낸 슈틸리케호, 한국은 21일 오후 진행되는 훈련을 초반 20분만 공개한 뒤 비공개 훈련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둘째 날에 접어든 한국은 중국전을 이틀 앞두고 본격적인 전술 다듬기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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