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변화를 예고했다. 아니, 이제는 변해야 산다. 중국 원정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궁지에 몰린 한국 축구 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변화를 다짐하며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약속했다. 과연 슈틸리케 감독은 ‘무전술’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3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중국 창샤에 위치한 허롱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 중국 원정 경기에서 0-1로 패배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승점 10점에 머물렀지만 같은 날 우즈베키스탄이 패배하면서 A조 2위 자리는 지켰다. 그러나 이번 패배는 순위를 넘어서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고, 어쩌면 이란 원정보다 더 충격적인 패배였다.
# 창샤 참사, 비난 여론을 넘어 사퇴 압력 받고 있는 슈틸리케
한 마디로 창샤 참사였다.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중국 원정을 준비하면서 2번의 원정이 고비라고 말했다. 하나는 이란 원정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번 중국 원정이었다. 실제로 두 경기는 매우 중요했는데 결과적으로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가장 무기력한 패배를 당하며 위기에 직면했다.
창샤 참사는 이미 예고됐었다. 수많은 언론들이 지적한 것처럼 변화가 없으면 급격하게 발전한 중국 축구에 패배할 수 있었고, 위기의식을 가져야 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모든 것을 안일하게 대응했다. 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이 없는 상황에서 확실한 대안을 찾아야 했지만 플랜B는 아주 무기력했다. 여기에 부상을 당한 곽태휘를 뽑는 등 선수 선발 논란까지 나와 불안함을 증폭시켰다.
그래도 변화는 없었다. 같은 전술과 같은 패턴을 내세운 슈틸리케호는 패배했다. 더 큰 문제는 이 다음이었다. 이번에도 기자회견이 문제였다. 지난이란 원정에서 ‘소리아 발언’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슈틸리케 감독이 이번에도 유체이탈 화법을 선보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상대가 3톱으로 나왔다. 거기에 대한 해법으로 포백이 아니라 어떤 전술로 나갔어야 할지 내가 묻고 싶다. 수비 전술이 나쁘지는 않았다. 센터백 2명이 잘 해줬고, 수비적으로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공격은 최상의 전력을 가동해 동점골을 위해 노력했지만, 잘 이뤄지지 않았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건 선수들에게만큼은 많은 비난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열심히 하지 않은 선수는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취채진의 비판에 날선 반응을 보였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강조했다. 아니 변명했다.
# 전술과 용병술에 대한 문제, 슈틸리케는 변할까?
이번 중국 원정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것은 역시 전술적인 문제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한결같이 4-2-3-1 포메이션을 사용하며 상대에 따른 변화를 가져가지 않았다. 이것이 아시아 최종예선 전에는 통해 ‘갓틸리케’라는 별명까지 부여 받았지만 한국과 대등한 상대 또는 이상의 상대를 만났을 때는 통하지 않았다.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단 가장 먼저 변해야하는 것은 똑같은 패턴의 축구다. 한 마디로 의미가 없는 점유율 축구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중국 원정에서도 60%가 넘는 볼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확실한 찬스를 만들지 못했고, 점유율 축구가 허상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여기에 똑같은 패턴의 축구는 상대에게 읽히기 쉽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이런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 결국에는 슈틸리케 감독이 변해야 한다. 이미 실패를 통해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면 변화를 줘야 한다. 특히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선수 선발과 기용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하고, 자신의 전술에 선수들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닌 선수들에 최적화된 전술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에 중국 기자들도 알아채린 용병술에도 변화를 가져갈 필요가 있다.
일단 슈틸리케 감독은 변화를 직접 언급하며 결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비난 여론에 직면한 슈틸리케 감독은 24일 오후 3시 40분 파주 트레이닝센터(NFC)에서 회복 훈련을 가졌고, 짤막한 인터뷰로 비난 여론을 잠재우는데 힘썼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술적 변화는 포메이션의 변화를 뜻할 수도 있지만 포메이션 보다 선수들이 어떻게 그 포메이션을 전술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변화는 이미 말씀드렸다. 원정에서 좋지 못한 경기력에 대해 분석해야 하고, 구체적인 전술 변화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아직 어제 경기에 기록은 보지 못했지만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 좀 더 효율적으로, 특히 공격에서 마무리까지 연결되는 부분을 잘 만들어야 할 것 같다”며 전술에 대한 비판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확실한 해답은 아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변화를 예고했지만 확실한 대답은 피했고, 오로지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즉답을 피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현재 2패를 당했고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다.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축구계에서 40여 년 동안 종사하면서 지도자의 길이 쉽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다. 거취문제에 신경 쓰기보다 러시아 월드컵에 가야하는 것에 최대한 전념하고 있다. 승리만큼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좋은 방법은 없다고 본다. 이기고 난 후 개선점을 찾겠다”며 일단은 시리아전 승리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일단 믿어봐야 한다. 분명 한국 축구는 위기다. 이미 기성용과 구자철도 위기 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만약 안방에서 열리는 시리아전에서도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한국 축구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시리아전은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은 적어도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만한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아주 급격한 변화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사진=윤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