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박주성 기자= “오! 생각보다 서늘한데요?”

축구기자로서 많은 경기장에 가봤지만 축구가 진행되는 경기장에 에어컨이 나온다는 말을 듣자 막연한 궁금증이 피어났다. “그렇게 큰 경기장에 에어컨이 가능할까?” 실제로 본 에어컨 경기장은 서늘한 기운과 함께 신선한 충격을 줬다. 때로는 쌀쌀한 느낌까지 있었다.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 카타르는 월드컵이 열리는 6월 평균 기온이 40도를 가볍게 뛰어 넘는다. 실제로 현지에서 경험한 카타르의 날씨는 온풍기를 틀어놓은 느낌을 받았다. ‘찜통더위’라는 표현이 정확히 맞는 표현이었다.

카타르가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에어컨 경기장’이었다. 비록 시기를 겨울로 바꿨으나 카타르월드컵 유치위원회가 가장 먼저 내세운 비책은 40-50도의 온도를 20도 중후반으로 낮출 수 있는 에어컨 경기장이었다.

지금은 해산된 슈틸리케호의 월드컵 예선 취재를 위해 카타르에 방문하게 됐다. 운 좋게도 한국과 카타르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이 열린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은 카타르 최초 에어컨 시스템이 완비된 경기장이었다.

경기 전부터 많은 언론과 팬들은 에어컨 시스템 가동에 관심을 가졌다. 실제로 카타르는 2012년 월드컵 예선전이었던 최강희 감독이 이끌던 한국과의 경기(4-1 한국 승)에서 훈련 때와 달리 에어컨을 꺼버리며 가동유무를 전술로 사용했다. 경기규정이 아닌 에어컨 가동은 홈팀의 마음이었다.

경기 3시간 전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 도착하자마자 필자는 에어컨 가동을 확인했다. 이 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알 사드 구단 관계자는 “에어컨을 가동했다. 정확한 온도는 확인할 수 없지만 경기가 끝날 때까지 에어컨은 계속해서 틀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장 안에 들어가자 에어컨을 틀었다는 느낌은 없었다. ‘어디서 에어컨이 나온다는 거지?’ 확인해 보니 좌석 밑 통풍구에서 바람이 나오고 있었다. 손을 갖다 대보니 차가운 바람이 나오고 있었다. 이 통풍구는 경기장 전체에 달려있었다. 경기장과 맞닿은 골대 뒤는 이보다 더 큰 구멍으로 찬바람이 쏟아지고 있었다.

바람은 생각보다 차갑고 강했다. 종이를 통풍구 앞에 놓아보니 심하게 움직였다. 카타르 언론 ‘도하 스타디움 플러스’의 모하메드 아민 울 이슬람 기자는 “이 경기장은 카타르 경기장 최고의 자랑거리다. 세계 최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경기장은 카타르 최초의 에어컨 경기장이다”라며 어깨를 높였다.

시간이 지나자 경기장은 어느새 차가운 기운으로 가득했다. 다행히 선수들이 우려했던 찜통더위는 전혀 없었다. 잔디상태도 K리그 경기장보다 좋았다. 그럼에도 슈틸리케호는 충격적인 2-3 패배를 기록하며 카타르에 무릎을 꿇었다. 주심의 종료휘슬이 울리자 왠지 모르게 경기장은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카타르는 중동 최초로 월드컵 유치에 성공했다. 태양열을 이용한 친환경 에어컨 시스템을 이용해 새로운 월드컵을 약속했다. 이 월드컵은 32개국 체재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예정이다. 생각보다 서늘했던 에어컨 시스템을 직접 경험하며 카타르 월드컵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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