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성남] 최한결 기자= 악재가 연이어 겹쳤다. 경기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선발 명단을 변경했고, 경기 중엔 결정적인 오심이 두 번이나 나왔다. '주포' 김동찬은 일찌감치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그럼에도 성남FC는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극장 무승부를 거뒀다. 삼재도 성남을 무너트릴 수는 없었다.

성남은 23일 오후 8시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26라운드에서 김두현의 환상적인 극장골에 힘입어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성남은 승점 1점을 추가했지만, 부천FC 1995에 다득점에서 밀려 5위가 됐다.

# 갑작스러운 선발 변경, '이태희 제외'

킥오프 직전 박경훈 감독의 계획이 틀어졌다. 경기 당일 성남은 갑자기 선발 명단을 바꿔야만 했다. 연맹과 구단 사이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

경기에 앞서 박경훈 감독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출전이 가능한 줄 알았던 이태희가, 경기 당일 다시 알고 보니 출전을 못하게 된 상황이었다. 박경훈 감독은 급하게 선발 명단을 변경했다며 하소연했다.

이태희는 지난 23라운드 서울 이랜드전에서 상대의 오른쪽 발을 밟는 반칙을 저질렀다. 당시 주심은 이태희에게 경고를 줬다. 하지만 11일 열린 상벌위원회 결과 이태희는 사후징계로 퇴장에 준하는 반칙, 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여기서 공문에 명시된 "이태희는 퇴장에 준하는 반칙으로 사후 징계 2경기 출전 정지를 받는다"는 표현을 두고 이견이 있었다. 성남은 이 문장을 두고 당연히 2경기 정지 이후, 이태희가 출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연맹은 경고 누적에 인한 출전 정지 1경기가 따로 있고, 여기에 사후 징계가 더해져 이태희가 3경기에 나갈 수 없다고 인식했다.

양 측 모두 억울한 상황. 박경훈 감독은 공문 그 어디에도 3경기에 나갈 수 없다는 말은 없다면서 "표현이 너무 애매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연맹은 "경고 누적은 누적이고, 사후 징계를 따로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성남 측이 규칙을 오해했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오해가 있었지만 규칙은 규칙이다. 성남은 이태희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해야 했다. 경기를 앞두고 팀 미팅까지 마친 이태희는 선발에서 빠졌다. 그리고 미드필더인 이성재가 오른쪽 수비수로 나섰다.

# 부상 병동 수비진, '주포' 김동찬은 교체 아웃

성남은 가뜩이나 수비진이 줄부상인 상황에서 이성재를 아래로 내리게 됐다. 성남은 수비 주축 오르슐리치를 비롯해 배승진, 문지환 등이 부상 중이다. 경기에 앞서 박경훈 감독도 "수비 안정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수비가 든든해야 공격 기회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부상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그나마 공격에 믿을맨이 한 명 있었다. 바로 김동찬이었다. 김동찬은 최근 7경기에서 5골을 몰아넣었고, 성남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박경훈 감독도 "김동찬은 골잡이다. 득점력에 있어 스페셜리스트"라고 말했고 상대 조진호 감독도 "김동찬은 공간을 찾는 능력이 뛰어나다. 잘 경계해야 한다"며 김동찬을 언급했다. 김동찬은 그야말로 성남 공격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김동찬은 45분만을 소화한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김동찬은 전반 11분에 상대 선수와 충돌로 한동안 일어나지 못 했다. 결국 전반전이 끝나자마자 이현일과 교체됐다. 성남은 수비에 이어 공격에도 핵심 선수를 뺄 수밖에 없었다. 경기 전에 이어 경기 중에 찾아온 악재였다.

경기 직후 박경훈 감독은 "김동찬의 무릎 인대가 좋지 않다.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란다. 다음 대전전에 나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김동찬의 부상을 언급했다.

# 결정적 오심, 날아간 두 번의 페널티킥

성남의 악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결정적인 오심이 성남을 덮쳤다. 시작은 전반 18분이었다. 성남의 공격 과정에서 볼이 이후권, 김동찬, 흘로홉스키를 거쳐 전개됐다. 부산 수비수가 볼을 따냈지만, 흘로홉스키가 열정적인 플레이로 볼을 다시 가져왔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서 안상현이 멋진 스루패스를 찔러줬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 위치하던 이창훈이 이를 재빨리 받아, 상대 수비수를 지나갔다. 이후 이창훈은 모라이스의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모라이스는 볼을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느린 화면으로 여러 번 돌려봐도, 이창훈이 모라이스를 제치고 나서야 태클이 들어왔다.

하지만 김종혁 주심은 이를 외면했다. 모라이스의 태클을 정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혹은 이창훈의 액션을 과하다고 본 것일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모라이스의 태클은 볼을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 여기까진 애매한 상황이라고 넘길 수도 있었다.

후반전엔 완벽한 오심이 나왔다. 후반 막판 추가시간, 양 팀의 1-1로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부산 진영 좌측에서 김두현이 볼을 잡고 움직였다. 김두현은 왼발로 크로스를 올렸고, 김문환의 육탄 방어에 막혔다. 문제는 볼이 김문환의 손에 맞았다는 것이다.

두 번, 세 번 돌려봐도 너무나 명백한 상황이었다. 김문환의 팔은 몸통에서 떨어져 있었고, 김두현의 크로스는 김문환의 팔을 맞고 라인 아웃이 됐다. 김두현은 손에 맞았다고 여러 번 호소했지만 페널티킥은 선언되지 않았다. 확실한 오심이다. 두 번의 페널티킥이 선언됐더라면, 결과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었다.

# '삼재' 덮친 성남, 그럼에도 얻어낸 승점 1점

최악의 조건을 모두 맞았다. 경기 시작 전, 갑작스럽게 선발을 변경했다. 게다가 주전 수비진이 줄부상 중인 상황이었다. 경기 중엔 '에이스' 김동찬이 부상으로 빠졌고 결정적인 오심이 두 차례나 나왔다.

성남은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했다. 후반 41분 부산에 선제골을 헌납했고, 패색이 짙었다. 이런 상황에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모두가 포기할 때쯤인, 후반 추가시간 김두현이 직접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터트렸다. 이후 역전 기회가 있었으나 주심의 명백한 오심에 외면당했을 뿐이다.

성남과 부산의 대결은 챌린지 일정 중, 그 어느 경기보다 큰 기대롤 모았던 경기다. 4위 성남과 2위 부산의 경기 결과에 따라 승격팀 경쟁 판도도 완전히 뒤집힐 수 있었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서 성남은 연이은 악재를 겪었다. 그러나 삼재도 성남을 패배로 몰아넣을 수는 없었다. 

경기 종료 직후 박경훈 감독은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이겼어야 따라갈 수 있었다"면서도 "습한 날씨와 어려운 조건 속에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노력했다. 힘들 때 투혼을 발휘해주고 있다"며 선수들을 위로했다. 그 어느 때보다 얻기 어려웠던 승점 1점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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