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신동훈 기자= 대한민국은 2002년을 감동과 환희의 해로 추억하지만 스페인에는 전혀 다른 기억으로 남은 듯 보인다.

2002년은 한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황금기였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휘 아래 똘똘 뭉친 태극 전사들은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월드컵에 나섰다. 폴란드, 미국, 포르투갈로 구성된 조별리그서 2승 1무의 성적을 거둬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16강 무대에 올랐다

상대는 이탈리아였다. 프란체스코 토티, 크리스티안 비에리, 파울로 말디니, 지안루이지 부폰 등이 버티는 초호화 군단을 상대로 한국 대표팀은 고전했다. 0-1로 끌려갔으나 후반 종료 직전 터진 설기현의 기적 같은 동점골로 승부는 연장으로 갔다. 연장전에서 이영표의 크로스를 안정환이 헤더로 마무리했다. 골든골로 경기는 종료돼 8강에 올랐다.

8강엔 스페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페인도 페르난도 모리엔테스, 라울 곤잘레스, 페르난도 이에로, 푸욜, 사비 에르난데스, 루이스 엔리케 등 스타 선수들이 즐비했다. 스페인은 시종일관 한국을 압박했으나 득점이 되지 않았다. 이운재의 선방과 육탄 수비로 버텨낸 한국은 승부차기까지 경기를 끌고 갔다. 호아킨의 실축으로 우위를 점한 한국은 홍명보가 득점에 성공하며 꿈의 4강에 진출했다.

당시 한국은 환희로 뒤덮였으나 스페인은 아니었다. 심판 판정에 불만을 쏟아냈고 19년이 지난 지금까지 당시의 일을 ‘매수 사건’이라고 칭하고 있다. 당시 스페인의 수장이었던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감독은 최근 스페인 유튜브 프로그램 ‘아이돌로스’에 출연해 당시의 기억을 회상했다.

카마초 감독은 “2002년 한국전 부심은 매수됐다고 생각한다. 파울 상황에도 휘슬을 불지 않았다. 내 축구 인생에서 그런 부심은 없었다. 경기 상황도 불합리했다. 한국전 전날 훈련을 갔는데 군인이 기다리고 있었고 각종 자격 증명을 요구하며 우리를 괴롭혔다. 잔디 상태도 요구대로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스페인과 한국의 대우도 완전히 달랐다. 연장전에 선수들과 모여 있었는데 부심이 작전 지시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의 히딩크 감독은 자유롭게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방해조차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스페인을 잡은 뒤 4강에서 독일을 만나 0-1로 패했다. 3, 4위전인 터키전에서 2-3으로 패해 최종 4위로 마무리했다. 이는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값진 성과였고 당시 활약했던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송종국, 이천수 등은 유럽 무대로 건너가 활약했다. 한국 입장에선 잊을 수 없는 기억이나 스페인은 여전히 치욕과 불합리의 역사로 남아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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