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신동훈 기자= 덴마크를 보면 ‘탈락했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덴마크는 이번 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에서 가장 극적인 모습을 보인 팀이다. 각종 악재를 극복하고 최고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첫 경기 핀란드전때부터 핵심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심정지 부상을 당해 빠지는 충격적 상황이 발생했다. 또한 조별리그 2경기에서 2패를 거두며 사실상 토너먼트 진출 실패까지 직면했다.

그러나 덴마크는 고육지책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카스퍼 휼만트 감독은 에릭센이 빠진 뒤 4-2-3-1 포메이션에서 3-4-3 포메이션으로 주 전술을 변경했다. 야닉 베스테르고르, 시몬 키예르,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으로 구축된 3백은 단단했고 에릭센이 빠진 공격도 날카로웠다. 신성 미켈 담스고르와 카스퍼 돌베르가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것이 결정적이었다.

변화한 덴마크는 조별리그 3차전 러시아전에서 4-1 대승을 올리며 극적으로 토너먼트에 합류했다. 16강에서 만난 웨일스를 4-0으로 대파했고 8강에선 다크호스 체코를 2-1로 제압했다. 유수프 포울센, 다니엘 바스가 부상을 당하는 상황 속에서 옌스 스트뤼거 라르센, 마르틴 브레이스웨이트 등 대체 선수들이 공백을 잘 메운 게 큰 힘이 됐다.

이를 통해 덴마크는 1992년 이후 29년 만에 준결승에 올랐다. 29년 전 유로 1992에서 덴마크는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바 있었다. 당시에도 덴마크는 기적의 팀으로 불리며 역사를 써내려 갔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 기억을 남기기 위해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상대는 본선 내내 1골도 실점하지 않은 우승후보 잉글랜드였다.

덴마크는 잉글랜드와 팽팽한 흐름을 유지했고 담스고르 프리킥 골에 힘입어 선제골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시몬 키예르 자책골로 인해 동점을 헌납했고 연장전에서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내줘 역전을 허용했다. 결국 덴마크는 1-2로 패하며 4강에서 대회를 마무리하게 됐다.

휼만트 감독과 덴마크 선수들 모두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실망스러운 결과”라는 문장을 언급했다. 그러나 덴마크가 대회 내내 보여준 투지와 헌신은 결코 실망스럽지 않았다. 29년 전처럼 기적적인 우승을 이루지는 못했으나 그들이 보여준 경기력은 그 때처럼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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