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전주] 오종헌 기자 =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알렉스 그랜트이 너스레를 떨었고, 김기동 감독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포항스틸러스는 20일 오후 7시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전에서 울산현대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혈투 끝에 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포항은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격돌한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포항은 후반 초반 선제 실점을 내줬다. 이후 끊임없이 울산의 골문을 노렸지만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 속에 쉽사리 득점을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 중반 원두재가 퇴장을 당하면서 분위기가 포항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결국 극적인 동점골이 나왔다. 후반 45분 프리킥 상황에서 그랜트의 헤더가 골대를 맞고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승부는 연장전을 넘어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그리고 울산의 첫 번째 키커 불투이스가 실축하며 최종 스코어 5-4로 포항이 승자가 됐다.

경기 종료 후 그랜트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도 감정이 북받쳐 있다. 승리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준결승에서 울산을 상대하면서 큰 경험을 했다.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고, 동점골을 넣을 수 있어서 영광이다. 상대 퇴장으로 인해 좀 더 수월하게 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어 "결승전에 진출하게 됐다. 이것은 축구 선수 인생에서 자주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동점골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그랜트는 "선수로서 이렇게 극적인 동점골을 넣어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정말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다. 무조건 벤치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골 넣기 직전에 크베시치의 패스를 받아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 이를 살리지 못했다. 그때 감독님께서 화났을 것 같아 걱정을 했었다"고 농담을 건넸다. 이에 김기동 감독은 웃으며 그랜트의 등을 '탁' 쳤다.

이로써 포항은 지난 2009년 ACL 우승을 차지한 뒤 12년 만에 결승에 진출하게 됐다. 포항과 알 힐랄의 결승전은 내달 24일 오전 0시(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다.

결승전을 앞둔 심정을 묻자 그랜트는 "개인적으로 어떤 감정이 느껴지는 것보다는 준비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알 힐랄에 대한 분석을 잘해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우리 구단, 선수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만들었다. 이제 결승전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절대 가벼운 마음으로 가지 않는다"고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먼 길 응원하러 온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랜트는 "정말 감사하다. 나는 장거리 운전을 좋아하지 않는다. 힘든 일인데 여기까지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또한 포항에서 응원해주신 팬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이제 주말에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다. 그때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지금까지 팬들이 보내준 응원은 아무리 감사함을 표해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제 그랜트와 포항은 인천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올 시즌 K리그1 정규 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현재 포항은 승점 42점으로 리그 7위에 올라있다. 파이널라운드A 진출 마지노선인 6위 수원삼성과 승점은 같지만 다득점에 밀린 상태. 또한 5위 제주유나이티드와도 승점 2점 차에 불과하다. TOP6를 위한 중요한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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