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기장] 신동훈 기자= 부담스러울 수 있는 기자회견장에서도 최용수 감독은 여유가 넘쳤다.

2022 K리그 동계 전지훈련 2차 미디어 캠프가 17일 부산 송정에 위치한 송정 호텔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후 1시 50분엔 강원FC 최용수 감독, 서민우, 이정협이 자리해 시즌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내놓았다.

지난 시즌 강원에 온 최용수 감독은 강등권에 위치한 팀들을 구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정규 리그엔 강등권 탈출에 실패해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지만 대전하나시티즌을 제압하고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이제 강원에서 감독으로서 풀시즌을 맞는 최용수 감독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직접 주관하고 다수의 기자가 참석한 기자회견이었다. 다소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기자회견이 시작됐는데 최용수 감독은 재치 넘치는 단어 선택과 답변으로 기자회견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유머러스함 속에서도 강원을 생각하는 마음과 뚜렷한 목표 의식이 담겨 있었다.

강원을 어떻게 바꿀 것이란 질문에 “무슨 마법사도 아니고 내가 팀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 순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축구라는 건 감독이 원하는 대로 구현되지 않는다. 그러나 계속 최적의 조합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면 답을 찾을 수 있다. 더 빠른 템포와 끈끈한 조직력을 가진 팀으로 만들려고 한다. 강원도민들께 재미를 주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치는 게 목표다”고 했다.

목표는 파이널A 진입이라고 밝혔다. 파이널A라고 했음에도 명확한 순위를 말해달라고 하자 “난 무속인이 아니다. 정확한 순위를 딱 말하긴 어렵다. 똘똘 뭉쳐서 한다면 세운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이고 그렇지 않고 방심한다면 지난 시즌 실수를 되풀이 7할 것이다. 지난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과 같은 승부를 계속 펼치고 모든 팀을 이긴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마법사, 무속인이라는 독특한 단어를 내세우며 기자들 질문에 답한 최 감독은 서민우, 이정협 답변 중에도 특유의 유머를 보였다. 서민우가 철학적인 단어와 문장을 보이자 “보기와 다르게 책을 많이 읽는다. 정말 독특한 캐릭터다. 말하는 걸 보면 교수님 강의를 듣는 듯하다”고 웃었다. 이후에도 서민우가 답변할 때마다 웃음 참기에 돌입하며 “독특하다”는 말을 계속 덧붙였다.

이정협에게는 부담 아닌 부담을 줬다. “현역 시절 이정협과 같이 스트라이커였던 감독님이 조언을 했냐”고 묻자 최용수 감독은 조용히 “말 잘해라”며 가벼운 압박을 줬다. 이정협은 “감독님이 따로 주문하시는 건 없다. 더 집중해서 골 결정력을 높이면 좋겠다는 말씀만 하셨다”고 답했다.

이어 최용수 감독에 대한 평가로 “처음엔 아우라가 있어 다가가기 어려웠으나 먼저 적극적으로 장난도 하시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셨다. 그래서 첫 인상보다 더 좋으시고 따뜻한 분이라 판단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최용수 감독은 “말 못하네”라며 핀잔을 줬다.

기자회견 막판 최용수 감독 건강 상태가 궁금하다는 질문이 나왔다. 최용수 감독은 “살이 찔 수가 없다. 하루에 만보는 걸으려고 하는데…이런 말을 하니 부끄럽다. 심한 스트레스가 있긴 하지만 감독의 숙명이다. 소통을 자주하려고 노력한다. 내 건강 걱정은 안 해줘도 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기자회견이 최용수 감독에 의해 많이 풀렸다. 여유 넘치고 재치 있는 발언으로 기자회견장 분위기를 푼 최용수 감독은 역시 축구계 대표 입담꾼다웠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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