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거제] 오종헌 기자 = 대전하나시티즌은 지난해 K리그1 승격 문 앞에서 좌절을 겪었다. 하지만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하는 이민성 감독은 다시 목표 달성을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이민성 감독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대전 지휘봉을 잡았다. 그 전까지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에 합류해 2018 아시안게임,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우승이 힘을 보탰다. 그러던 중 대전의 부름을 받게 됐고, 처음으로 감독직을 수행하게 됐다. 

대전은 모기업인 하나금융그룹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단연 K리그2 최고 수준이다.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이민성 감독은 조금씩 본인이 원하는 팀을 만들어갔다. 시즌 도중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최종 관문인 승강 플레이오프에 도달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승격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민성 감독은 좌절하지 않았고, 오히려 교훈을 얻었다. 그는 "작년은 여러 방법들을 두고 고민하면서 굉장히 바빴다. 이 선수에게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게 나을지 변화를 주는 시기였다. 내 고집만 세울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올 시즌 역시 승격이라는 확고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 이민성 감독은 "목표는 당연히 승격이다. 다시는 승강 플레이오프를 하고 싶지 않다(웃음). 최우선적인 목표는 다이렉트 승격이다. 물론 승강 플레이오프에 가더라도 자신은 있다. 두 번의 실수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하 이민성 감독 일문일답]

- 이번 동계 훈련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작년과 비교했을 때 선수단의 변화가 있었다. 조직력을 다지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지난 시즌 앞두고는 구단 공식 채널에 '어서 와. 지옥 훈련은 처음이지?'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올 정도로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진행했는데 이번엔 어떤가요?

휴가 전에 선수들에게 어느 정도 체력은 만들어서 들어오라고 말했다. 검사 결과 선수들의 체력이 적정 선은 유지가 됐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작년만큼의 체력 훈련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지금은 조직력을 키우고, 선수들 각자의 특성을 알아가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있다. 작년처럼 '지옥 훈련' 느낌은 없다. 작년에 비해 (훈련 강도는) 50%밖에 안 하는 것 같은데 새로 합류한 선수들은 정말 힘들다고 하더라(웃음).

- 감독이라는 역할로 임했던 첫 시즌을 돌아본다면?

어떤 식으로 팀을 갖춰 임하면 되겠다는 나만의 생각이 있었다. 이것들이 깨졌다. 예전부터 K리그2 경기를 보면서 녹록치 않은 무대라는 생각은 했다. 직접 경험을 해보니 각 팀들의 전력 차가 크지 않음을 느꼈다. 또한 대전이 다른 팀들의 경계대상 1호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을 못 했다. 이렇게 놓친 부분들이 몇 가지 있었다.

- 특히 상대 하기 어려웠던 팀이 있었나요?

모든 팀이 힘들다. 단지 우리가 해야 될 것들을 하지 못해서 진 경기가 많았다. 또 잘하다가도 하면 안되는 실수가 나와서 실점을 하고 패하기도 했다. 우리 팀에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믿음은 있었다. 그러나 전술, 전략적인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 지난 시즌 보완점으로 언급했던 체력과 조직력. 어느 정도 개선 됐나요?

체력적인 부분은 내가 생각하는 수준까지 올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를 하면서 우리가 해야 하는 퍼포먼스가 나올 정도의 체력은 됐다고 생각한다. 조직력은 아직 미흡하다. 올해는 이를 더욱 보완해야 할 것 같다. 또한 지난 시즌 38경기에서 49실점을 기록했다. 실점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 "승격, 그거 인생 걸고 합시다" 마사의 한국어 인터뷰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발언이었다. 또한 흐트러졌던 선수들을 뭉치게 한 말이었다. 고마웠다. '일본에서 온 선수지만 정작 나는 저 선수처럼 생각한 적이 있는가'라고 물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만들었다.

한국 선수들에게도 창피하게 생각해야 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을 모아놓고 '외국인 선수지만 이 팀을 위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게 대단하지 않느냐. 국적을 떠나 팀 구성원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잘 생각해서 다시 해보자'고 이야기했다. 

- 강원과의 승강 PO를 떠올려본다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경기 끝나고도 했던 말이지만 선수들은 충분히 잘해줬다. 다만 그런 큰 경기에서 전술이나 전략적인 부분을 더 고민했어야 됐던 것 같다. '기존과 다르게 변화를 주는 게 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이미 지난 경기고, 후회해봐야 소용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나 팀적으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대전 팬분들도 그렇고 구단에서도 저에게 1년이란 시간을 더 주셨다. 두 번 실수하면 그건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는 실수하지 않고 올해 승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 올 시즌 선수단 구성에 대한 현 상황과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수비에 중점을 두고 보강을 진행했다. 정말 저는 축복 받은 감독이다. 구단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고 요청한 선수들을 대부분 영입해주셨다. 이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선수 구성은 잘 되어 있다. 외국인 선수 보강만 완료되면 될 것 같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외국인 선수들을 통해 공격을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존 자원 중에서도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이들과의 조합을 고민하면서 결정할 부분이다. 팬분들이 걱정하고, 기다리고 계실 수도 있겠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기존 선수들을 다 물갈이하는 것이 아닌 그들과 좋은 조합을 꾸릴 수 있는 선수를 찾고 있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고 있다.

- 지도자의 시선에서 본 대표팀와 프로팀 차이는 무엇인가요?

대표팀에 있을 때는 프로팀이 더 좋아 보였고, 클럽팀에 있으니까 대표팀이 나은 부분이 있다. 자꾸 생각이 바뀐다(웃음). 대표팀에 있을 때는 프로팀이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기 때문에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프로팀은 스케줄이 빡빡하더라. 경기가 계속 이어지는 일정이 상당히 타이트하다고 느꼈다.

대표팀은 계속 훈련을 할 수 없고, 잠깐 소집하는 건뿐이다. 그러나 좋은 선수들을 원하는 대로 뽑아 조직력을 갖춰 경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프로팀이 더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매 경기 선수들과 함께 치열한 싸움을 하는 것이 재밌다.

- 김학범 감독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지금까지 감독으로 모시고 있는 분들께 영감을 받았다. 특히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선수들을 관리하는 방법들을 많이 배웠다. 여러 감독님들과 함께 하면서 많이 배웠지만 특정 감독님을 따라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프로팀 감독에게 중요한 능력은 훈련을 진행하고 전술, 전략을 짜는 것도 있지만 선수들과 소통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물론 훈련이 잘 진행됐고, 전술과 전력이 좋으면 분명 플러스 요인이다. 그러나 요즘 친구들을 MZ세대라고 부르던데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 선수들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 시대가 변하면서 선수들의 의사 전달이나 표현에도 차이가 있나요?

이번에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올라온 신인 선수들과 얘기를 해보면 확실히 기존 선수들과 다른 점이 있더라. '운동 많이 힘들지? 괜찮아?'라고 물어보면 ‘네, 많이 힘들어요'라고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말한다. 나이가 있는 선수들은 깜짝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당연히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내가 힘드냐고 물었으니 힘들다고 말할 수 있다. 나 역시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대표팀에 있으면서 이런 세대들을 경험했기 때문에 큰 변화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 감독으로서의 평소 중시하는 축구 철학은 무엇인가요? 

공수 밸런스를 갖추고 타이밍, 스피드를 중시하는 축구가 좋은 축구라고 생각한다. 작년은 여러 방법들을 고민하면서 굉장히 바빴던 시기였다. 이 선수에게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게 나을지 변화를 주는 시기였다. 내 고집만 세울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처음엔 체력적으로 완벽하고 우리가 계속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를 바랐다. 하지만 결국에는 선수들이 어떤 축구를 해야 잘 맞는지 파악하고 조치를 취하는 게 중요했다. 큰 틀은 있겠지만 그 안에서 계속해서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 비슷한 철학을 가진 해외 축구 감독이 있다면 누가 있을까요?

여러 감독들이 각자 장단점을 갖고 있다. 특별히 롤모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고 배운 것들, 그리고 우리 선수들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부분들을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1년 동안 느꼈다. '유럽 명문팀 스타일의 축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선수 구성에 맞고 이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캐치해서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 올 시즌 목표. 그리고 그 목표를 바라보는 감독님의 마음가짐은 어떤가요?

당연히 승격이다. 다시는 승강 플레이오프를 하고 싶지 않다(웃음). 최우선적인 목표는 다이렉트 승격이다. 물론 승강 플레이오프에 가더라도 자신은 있다. 두 번의 실수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내가 망가지는 건 상관없다. 대전하나시티즌이라는 팀과 모기업 하나금융그룹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크다. 작년에 승격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스스로를 축복 받은 감독이라고 했다. K리그2에서 최고 수준이며 K리그1을 포함해서도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의 좋은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사명감보다는 이 팀을 승격시켜서 좋은 지원을 받고 있는 팀들이 K리그1 무대에 더 생겼으면 좋겠고, 이를 통해 K리그가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 이를 꼭 이루고 싶다. 항상 대전이 잘 되면 K리그 판이 뒤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 대전 팬들에게 한 마디

7년이라는 시간(2015시즌 강등 이후)을 기다려주셨는데 지난 시즌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나고 팬들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라커룸에 들어가버렸다. 정말 죄송스러웠다. 그때를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내내 가슴에 담아놓고 팬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있겠지만 끝까지 선수들을 응원해주시면 내년에 K리그1 팀이 되어 팬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

사진=대전하나시티즌,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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