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목포] 박지원 기자= 태극마크는 선수로서 꿈이자 상징이다. 문선민도 그렇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리를 비웠지만 여전히 가슴 속에 열망이 존재했다.

문선민은 대기만성형 선수다. 고등학교 시절 유럽으로 입단 테스트를 다님에 따라 국내 대학, 프로팀과 연을 맺지 못했다. 그러다 나이키 아카데미를 통해 2012년 스웨덴 3부리그의 외스테르순드 FK에 입단하게 됐다.

변방 리그였기에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문선민은 외스테르순드에 이어 유르고덴스 IF에 둥지를 새롭게 폈다. 그러나 어려움을 겪었고, 2시즌 간 21경기 2골 1도움에 그쳤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계약을 해지하며 국내행을 도모했다.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인천유나이티드와 손을 잡으면서 K리그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했다. 2018시즌엔 37경기 14골 6도움으로 베스트11 공격수 부문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에 깜짝 발탁되기도 했다. 기세를 몰아 2018 러시아 월드컵 승선까지 이뤄냈다.

전북으로 와서는 날갯짓을 더욱 활짝 폈다. 2019시즌에 ‘10-10’을 수립했는데 이는 국내 선수로 8년 만이었다. 최고의 퍼포먼스로 도움왕과 베스트11에 선정됐다. 이는 잠시 끊겼던 대표팀과 연결된 계기가 됐고, 2019 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참가해 우승을 함께했다.

지난 몇 년간 문선민은 절정의 커리어를 맛봤다. 이후엔 상무에 입대했고, 지난해 여름이 돼서야 전북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제 인생 2막이 시작됐다. ‘인터풋볼’은 문선민을 만나 2022시즌을 대비하는 자세와 대표팀 관련 얘기를 나눠봤다. 킬링 포인트는 맨 마지막이다.

[이하 문선민과의 인터뷰 전문]

Q. 어느덧 팀 내에서 중고참이 됐다. 여유가 생겼을 것 같은데?

“여유가 조금 생긴 건 맞다. 그러나 여기서는 중고참이든 나이가 어린 선수든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여유가 있긴 하지만, 좀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Q. 상무에서 전역하고 작년에 합류했다. 팀이 위기일 때 왔다.

“팀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 전북답지 않게 연패도 해서 쉽지 않았다. 영입된 (송)민규와 전역한 내가 ‘최대한 도움을 많이 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보탬이 됐는지 치고 올라갔고, 우승에 도움을 줘서 좋았다. (본인의 우승 지분은 어느 정도?) 작년에는 1할이라고 생각한다.(웃음) 다른 선수들이 잘해줬다.”

Q. 홈 경기장에서 소개하는 멘트가 달라졌다. ‘전주성의 밝은 달’로 바뀌었는데 마음에 드나?

“마음에 든다. 팬들이 즐겁고, 좋아해주면 됐다.”

Q. 아내와 딸이 경기장을 많이 찾아왔다. 본인이 뛰는 것을 딸이 잘 알아보는가?

“이제 5살이 됐다. 경기장 위에서 보거나 TV로 볼 때 ‘아빠 넘어졌어. 다치지 말아요’라고 하더라. 짠했다. 축구라는 것이 계속 넘어지고, 부딪쳐야 하는데 계속 볼 딸에게 아빠로서 마음이 아팠다.”

Q. 올해는 전지훈련부터 해서 풀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2022시즌 역할은?

“더 많은 경기에 임해서 문선민다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문선민다운 모습이라면?) 흔히 칭하는 크랙 역할이나, 경기를 다이나믹하게 풀어가는 모습이다. 그런 플레이로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고 싶다.”

Q. 김상식 감독이 본인의 컨디션을 중요시하고 있다. 중요한 자원으로 분류됐는데, 임하는 각오는?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전지훈련에 열심히 임하고 있다. 팀에 보탬이 되도록 연구도 많이 하고 있다. 경기장에서 증명하겠다. (연구라면?) 내 자리에서 더 세밀하게 할 수 있도록 감독님이 잘 알려주신다. 다 말하기엔 전력 노출이라 안 된다.(웃음)”

Q. K리그에서는 우승 경험이 있다. 하지만 FA컵,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는 아직 없다. 욕심이 날 것 같은데, 목표는?

“전북이라는 팀은 항상 트레블을 목표로 한다. 3개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면 최고의 한 해가 될 것 같다. 트레블을 다짐하며 올해를 시작했기 때문에 K리그는 물론이고 FA컵, ACL 모두 들어보고 싶다. (개인적인 목표는?) ‘10-10’이다. 골도 넣고, 도움도 줄 수 있는 만능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

Q. 2022시즌 본인을 제외하고 전북의 핵심 선수를 꼽자면?

“(홍)정호 형. 작년에 MVP도 받았고, 수비에서 리드를 잘해줬다. 수비가 튼튼해야 공격수들도 마음 놓고 나갈 수 있다. 정호 형이 리더십을 발휘해서 팀을 잘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서 MVP를 받았기에 올해도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 (공격에서는?) 일류첸코. 처음에는 잘 했는데 후반기에 어려워하는 게 보이더라. 좋은 선수고, 잘 맞추면 더 활약할 것이라 기대한다.”

Q.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했다. 적응 꿀팁을 주자면?

“잘 어울리는 게 필요하다. (박)진섭이랑은 아직 말을 잘 못 해봤다. 그래도 진섭이가 잘 어울리려고 노력하는 게 보인다. 다만, (맹)성웅이가 어리다 보니 어려워하더라. 내 룸메이트라서 말도 많이 걸려고 하고, 선수들이랑 융화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Q. 울산 현대 외에 까다로운 팀이 있을까?

“올해 모든 팀들이 보강을 잘했다. 그중에서도 제주 유나이티드, 인천 유나이티드가 괜찮았다.”

Q. 울산의 전력 이탈이 존재했다. 상대 팀 선수로서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긍정적으로 보면 좋은 일이다. 한국 선수들이 독일 분데스리가로 진출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을 대표해서 가는 것이기에 경쟁 팀 선수였지만, 응원해주고 싶다.”

Q. K리그에서 뛰면서 상대로서 까다로운 선수가 있었다면?

“인천에 (김)동민이다. 상무도 비슷한 시기에 다녀온 죽마고우다. 그래서 날 잘 파악하고 있다. 인천 내에서 공수를 나눠서 하면 잘 막았다. 전북에 와서 인천이랑 경기할 때 동민이가 평소 안 나오다가도 내가 출전한다고 하면 선발로 뛰더라.(웃음) (올 시즌 만났을 때 각오는?) 올해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 새로운 패턴으로 풀어내겠다.”

Q. 왼발이 약점으로 여겨져 상대 선수들이 오른발만 막곤 한다. 타파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 같은데?

“왼발이든 오른발이든 기회가 온다면 접지 않고 차겠다.”

Q. 어느덧 월드컵 시즌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다녀와서 성장했다. 그 비결은?

“아시아 최고의 리그인 K리그에서 뛰었지만, 월드컵을 준비하고 다녀와 보니 템포가 다른 점이 있었다. K리그에서 동작이 천천히 보였다. 많은 경험이 됐다.”

Q. 전북에서 월드컵을 갈 선수들에게 조언해줄 말은?

“세계적인 팀과 월드컵에서 맞붙는데 주눅 들지 말길 바란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 하던 대로 했으면 좋겠다.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김)진수다. 부상 때문에 계속 월드컵을 나가지 못했다. 올해는 다치지 않고 월드컵까지 잘 나갔으면 좋겠다.”

Q. 본인도 월드컵 욕심이 없을 수가 없다. 이번 여름 동아시안컵도 있다.

*2019년 12월 동아시안컵 일본전이 문선민의 마지막 대표팀 출전.

“올여름에 있었나? (2019년엔 겨울에 했고, 2022년엔 월드컵 때문에 여름이다.) 바뀌었는지 몰랐다. 겨울에 하는 줄 알았다. 이번에는 몰랐다.(웃음) (그렇다면 새로운 목표가 생긴 것 같다.) 축구 선수라면 늘 국가대표라는 목표가 있다. 항상 가슴 속에 새기면서 경기를 뛰고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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