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박지원 기자= 올렉산드르 진첸코의 눈물엔 많은 감정이 내포되어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는 23일 오전 0시(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최종전에서 아스톤 빌라를 3-2로 꺾었다. 승점 93의 맨시티는 리버풀(승점 92)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맨시티는 전반 37분, 후반 24분 실점하며 0-2로 끌려갔다. 이대로라면 리버풀에 역전 우승을 헌납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경기를 뒤집기 위해서는 3골이 필요했으나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되어 불안감은 고조됐다.

기적이 발생했다. 후반 교체 투입된 일카이 귄도간이 멀티골을, 로드리가 한 골을 넣으며 단숨에 역전했다. 걸린 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 1골 차의 리드를 잘 지켜낸 맨시티는 2021-22시즌 EPL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경기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맨시티 선수단, 코치진, 그리고 관중들까지. 한껏 어울려 기쁨을 만끽했다. 특히 경기 종료 휘슬 직후에는 관중들이 그라운드로 들어와 뛰어다니는 진귀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마냥 기뻐하지만은 못한 선수가 존재했다. 우크라이나 국적의 진첸코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도시 곳곳이 파괴됐고,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우크라이나 프로축구 선수들이다. 진첸코도 그중 한 명으로, 우크라이나 국기에 얼굴을 파묻으며 눈물을 흘렸고 또한 우승 트로피에 국기를 감쌌다.

진첸코는 영국 ‘스카이 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잊을 수 없는 감정이다. 현재 모든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의 침략으로 인해 굶주린 채 살아가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우크라이나인이란 사실이 자랑스럽다. 모든 이들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언젠가 이 타이틀을 가져다주고 싶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힘든 시기에 지지를 보내준 것에 정말 감사하다.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전쟁 초기에는 축구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과 동 시간대에 사는 일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내가 받은 모든 응원으로 해낼 수 있었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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