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김대식 기자(카타르)] 손흥민은 16강에 만족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은 2일 오후 6시(현지시간) 카타르 알 라얀에 위치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2-1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다득점에서 우루과이를 제치면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후반 추가시간 1분. 모두가 조금은 희망을 내려놓는 시간이다. 4년 전 카잔의 기적 같은 일이 또다시 연출될 것이라고는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4년 전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손흥민을 향해 포르투갈 선수들이 달라붙었다. 이때 손흥민은 황희찬을 향해 절묘하게 패스를 넣어줬고, 황희찬의 발끝에서 기적이 연출됐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손흥민은 “16강을 항상 말했지만 16강에서 더 나아갈 수 있다면 나아가기 위해서 더 노력할 것이다. 선수들이 좋아하고, 감정적으로 들떠있는 것은 사실이다. 오늘까지는 이 감정을 유지하고 내일부터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또 하나의 경기, 또 하나의 기적을 해낼 수 있으면 좋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손흥민 인터뷰 일문일답]

-소감

소감이 따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많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너무 기쁘지만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해야 하는 입장으로서 침착하게 잘 준비하겠다.

-눈물

기뻤다. 선수들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잘 알고 있다.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다. 우리가 여기보다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갈 자격이 있다서 기뻤다. 주장으로서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저희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많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이런 결과를 얻어내서 감정적으로 좋았다.

-마스크 벗고 뛴 시간

사실 벗으면 안된다. 벗으면 안된다. 아직도 수술한 지가 생각해보면 이제 1달 정도 됐다. 뼈가 붙는데 최소 3달은 필요하다. 이제 뼈가 실처럼 붙었다고 해도 모자란 상황이다. 저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위치다. 제가 좋아서, 해야 할 임무를 알고 있다. 그 순간에 마스크를 벗었다고 앞으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엄청난 리스크를 가지고 경기를 하고 있다. 좋아진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해야 한다.

-황희찬에게 준 어시스트

보고 패스했다. TV로 보실 때에는 저희가 안보고 패스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을 다 읽고, 어느 순간 패스를 줘야 희찬이가 좀 더 좋은 상황에서 슈팅을 떄릴 수 있다는 걸 짧은 시간에 머릿 속에서도 계산을 하고 플레이한다. 70~80미터를 뛰어가서 순간적으로 그런 판단을 하는 것이 쉬운 순간은 아니었다. 조금만 공간이 있었으면 슈팅을 때리려고 했는데, 순식간에 위험지역에 가니까 상대 선수들에게 둘러싸였다. 희찬이가 뛰어서 들어오는 게 살짝 보였다. 패스를 주려보니까 마땅히 줄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순간 판단한 곳이 다리 사이였다. 그게 볼이 운이 좋게 다리 사이로 들어가면서 희찬이가 마무리해줫던 게 기적을 만들었던 것 같다.

-16강이 현실이 된 기분

너무 좋다. 끝나지 않았다. 16강을 항상 말했지만 16강에서 더 나아갈 수 있다면 나아가기 위해서 더 노력할 것이다. 선수들이 좋아하고, 감정적으로 들떠있는 것은 사실이다. 오늘까지는 이 감정을 유지하고 내일부터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또 하나의 경기, 또 하나의 기적을 해낼 수 있으면 좋겠다.

-하프타임

선수들에게 더 골을 먹으면 안된다고 많이 이야기했다. 전반전은 1-1로 마무리해서 좋은 상황을 만들었다. 저희한테 찬스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더 골 허용하지 말고 잘 버티고, 찬스 나왔을 때 결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선수들이 잘 인지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버텨주고, 잘 희생해준 덕에 승리를 장식할 수 있었다.

-4년 전 기억에 대한 두려움

그때 생각은 전혀 안 났다. 동그랗게 모여있을 때 ‘올라갈 자격이 있었다’고 했다. 그 안에서 정말 긍정적이었다. 감정에 휩쓸려서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경기 영상 결과를 보면서 어떤 상황인지를 이야기해줬는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바빴다. ‘경기 결과가 어떻든 너희들이 자랑스럽고, 고맙다’는 말만 계속했다. 그 순간에는 4년 전에 대한 생각보다는 자랑스럽고, 기쁜 마음이 가득했다. 다른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첫 골 세리머니 말린 이유

선수들도 다 똑같이 생각했겠지만 1분 1초가 아까웠다. 그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서 더 좋은 모습읇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했다. 저도 너무 좋았다. 제가 어떤 사람보다 더 기뻐해야 할 사람이다. 저도 뛰어가고 싶고, 안아주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이었다. 선수들도 마음은 급했을 것이다. 잘하고 싶어서 그랬다. 결과가 좋아서 참 다행이다.

-마스크 쓰고 뛰는 느낌

괜찮다.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

그렇지 않으면 공격을 할 수가 없다. 포르투갈을 상대로 많은 찬스를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디까지나 포르투갈을 볼을 가지고 있고, 지배하기 때문에 수비적으로 골을 허용하지 않아야 된다는 건 당연하다. 그런 상황에서 기회가 왔을 때 결정해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오늘은 잘 이뤄졌다. 작은 기회를 믿고 플레이한다면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 발전시킨다면 더 좋은 팀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목표

지금은 너무 좋아하고, 선수들이 축하를 받아야 하는 순간이다. 다음 경기가 금방 돌아온다. 어떤 팀을 만나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할 것인지가 나올 것이다. 잘 준비를 해야 한다. 어디까지 올라가겠다는 약속을 드리는 건 어려운 일이다. 저도 우승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적인 목표에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게 어느 순간보다 중요하다. 그랬을 때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 어떤 팀을 만나서 어떤 플레이를 할 것인지를 잘 준비해야 한다. 그 경기에서 모든 것을 다 쏟아낸 다음 결과가 좋다면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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