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김대식 기자(카타르)] 황인범은 한국에 가고 싶지만 카타르에서의 삶을 더 즐기고 싶은 생각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은 2일 오후 6시(이하 현지시간) 카타르 알 라얀에 위치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3차전에서 포르투갈에 2-1로 승리했다. 이번 승리로 한국은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했다.

손흥민과 황희찬이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면 그 과정까지 가도록 만든 선수는 황인범이었다. 벤투호의 황태자인 황인범은 풀타임을 뛰는 동안 단 1초도 쉬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뛰면서 포르투갈 중원을 잘 막아냈다. 빌드업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내면서 조별리그 3경기 동안 찬사를 받았다.

황인범은 가나전에서 패배한 뒤 아쉬움의 눈물을 흘렀지만 행복한 표정으로 믹스드존에 등장했다. 황인범은 “지금은 힘들지가 않다.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 이런 기적이 일어났다는 행복감이 커서 몸이 힘든 것도 잘 모르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황인범 인터뷰 일문일답]

-소감

지금은 힘들지가 않다.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 이런 기적이 일어났다는 행복감이 커서 몸이 힘든 것도 잘 모르겠다. 내일쯤 되면 정말 힘들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팀 분위기가 너무 많이 좋아진 상태여서 16강 상대가 어디가 되든 회복을 잘해서 후회 없는 경기, 오늘 같은 경기를 하고 싶다. 세 경기 했던 것처럼 우리만의 경기를 잘 한다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고 믿고 있다.

-뛰어들어가는 황희찬 본 소감

마음 같아서는 나도 역습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도저히 따라가기는 너무 멀었다. 정말 멋진 골이었다고 생각한다. 흥민이 형이 긴 거리를 끌고 가서 좋은 패스를 넣어줬다. 넣기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희찬이가 경기장에 나서고 싶은 굶주린 마음들을 그 골로 다 풀어냈다고 생각을 한다. 희찬이도 자랑스럽고 우리 모든 팀 선수들과 경기를 뛰지 않은 선수들과 밖에 있던 현규까지. 27명의 모든 사람들이 자랑스럽다.

-우루과이-가나 관전과 슬라이딩 세리머니

일단 시간이 안 갔다. 몇 분 남았냐라고 물어볼 때마다 계속 4분이라고 하길래 시간이 이렇게 안 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모두가 간절했다. 이렇게 우리가 정말 멋지게 해냈는데 우루과이가 만약에 한 골을 더 넣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간절하게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도했었다. 세리머니 같은 경우는 희찬이랑 저랑 경기가 끝나면 다 같이 한 바퀴 어깨동무하고 돌고, 관중석 쪽으로 달려가면서 슬라이딩하자고 전달했는데 다 흥분해 있어서 소통이 잘되지 않았다. 그래도 기분이 좋다.

-속이 후련할텐데

인터뷰에서 최대한 말을 조심스럽게 하려고 한다. 나 자신을 낮추려고 겸손한 마음으로 항상 하자라는 생각으로 인터뷰를 하는 편이다. 오늘만큼은, 그리고 이 월드컵에서만큼은 제 스스로에게 너무 대견하다는 말을 해주는 게 맞는 것 같다. 정말 자랑스럽고 월드컵이라는 무대를 많이 간절하게 준비를 했다. 물러서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그렇게 할 수 있게 도와준 팀원들 그리고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형들, 멀리서 와 응원을 해주시는 국민분들께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브라질과 맞대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6월에 있었던 브라질과의 경기는 축구인생의 터닝포인트였던 경기였다. 개인적으로는 그 경기에서 너무 많은 좌절감을 느꼈었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만약에 브라질과 붙게 된다고 한다면 그때 그 경직된 모습들은 안 나올 수 있을 거라는 말은 확실하게,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팀적으로 잘 만들어 나가고 있고 분위기가 좋다. 좋은 팀이기 때문에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지만 이번 세 경기를 했었던 것처럼 우리의 경기를,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그 이상을 쏟아내서 한다면 충분히 좋은 경쟁을 할 수 있다.

-우리의 축구로 만들어낸 결과

결과가 좋지 않았어도 저와 선수들은 그동안에 저희가 해왔던 것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결국 축구는 결과를 가지고 와야 하는 스포츠다. 그거에 대한 부담감은 없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결과까지 가지고 올 수 있었던 건 4년 동안 그렇게 많은 비판과 비난을 팀적으로 들으면서도 감독님께서 꿋꿋하게 밀고 가셨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신뢰를 하고 끝까지 감독님을 믿었다. 그렇게 했었던 걸 저희가 이 세 경기에서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감사하다.

-일본과 호주 동기부여

짐을 싸놓은 선수는 없었다. 한국을 가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끝내기엔 너무 아쉽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내가 가진 모든 걸 쏟아내자. 그래야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선수들과 이야기했었다. 그런 게 잘 돼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 같다. 일본과 호주를 보면서 동기부여가 안 될 순 없었다. 그걸로 인해서 16강에 진출하지 못한다고 해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영향을 받지 않으려 해도 그럴 수 없었다. 세계 무대에 보여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줘서 너무 자랑스럽다.

-친구 황희찬

첫 번째, 두 번째 경기 때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싶어했는지 봐왔다. 이 친구의 간절함은 알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 출전할 거라는 확신은 있었는데 몇 분 뛸 거라는 생각은 없었다. 주어진 시간 안에서 본인이 대한민국 축구에서 어떤 선수인지 보여줬다는 건 사실이다. 친구지만 자랑스럽고 선수로서도 친구로서도 대견하다.

-한국 가고픈 마음

외국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한국에서 그런 생활들이 그립고 가족들도, 친구들도 보고 싶다. 휴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항상 한국을 가고 싶다. 가나전 끝나고 지금까지 도저히 한국을 이렇게 가기 싫을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가기 싫었다. 최대한 한국 가는 날짜를 늦추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언제까지 카타르에 있고 싶나

약속 드리기는 힘들겠지만 오늘 같은 기적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거 같다. 최대한 오늘 같은 기적이 또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우리 팀의 분위기, 의지, 간절함은 다음 경기에서 기회를 얻게 된다면 더 끈끈해질 거 같다. 우리의 끝이 어디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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