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김희준 기자 = 축구 게임 이야기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본력은 망상에 가까운 일을 실현시킬 수 있을 정도다.

영국 ‘더 선’은 6일(이하 한국시간)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구단주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 카림 벤제마가 다음 시즌에 뛸 수도 있는 사우디 클럽들을 사들였다. 그리고 뉴캐슬이 그들을 임대로 데려오는 것을 막을 규칙은 없다”라고 보도했다.

물론 실현 가능성은 낮다. 지난 1월 호날두의 알 나스르 이적에 다음 시즌 뉴캐슬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 진출하면 뉴캐슬로 임대를 떠난다는 조항이 있다는 루머가 돌았었다. 당시 뉴캐슬과 호날두 모두 이를 부인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들이 한 데 모여 얻는 이점도 많지 않다. 호날두와 메시 모두 팀에 활동량을 불어넣는 스타일의 선수는 아니다. 조직적인 압박을 중시하는 뉴캐슬의 전술 기조와도 맞지 않을 뿐더러 UCL에서 두 명의 선수가 수비 가담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어느 팀에나 치명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보도가 나온 이유는 사우디의 최근 행보 때문이다. 사우디 체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사우디 국부 펀드(PIF)는 알 아흘리, 알 이티하드, 알 힐랄, 알 나스르 등 사우디 프로페셔널 리그(SPL)의 네 팀을 소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PIF는 2021년 뉴캐슬을 인수한 바로 그 컨소시엄이다.

사실상 정부의 통제 아래 들어가는 셈이다. PIF는 사우디의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 주도하고 있다. 빈 살만은 현재 사우디의 총리이기도 하다.

이미 대대적인 영입 작전에 나섰다. 호날두를 끌어들였고, 벤제마도 사실상 공식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 기자는 5일 “벤제마는 사우디 알 이티하드의 새로운 선수가 되기 위해 문서의 주요 부분에 서명했다. 계약은 2025년까지 유효하며, 연장 옵션도 포함됐다”라고 전했다.

메시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글로벌 매체 ‘골닷컴’은 6일 “메시는 사우디 알 힐랄에 2024년까지 이적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바르셀로나와 재회에 대한 추측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메시에게 5억 유로(약 6,979억 원)의 천문학적인 연봉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메시까지 사우디로 간다면 사실상 세 선수 모두 빈 살만 왕세자의 품으로 들어가는 셈이 된다. 그리고 이론적으로는 세 선수 모두 뉴캐슬 임대에 대한 걸림돌이 사라지게 된다. ‘더 선’의 보도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닌 이유다.

이렇게 ‘슈퍼스타’ 영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스포츠 강국이 되기 위해서다. 사우디는 여러 차례 자신들이 스포츠 강국으로 거듭나리라 천명했으며, 유럽의 여러 축구 대회를 자국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궁극적으로는 2030 월드컵 개최국 선정까지 꿈꾸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이번 SPL 4팀 인수에 대해서도 “스포츠 분야의 투자 기회와 매력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스포츠 클럽의 전문성과 거버넌스 및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촉진하며, 클럽의 경쟁력과 인프라를 향상시키기 위해 고안했다”라며 그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면에는 ‘스포츠워싱’도 담겨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왕가의 일인자가 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숙청하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전쟁 범죄, 살인 등을 일으킨 독재자다. 그는 스포츠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자신의 악명을 희석시키고자 하며, 실제로 뉴캐슬 인수 이후 축구팬들 사이에서 이러한 이미지가 다소 씻겨지는 효과를 냈다.

사우디는 메시, 호날두, 벤제마 말고도 수많은 선수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 ‘CBS 스포츠’의 벤 제이콥스 기자에 따르면 사우디는 일카이 귄도안과 손흥민을 이적 후보로 낙점하고 있다. 로마노 기자는 사우디로 떠날 새로운 선수로 은골로 캉테를 지목했다.

사진=더 선, 파브리시오 로마노 SNS, 트랜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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