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경기 도중에 쓰러진 덴마크 에이스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전 세계에서 쾌유 기원 메시지를 받고 있다.

지난 13(이하 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파르켄 아레나에서 덴마크와 핀란드의 유로 2020 조별리그 B1차전이 열렸다. 이 경기 전반 41분에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팀 동료의 스로인 패스를 받으러 가던 에릭센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이다.

근처에 있던 덴마크, 핀란드 선수들이 모두 에릭센에게 달려갔다. 사태의 심각성을 판단한 이들은 급하게 의료진을 불렀다. 주심은 곧바로 경기를 중단시켰고, 투입된 의료진은 15분간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 그 결과 에릭센이 희미하게 의식을 되찾았다.

덴마크 선수들은 에릭센의 발작 장면을 미디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그를 둘러쌌다. 몸으로만 가리지 않고 하얀색 천으로 응급처치 현장을 가렸다. 관중석에 있던 한 핀란드 팬은 자신이 들고 있던 핀란드 국기를 가림막으로 쓰라고 건넸다.

양 팀 선수단은 물론 관중들까지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이들이 바라는 건 경기 재개가 아니라 에릭센의 회복이었다. 결국 에릭센은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해당 경기는 곧바로 중단됐으나 관중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에릭센의 쾌유를 빌었다. 핀란드 원정팬들이 크리스티안!”을 외쳤고, 덴마크 홈팬들은 에릭센!”을 외쳤다. 모두 한마음 한뜻이었다.

중단 선언으로부터 약 90분이 지나서 경기가 재개됐다. 그 결과 핀란드가 1-0으로 승리했다. 후반 15분에 결승골을 넣은 요엘 포흐얀팔로는 세리머니를 자제했다. 핀란드 축구 역사상 첫 유로 본선 경기, 첫 유로 본선 득점이었으나 포흐얀팔로는 웃지 않았다. 그 대신 방금 전까지 함께 뛰었던 에릭센이 건강하게 돌아오길 바랐다.

에릭센 응급치료를 담당했던 덴마크 대표팀 팀 닥터 모르텐 보에센은 기자회견을 통해 에릭센이 쓰러지자마자 달려가서 확인했을 때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심장이 멈춰있었다. 그러나 우리 의료진이 제세동기를 빠르게 이용해 심폐소생술을 한 결과 그의 맥박이 다시 뛰었다라고 회상했다.

세계 곳곳에서 에릭센 쾌유 기원 메시지가 쏟아졌다. 같은 날 열린 벨기에와 러시아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벨기에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는 카메라를 향해 달려가 크리스(에릭센 애칭), 크리스, 아이 러브 유라고 외쳤다. 또한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같이 뛰던 동료가 이런 사고를 당한 건 처음이다. 하루빨리 돌아오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루카쿠와 에릭센은 현재 인터 밀란 팀동료 사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역시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에릭센과 함께 뛰었던 A매치 사진을 올리며 우리 모두 에릭센이 축구장으로 돌아오길 빈다라는 글을 남겼다.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크로아티아 경기에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경기장 전광판에는 에릭센의 쾌유를 빕니다라는 글이 적혔고, 입장 관중들은 토트넘 시절 에릭센 유니폼을 착용하는가 하면 빨리 낫길 바랄게 에릭센이라는 피켓을 들었다.

한국에서도 에릭센을 챙기는 동료가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그 주인공이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에릭센과 함께 뛴 바 있다. 그는 레바논전에서 역전골을 넣고 카메라로 달려가 23을 손가락으로 그렸다. 에릭센 등번호 23을 뜻한 세리머니다. 그리고는 크리스, Stay strong”이라고 속삭였다. 기자회견에서는 에릭센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 따로 연락도 했다. 얼른 낫길 빈다라고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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