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풋볼=이란(테헤란)] 정지훈 기자= 변한 게 없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이란전 악연을 끊지 못했다.
한국은 11일 오후 11시 45분(한국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에서 아즈문에게 결승골을 내줘 0-1로 패했다. 이란 원정 징크스 극복에 실패, 2승 1무 1패 승점 7점으로 3위에 머물렀다.
우려했던 수비가 또 흔들렸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기존대로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카타르전에서 문제로 지적된 수비 라인 구성에 관심이 쏠렸다. 포백에 변화가 있었다. 징계에서 복귀한 오재석이 좌측, 논란이 되고 있는 장현수가 우측을 지켰다. 중앙은 카타르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홍정호를 대신해 곽태휘가 출격, 김기희와 호흡을 맞췄다.
경기 시작 5분까지 서로 눈치를 보며 탐색전을 벌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안방인 이란이 조금씩 주도권을 잡았다. 한국은 이란의 공세에 조금씩 약점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전반 7분 상대 프리킥 상황에서 배후로 침로 침투하는 공격수를 놓쳤고, 실점을 이어졌다. 오프사이드가 선언됐기 망정이지 초반부터 끌려갈 뻔했다. 3분 뒤 자한바크시가 페널티박스 좌측 대각 안에서 오재석을 앞에서 슈팅한 볼이 골대를 넘겼다. 사실 이때부터 불안했다.
한국은 기성용이 중앙에서 볼을 소유한 후 조율, 대각으로 침투패스를 시도하며 공격을 시도했지만 다음 플레이가 상대 수비진에 막혀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이란은 이런 한국의 틈을 파고들었고, 역습과 세프피스로 활로를 모색했다. 전반 15분 장현수가 측면에서 상대 공격수를 막다 무리하게 손을 써 파울을 범했다. 16분에는 프리킥에서 볼을 받은 자한바크시가 슈팅으로 한국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 25분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한국은 레자에이안이 한국 아크 대각으로 침투한 후 문전으로 크로스 올렸다. 아즈문이 빠르게 침투 후 논스톱 슈팅으로 득점했다. 1차적으로 오재석이 레자에이안이 자유롭게 킥을 할 수 있게 한 점, 경합하던 곽태휘가 넘어져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 실점은 이란이 의도하던 바였다. 한국은 짧게 썰어 들어가며 상대 수비진을 공략했으나 쉽게 공간을 내줄 리 없었다. 전반 33분에는 오재석이 자기진영 터치라인에서 자한바크시에게 볼을 빼앗겨 위기를 자초했다. 이란은 급할 게 없었고, 조급한 한국의 심리를 역이용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한국은 한국영 대신 홍철을 투입했다. 홍철이 좌측 수비, 오재석이 오른쪽, 장현수가 수비형 미드필더에 들어갔다.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후반 13분 하프라인에서 오재석과 곽태휘가 볼을 양보하다 상대게 역습 기회를 제공했다. 전반과 마찬가지로 계속 측면 돌파와 세트피스로 한국을 두드렸다.
한국은 후반 21분 김신욱, 31분 구자철을 넣으며 공격에 변화를 줬다. 하지만 김신욱에게 향하는 크로스는 부정확했고, 이를 막아서는 수비수들의 견제가 엄청났다. 계속 몰아치자 이란은 기다렸다는 듯 역습으로 맞섰고, 여기에 적절한 침대가 더해졌다. 끝내 간절한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순간 집중력 부족, 이로 인한 선제 실점은 뼈아픈 결과를 초래했다.
이란과 경기를 하기 전까지 한국은 최종예선 3경기에서 4실점을 내줬다. 그것도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중국, 카타르에 2골씩 허용했다. 수비 불안을 안고 원정팀 무덤인 이란에 입성했다. 선수 구성에 변화를 줬지만, 큰 소득 없었다. 이란전까지 포함하면 무려 5실점이다. 변화 없이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사진=윤경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