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완주] 박주성 기자= 이렇게 성공적인 K리그 신입생이 있었을까. 김진수(25, 전북 현대)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K리그 데뷔전부터 득점을 기록했고, 지금까지 4경기에서 프리킥으로만 2골 1도움을 올렸다. 이 활약으로 팀은 무패행진을 달리며 지난 시즌의 아픔에서 벗어나고 있다. 본인 역시 대표팀에 다시 이름을 올리며 새로운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2012년 알비렉스 니가타(일본)에 입단하며 본격적으로 프로무대에 뛰어든 김진수는 2014년 독일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으로 이적하며 많은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아르언 로번, 더글라스 코스타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하며 성장했지만 감독 교체로 입지가 급격히 달라지자 고향팀 전북 이적을 선택했다.

모두가 김진수를 실패자로 바라봤다. 하지만 김진수는 실패자가 아니라 도전자였다. 푸른 유니폼이 아닌 녹색 유니폼을 입고 K리그 무대를 통해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완주 봉동읍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진수의 표정은 밝았다. 김진수는 담담하게 독일의 기억과 전북, 대표팀 그리고 결혼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전했다.

# 암담했던 독일의 악몽, 모두가 등을 돌렸다

김진수는 코리안 분데스리거로 대한민국 최고의 수비수로 평가받았다. 이영표가 떠난 후 계속해서 갈증을 느낀 왼쪽 풀백에 새로운 해결책으로 등장했다. 독일 생활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시즌 첫 해 리그 19경기(교체 2회)에 출전해 1개 도움을 기록했다. 시즌 중반부터는 주전 선수로 나서며 라운드 베스트 11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 시즌이 되자 상황이 급격히 달라졌다. 외부적인 영향이었다. 스티븐스 감독대행을 거쳐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이 부임하자 기회가 점차 줄어들었고, 명단에서도 사라진 것이다. 힘든 시기였다. 김진수는 "한 마디로 암담했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선수 입장에서 최악의 경우였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여론의 반응도 달라졌다. 김진수는 "아쉬웠다. 나름대로 독일에서 최선을 다했다. 경기에 나갈 때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경기력이 좋지 않아도 유럽에서 뛰고 있어 괜찮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감독이 바뀌면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자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실패자라고 이야기했다. 그 부분은 정말 아쉽다. 호펜하임 동료 형들과 열심히 준비했는데 경기에 못나가 모두가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김진수는 2016-17 시즌에는 정규 리그와 컵대회를 통틀어 단 1경기도 출전하지 못하며 선수 생활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약 1년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경기 감각도 잃어버렸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김진수를 외면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진수는 계속해서 명단에 들지 못해 불안함을 보여주고 있다"며 그를 제외했다.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 우승할 수 있는 팀, 전북을 선택하다

그림자에 빠져있는 김진수에게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이 그를 원한다는 소식이었다. 첫 보도는 독일 언론에서 나왔다. 독일 축구이적소식 전문사이트인 ‘푸스발트랜스퍼’는 “한국의 전북 현대 모터스가 김진수 영입에 분명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김진수의 K리그 이적 소식을 보도했다. 단순한 루머가 아니었다. 사실이었다.

김진수는 "선택은 내가 했지만 감독님이 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 역시도 우승할 수 있는 팀에 간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감독님 영향이 컸다. 처음 이적설은 대리인이 아니라 독일 언론 기사를 통해 봤다. 이후 나중에 대리인을 통해 감독님이 원한다는 이야기를 직접 전해 들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김진수를 원하는 팀은 전북 하나가 아니었다. 김진수는 "어떤 팀이라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K리그 다른 팀들의 제안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전북을 선택한 이유가 뭘까. 바로 고향이다. 전주에서 태어난 김진수에게 전북은 고향팀이었다. 그는 "애정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부모님도 여기가 고향이라 애정이 있다. 선택할 때 그것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만족스러운 생활을 보내고 있다. 4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했고, 대표팀에도 다시 복귀했다. 전북을 선택한 것에 대해 묻자 김진수는 "잘 지내고 있다. 처음부터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북은 워낙 좋은 팀이었다. 지금까지 보면 잘 선택한 것 같다. (K리그 원클럽맨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내가 잘 할 수 있고, 도움이 된다면 전북에 계속 남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형들의 도움이 컸다. 김진수는 "1년 전에 비해 아직까지 몸상태가 올라오지 않은 것 같다"면서 "길게 6개월 정도를 바라보고 있다. 6개월 동안 경기에 꾸준히 나서야 한다. (박)원재, (최)철순, (이)용이 형 등 좋은 선수들이 많아 배우고 있다. 특히 원재 형한테 매번 배우고 있다. 내가 먼저 다가가 배우는 것도 있지만 원재 형이 먼저 다가가 말씀해 주는 것도 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 흔들리는 대표팀, 무조건 이겨야 한다

K리그의 활약은 대표팀 복귀로 이어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 시리아전을 앞두고 김진수를 호명했다. 김진수는 "대표팀에 처음 갔던 느낌이었다. 설레기도 하고 다시 잘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었다"고 복귀 당시 소감을 전했다. 약 1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으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중국 원정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기록했고, 홈에서 시리아를 꺾었으나 웃을 수 없는 경기력이었다.

일원으로서 최근 대표팀 내부의 분위기를 물어봤다. 김진수는 "최근 이야기한 것과 같은 내용이다. 경기 승패와 내용에 대해서는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감독이 책임을 지고 있는데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기)성용이 형과 마찬가지로 선수들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대표팀의 일원이고,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그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감독을 향한 비판보다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수는 계속해서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중국전은 비디오 미팅을 잘 준비했다. 중국 선수들이 일대일 능력이 떨어져 (남)태희, (지)동원, (이)용이 형이 벌려 일대일 돌파를 노렸다. 실제로 돌파를 시도했고, 좋은 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그 흐름을 가져갔을 때 득점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러다 세트피스로 실점을 허용하니 승리를 위해 조급해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시리아전 역시 상대가 수비적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수비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압박도 강하게 있었다. 문제는 나를 포함해 실수들이 많았다. 공을 차려고 할 때 공이 많이 튀어 오르다 보니 드리블이나 패스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 부분이 가장 문제였다"며 시리아전의 부진 이유를 꼽았다.

이제 대표팀은 카타르(원정), 이란(홈), 우즈베키스탄(원정)과 맞붙어 월드컵 본선행을 결정짓는다. 살얼음판 일정이다. 김진수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많은 분들이 원하는 것처럼 내용도 좋고 승리한다면 좋겠지만 이기는 축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승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승리를 하면 자신감이 생길 수 있고 다시 긍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결과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수는 답답한 마음도 털어놨다. "우리는 항상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경기에 나갔지만 결과가 계속 좋지 않아 안에 문제가 있다는 등 밖에서 좋지 않은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우리는 그게 아닌데,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었다. 아쉽지만 더욱 뭉쳐야 한다"고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 유임에 대해선 "감독님 역시 비디오 분석을 통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부분은 협회에서 결정하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 새로운 출발, 새신랑 김진수

겹경사다. K리그로 돌아와 승승장구하며 대표팀에도 복귀한 김진수는 오는 6월 1일(목) 저녁 7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라움에서 김정아 씨와 1년 6개월 동안의 열애 끝에 백년가약을 맺는다. 다시 정상에 오르는 과정에서 확실한 내편이 생겼다. 김진수는 "원래는 잘 알고 있는 누나였는데 좋아해서 따라다녔다"면서 결혼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김진수는 "설레기도 하고 많은 분들이 결혼을 하면 새롭게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결혼하는 여자친구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다른 곳에 살다가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에 서로 맞춰야 한다. 아직은 실감이 안 난다. 2개월 남았는데 설레는 게 많다. 준비는 마무리가 됐는데 시즌 중이다보니 여자친구가 내가 해야 할 부분까지 다 해 힘들었을 것 같다"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여자친구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는 "여자친구가 옆에서 항상 기도해주고 좋은 이야기를 해준다. 경기장에도 항상 와서 응원해준다"고 전했다. 최근 서울전에도 경기장에 찾아왔다. 이 경기에서 김진수는 득점을 기록했고, 세리머니를 통해 고마움을 전했다. 하지만 실수가 있었다. "골 넣고 하트 세리머니를 자연스럽게 가족석이 있는 쪽으로 했다. 그런데 경기 후에 가족석에 없었는데 누구한테 하냐며 한소리 들었다. 그래서 다음에는 잘 확인하고 하겠다고 이야기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결혼은 새로운 출발이다. 특히 축구선수에게는 더욱 그렇다.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리면 더 큰 책임감과 함께 선수의 무게감이 달라진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아픔을 겪은 후 K리그에 진출해 대표팀에 복귀하며 자신의 부활을 알린 김진수가 이제는 새신랑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김진수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윤경식 기자, 전북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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