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축구 역사에 변곡점이 될 것처럼 보였지만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야심차게 출범을 선언했던 유럽 슈퍼리그(ESL)가 잉글랜드 빅6의 탈퇴로 잠정 중단됐다.

3일 천하였다. 지난 19(한국시간) 유럽 12개 구단이 모여 새로운 대회인 슈퍼리그를 창설하기고 결정하면서 유럽 축구계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일단 슈퍼리그 참가를 확정 지은 팀은 총 12팀으로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첼시, 아스널, 토트넘 훗스퍼(이상 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유벤투스, 인터밀란, AC밀란(이상 이탈리아)가 그 주인공들이다.

사실상 유럽 빅 클럽들이 모두 모인 셈이다. 그만큼 파장은 컸다. 특히 빅6 모두 가입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는 엄청난 타격이었고, 이런 이유로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만약 슈퍼리그가 평일에 진행될 경우 자연스레 모든 팀들은 UEFA 챔피언스리그, UEFA 유로파리그에 참가할 수 없다. 또한 슈퍼리그로 인해 각국 리그는 위상이 떨어지고, 슈퍼리그에 나서지 못하는 팀들은 심각한 재정적 피해를 입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우려다.

유럽 현지 언론, 칼럼니스트, 전현직 선수, 12개 클럽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단들이 반발했다. 슈퍼리그를 주도했던 맨유 출신 개리 네빌과 리오 퍼디난드도 이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네빌은 슈퍼리그 참여를 결정한 잉글랜드 내 6팀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퍼디난드는 슈퍼리그 창설은 축구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팬들은 분노했다. 만약 슈퍼리그가 출범하면 국내 리그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팬들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에 맨유, 맨시티, 리버풀, 첼시 등 12개 클럽 팬들은 걸개를 통해 축구는 죽었다는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기대와 달리 상업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었다. 유럽 리그 중계를 담당하는 방송사, 스폰서 등 많은 기업들이 슈퍼리그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팬들의 반응이 중요한 기업이었기 때문에 슈퍼리그 출범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기는 어려웠다.

결국 슈퍼리그가 잠정 중단됐다. 먼저 맨시티는 21(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슈퍼리그의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창단 멤버에서 탈퇴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토트넘 훗스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아스널 모두 탈퇴 소식을 전했다. 아직 첼시는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비슷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슈퍼리그 측은 "우리는 현대 축구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확신했다"면서 "잉글랜드 팀들이 외부의 압박에 의해 탈퇴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목표에 확신이 있다. 우선 프로젝트를 재구성하기 위해 다시 검토에 들어갈 것이다"고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만약 슈퍼리그가 정상적으로 출범했다면 유럽 축구를 넘어 전 세계 축구 역사에서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3일천하로 끝났고,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물론 아직 슈퍼리그의 불씨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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