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최한결 기자= 카탈루냐 독립 찬반 투표와 리그 경기일이 겹쳤다. 도시는 혼란에 빠졌는데, 경기를 치러야 했다. 바르셀로나는 라스 팔마스전을 위해 숨 가쁜 하루를 보냈다. 

바르셀로나는 1일 밤 11시 15분(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에서 펼쳐진 팔마스와 2017-18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7라운드서 3-0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완벽한 승리에도 활짝 웃을 수 없었다. 캄프 누가 텅텅 비었고, 연고지는 아수라장이 됐기 때문이다. 무관중 경기도 울며 겨자 먹기로 진행한 것이었다. 모두 평소 익숙지 않은 장면이었고, 역사에 남을만했다.

# 카탈루냐 독립 투표, 아수라장된 바르셀로나

카탈루냐의 독립 요구는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카탈루냐의 지역은 과거부터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갖고 있고 약 500년 동안 계속해서 독립을 주장해왔다. 특히 스페인 GDP에 20%를 담당하는데도, 타 지역에 비해 예산 지원 부분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

결국 곪아왔던 고름이 터졌다. 카탈루냐 자치 정부는 독립 투표 강행을 선언했고, 마침 팔마스전이 열리는 1일에 투표가 개시됐다. 그리고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 지방의 주도인 만큼, 영향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도시 전체가 아수라장이 됐다.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지방의 독립 투표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며 경찰력을 투입했다. 경찰은 고무탄을 쏘며 카탈루냐 독립 투표를 막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독립 찬성파와 반대파의 충돌까지 극에 달했다.

바르셀로나 구단도 카탈루냐 독립 투표 영향에 무관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는 단순한 축구 구단을 넘어 카탈루냐 지방의 상징과도 같다. 카탈루냐 지방의 독립을 직간접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헤라르드 피케는 '투표 인증샷'을 자신의 개인 SNS에 올리며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르셀로나의 리그 경기가 열릴 경우, 안전 문제가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바르셀로나 입장에선 그대로 경기를 치르는 것은 위험했다.

# 바르사, 경기 연기 요청 vs 팔마스, 유니폼에 스페인 국기

어쩔 수 없이 바르셀로나는 경기 연기를 요청했다. 안전을 위해서였다. 팔마스전 킥오프 3시간 정도를 앞두고 스페인 '마르카', '문도데포르티보', 영국 '인디펜던트' 등 복수의 현지 언론이 일제히 "바르셀로나가 경기 연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기 연기 여부는 불투명했다. 프리메라리가 사무국이 경기 강행을 고려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바르셀로나가 난처한 상황에서, 팔마스는 도발의 제스처를 취했다. 팔마스는 경기에 앞서 공식 SNS를 통해 "팔마스는 바르셀로나전에 스페인 국기를 달고 뛴다"고 전했다. 카탈루냐의 상징인 바르셀로나에 공개적으로 반감을 표시했다.

# 유력 언론들, "경기 연기"

경기 킥오프 1시간 30분 전,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카탈루냐 축구 협회가 현지 시간으로 1일 오후 2시 이후에 열리는 모든 축구 경기를 연기했다. 카탈루냐 지역에서 열리는 3부 리그, 풋살 경기까지 모두 포함되는 내용이었다.

다만 바르셀로나와 팔마스의 경기의 결론은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마침내 바르셀로나와 팔마스의 경기가 연기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스페인 '문도데포르티보', 프랑스 'RAC'등 유력 언론들이 속보로 "바르셀로나와 팔마스의 경기가 연기됐다"고 알렸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바르셀로나와 팔마스 구단 관계자도 연기에 합의를 마쳤다. 그렇게 팔마스전은 차후에 열리는 듯했다.

# 순식간에 바뀐 상황, 킥오프 40분 전까지 "..."

그러나 정작 언론들의 보도만 무성했을 뿐,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축구협회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 팔마스 측이 통상 경기 1시간을 앞두고 발표하는 선발 명단을 SNS에 올리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경기 연기설'을 뒤엎는 소문이 연이어 등장했다. '경기 연기'는 카탈루냐 축구 협회와 바르셀로나 구단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스페인 축구협회는 바르셀로나 측에 "경기를 멋대로 연기할 경우, 승점 6점 삭감 징계를 내리겠다"는 엄포를 놨다.

경기 시작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어느 입장도 나오지 않았다. 캄프 누 주변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축구 팬들로 가득 찼다. 하지만 캄프 누의 문은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가만히 기다렸다.

바르셀로나는 경기를 강행할 수도, 그렇다고 승점 6점 삭감 징계를 받아들이기에도 애매한 상황에 놓였다.

# 바르사의 선택, '무관중 경기'

바르셀로나의 선택은 무관중 경기였다. 팬들과 선수들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징계를 받지 않는 방법이었다. 스페인 축구협회도 해당 방안에 동의했다.

결국 바르셀로나는 킥오프 30분을 남기고 성명서를 통해 "팬들의 안전을 위해 캄프 누의 문을 닫은 채로 경기를 치르게 됐다"며 무관중 경기를 공식적으로 알렸다.

그렇게 약 10만 명의 수용인원을 가진 캄프 누가 텅텅 빈 채로 경기가 시작됐다.

# 카탈루냐 vs 스페인으로 대변된 '팔마스전'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경기 시작에 앞서 카탈루냐 지방의 국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사진 촬영에 임했다. 팔마스는 미리 공언했던 대로 유니폼에 스페인 국기를 새겼다. 바르셀로나와 팔마스의 경기는 그만큼 카탈루냐 지방과 스페인의 대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경기 도중에도 카탈루냐 독립 사태를 드러내는 장면이 있었다. 캄프 누의 전광판에 민주주의(DEMOCRACIA)라는 문구와 함께 투표함 이미지가 방송됐다. 그만큼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의 독립을 간접적으로 지지했다.

이날 경기는 바르셀로나의 3-0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경기 결과보다도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단연 카탈루냐 독립 투표였다.

비어있는 캄프 누, 팔마스 유니폼의 스페인 국기, 캄프 누의 전광판 등 모든 것 하나 하나가 카탈루냐와 스페인의 대립을 제대로 보여준 역사의 산 장면이었다.

투표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다만 확실한 사실은 바르셀로나와 팔마스의 경기는 킥오프전부터, 종료 휘슬까지 카탈루냐 독립 투표일이라는 역사적인 날과 함께하고 있었다. 바르셀로나와 팔마스의 경기는 오랫동안 카탈루냐 독립 투표와 함께 언급될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바르셀로나, 피케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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