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부터 이탈리아에서 만들기 시작한 페라리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남미에서 공식 판매를 하고 있는 나라는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등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서도 공식 수입업체가 생긴지는 불과 10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연간 수십 배의 인플레이션과 극심한 빈부 양극화에 시달리며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경제적 혼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페라리 판매가 시작되어 현지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엘 문도 등 스페인 매체에 따르면 최근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의 부촌인 라스 메르세데스에 페라리 영업점이 문을 열었다. 서비스센터까지 갖추고 있는 영업점에선 페라리의 주요 모델이 판매된다. F8 트리뷰토 스파이더의 판매가격은 40만 달러로 책정되어 있다.

특별히 비싸게 책정된 가격은 아니지만 현재 베네수엘라의 소득 수준과 비교하면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다. 베네수엘라의 최저 임금은 월 2달러 수준이다. 베네수엘라 교사들의 평균 급여는 2달러가 채 안된다. 교사가 받은 한달 급여로는 옥수수가루 한 봉지만을 살 수 있다.

자국민의 90%가 끼니를 해결 못해 굶어 죽거나 생존을 위해 해외로 뿔뿔이 흩어지는 상황에 아랑곳 하지 않고 일부 부유층을 위해 페라리 판매를 승인한 정부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페라리 본사도 베네수엘라의 일부 부유층들이 소비하는 고급차 시장을 확신했기 때문에 진출을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보다 경제적 상황이 더 좋은 우루과이, 에콰도르, 볼리비아, 페루 등에도 페라리 공식판매처는 없다.

베네수엘라는 1960년대 미국과 경제력을 경쟁할 수 있을 만큼 부국이었다. 하지만 21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차베스 대통령 시절 과도한 복지 정책 등 누적된 문제들과 함께 2013년 마두로 정부 이후 저유가 시대가 겹치며 세계 최악의 빈곤국이 되었다.

베네수엘라에서 페라리 한대의 가격은 교사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700년간 모아야 살 수 있거나 강릉시 인구 규모와 같은 20만 명이 받은 월급을 한 사람에게 모아 준다면 살 수 있는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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