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무려 24년이 흘렀다. 그동안 리그 우승컵과 입맞춤을 하지 못한 리버풀이 비로소 정상 등극의 기회를 잡았다.

리버풀의 마지막 리그 우승은 1989/1990시즌이다. 1992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기도 이전의 일이다. 24년이 흐르면서 프리미어리그 판도는 변화를 거듭했다. 리버풀의 최다 리그 우승(18회) 기록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0회)에 의해 깨졌으며, 블랙번(1회)과 아스널(3회)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또한 돈으로 무장한 갑부 구단주들의 등장으로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의 약진에 이르기까지 날이 갈수록 EPL 우승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이 역대급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즌 중반까지 선두를 질주했던 아스널이 힘을 잃으면서 4위까지 밀려난 반면 리버풀은 후반기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리버풀로선 절호의 기회다. 이러한 기회는 흔히 찾아오지 않는다. 리버풀은 2008/09시즌 아쉽게 우승 문턱에서 좌절해야 했다. 맨유, 첼시와의 두 차례 맞대결을 모두 승리로 가져갔으며, 리그에서 단 2패를 기록했지만 시즌 종료 직전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2위에 그쳤다.

2008/09시즌 우승 실패가 오히려 독이 됐다. 2009년 여름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사비 알론소가 팀을 떠나면서 척추 라인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하더니 감독 교체 실패에 이은 성적 부진이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우승과는 거리가 먼 팀으로 전락한 것이다.

다른 라이벌 팀들의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구경하는 것도 어느덧 4시즌째. 리버풀의 과제는 5년 만의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이었다. 전반기만 해도 리그 우승보단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목표였지만 이젠 상향 조정됐다. 올 시즌 내내 우승 후보로서의 충분한 자격을 증명해 보인 리버풀이다.

현재 리버풀은 리그 테이블 맨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1위 리버풀(74점) 2위 첼시(72점) 3위 맨시티(70점) 순이다. 하지만 리버풀과 첼시는 33경기, 맨시티는 31경기를 치렀다. 상대적으로 손쉬운 홈 2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맨시티가 승점 6점을 확보한다고 가정할 때 맨시티의 자력 우승이 가능해진다.

즉, 리버풀로선 오는 13일 홈구장 안필드에서 열리는 리그 34라운드 맨시티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만 한다.

이번 매치업은 사실상의 결승전이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이 남은 잔여 일정에서 확실하게 주도권을 쥐어갈 수 있다.

특히 리버풀에게 이번 맨시티전이 힐스보로 참사 25주년 기념 경기로 펼쳐진다. 힐스보로 참사는 1989년 4월 15일 힐스보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FA컵 준결승 리버풀-노팅엄 포레스트전에서 96명의 팬이 압사로 인해 사망한 사건이다.

리버풀의 브랜단 로저스 감독은 “힐스보로 참사에서 희생된 96명의 리버풀 팬들은 우리 팀을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리그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분위기 상으론 리버풀로 더 기운다. 현재 리버풀은 리그 9연승을 내달리고 있다. 안필드에서 열린 올 시즌 홈 리그 경기에서 단 1패만을 허용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리버풀의 자랑은 역시 루이스 수아레스-다니엘 스터리지 듀오다. 특히 수아레스는 시즌 5경기를 남겨둔 현재 벌써 29골을 터뜨렸다. 페널티킥 골 없이 순도 100% 필드골이라는 점에서 더욱 높은 가치를 받고 있다.

수아레스의 파트너 스터리지는 20골을 터뜨려 프리미어리그 득점 순위 2위에 올라 있다. 여기에 라힘 스털링의 성장세까지 어우러지면서 3S의 파괴력이 가공할 만 하다.

그에 반해 가장 큰 문제는 수비다. 맨시티는 수비 위주의 전술보단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야야 투레, 다비드 실바, 사미르 나스리, 헤수스 나바스, 세르히오 아구에로 등의 시너지 효과와 막강 화력이 만만치 않다.

올 시즌 리버풀은 수비에서 자주 문제점을 노출했다. 리그 33경기에서 무려 40실점을 내준데다 글렌 존슨, 존 플래너건의 측면 수비와 기복이 심한 마르틴 스크르텔의 활약 여부가 관건이다.

또한 로저스 감독이 리버풀을 맡은 이후 맨시티에 2무 1패로 열세를 보였으며, 올 시즌 전반기 맞대결에서도 1-2로 패한 바 있다.

리버풀이 24년의 한을 풀어낼 수 있을까. 주말 열리는 맨시티전에 리버풀의 운명이 달렸다.

글=박시인 객원 에디터

사진=BPI

# 객원 에디터는 축구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다루기 위해 축구의 모든 것 '인터풋볼'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 에디터의 기사는 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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