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K리그와 포항 스틸러스의 맹활약을 펼친 이명주(24)가 꿈의 무대를 밟는데 실패했다. 기대를 많이 받았던 만큼 실망이 크겠지만, 다 잊고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A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8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오는 6월 13일부터 시작되는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에 나설 23명의 최종명단을 발표했다. 그러나 23명 명단 중에서 이명주의 이름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명주는 포항의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선두와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을 이끄는데 있어 가장 주중요한 선수였다. 공격과 미드필드를 넘나들면서 공수 연결고리는 물론 득점, 수비에서도 완벽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최근 9경기 연속 공격포인트에 성공하며, 역대 연속 공격포인트 타이 기록을 세웠다.
이로 인해 최근 월드컵 엔트리 승선에 대한 기대와 함께 목소리도 높아졌다. 지난 7월 홍명보 감독 체제 이후 꾸준히 대표팀 명단에 올랐었던 만큼 이명주가 뽑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일지 모른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명주는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했기에 좋은 선수라 생각한다”고 호평했지만, “그가 포항에서 뛰는 포지션은 공격수들과의 경쟁이 불가피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봤을 때 기성용, 한국영, 하대성 있는데 그 중에서 한국영밖에 수비적인 선수가 없었다. 경고 누적을 감안해서 박종우를 선택했다”고 실력이 아닌 포지션 중복을 발탁 제외로 꼽았다.
홍명보 감독은 각자의 포지션에서 선수들의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2선 공격수 자리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놓기에는 이청용(볼턴), 구자철(볼프스부르크), 김보경(카디프 시티) 등 유럽파 선수들의 벽이 너무 높았다.
대표팀에서 중용될 가능성이 큰 수비형 미드필더는 소속팀에서 역할이 발목을 잡았다. 수비적으로 역할을 해줄 한국영(가시와)의 백업 멤버로 고려했을 때, 경험이 많고 자신의 축구를 잘 이해하고 있는 박종우(광저우 부리)가 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포항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는 이명주로서 홍명보 감독의 물음표에 답을 하지 못했다.
이명주는 실력이 아닌 애매한 포지셔닝과 기존 선수들의 높은 벽에 꿈의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는 아직 24세로 젊으며, 4년 뒤 월드컵에서 28세로 축구 선수로서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나이다. 부단한 노력과 꾸준한 몸 관리를 한다면, 이번 제외 아픔을 씻어낼 수 있는 기회를 또 잡을 수 있다.
당장은 제외 이후 실망감을 빨리 떨쳐 내야 한다. 선수 시절 월드컵 경험이 많은 포항의 황선홍 감독은 이명주를 실망감에서 구해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황선홍 감독은 “엔트리 결정은 홍명보 감독의 선택이다. 만약 결정이 된다면 이명주와 이야기를 한 번 나눌 것”이라고 밝힐 정도로 이명주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처할 정도다.
이명주는 오는 10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2014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 홈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그가 월드컵 제외 충격을 딛고, 포항에서 보여준 상승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파주=한재현 기자
사진=스포탈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