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브라질 월드컵의 디데이가 2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홍명보호의 졸전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난은 있을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승부를 걸어보기 전에 지나친 좌절은 상황만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대한민국 A대표팀은 지난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프리카의 다크호스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0-1로 패했다. 기분 좋은 승리로 결전지인 브라질로 출국하려 했던 홍명보호로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게 됐다.
결과보다 더 치명적인 점은 내용도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공격에서 단순한 공격 전개 및 패스 미스, 한 박자 늦은 슈팅으로 튀니지의 수비를 흔드는데 실패했다. 수비에서도 상대의 역습 한 방에 무너지면서 쉽게 실점한 점도 팬들의 질타를 더욱 가속화 시켰다.
이러한 경기력에 팬심은 냉정했다. 벌써부터 월드컵 성적에 대한 회의감이 나오고 있으며, 기대 이하의 플레이를 펼친 박주영, 손흥민, 구자철 등에 대한 혹평이 쏟아졌다. 더불어 지난 23명 엔트리 선정 논란까지 겹치면서 비난은 더욱 가속화 됐다. 월드컵은 시작도 안 했는데, 평가전으로 쉽게 단정을 지어버린 것이다.
현 상황에서 좌절만이 답인 것인가? 그렇지 않은 이유가 존재한다.
우선 주요 선수들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다. 오랫동안 실전 경험이 없었던 박주영은 이제 갓 경기 감각을 찾아가고 있다. 기성용은 아직 무릎 부상에서 갓 회복 된 상태이며, 윤석영도 소속팀에서 승격 플레이오프로 인해 갓 합류한 만큼 동료들과의 손발 맞추는 시간이 부족했다. 또한 체력적인 문제와 시차 적응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이외에 유럽에서 뛴 선수들은 시즌이 끝난 상태에서 왔기에 체력적으로 회복할 시간이 부족했다.
이번 튀니지전은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닌 단순한 평가전이었다. 평가전에서는 승리 못지 않게 과정을 통해서 보완할 점을 찾고, 장점을 극대화하며 선수들을 테스트 해 옥석을 가리는 데 있어 더 가치가 있다. 홍명보 감독이 남은 기간 월드컵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방향을 잡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다.
적장인 조르제 리컨스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평가전 패배로 상황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브라질에 가서 체력적, 정신적으로 가장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평가전 결과에 목매지 말 것을 조언했다.
월드컵 이전 적당한 비판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우려와 비판은 선수들의 사기를 저하시켜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직 젊고 경험이 적은 한국 선수들에게는 심리적인 자신감이 더욱 필요하다.
평가전 성적이 나쁘다 해서 월드컵 성적이 그대로 연결되지 않는다. 일본은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둔 평가전에서 졸전을 펼쳤음에도 덴마크, 카메룬을 제치고 16강에 진출한 바 있다. 한국도 일본과 같이 본선 무대에서 선전을 기대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월드컵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준비에 준비를 거듭할 때다. 비난보다는 인내를 갖고 더 지켜보자. 비난은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도 충분하다.
한재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