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1차 목표인 16강을 목표로 삼은 홍명보호가 러시아전에서 아쉽게 비겼지만, 선전하며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고 16강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A대표팀은 지난 18일 오전 7시(한국시간) 러시아와의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H조 1차전에서 1-1로 비겼다. 후반 23분 이근호의 선제골로 승리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6분 뒤 케르자코프의 슈팅을 막지 못하면서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지난 러시아전은 16강 진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 러시아는 유럽 지역예선에서 1위로 올라오는 저력을 보였으나 강력한 수비에 비해 공격이 약했다. 또한 체력적으로 완성된 팀이 아니었기에 충분히 승부를 걸어 볼 수 있는 팀이었다. 또한 첫 경기에서 이겨야 남은 두 경기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여유롭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명보호는 월드컵 이전에 가진 튀니지,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졸전을 펼쳤다. 결과는 물론 과정에서도 낙제점을 받으며 여론으로부터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전 평가전에서 졸전은 러시아전을 앞두고 사기나 경기력면에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예상과 다르게 한국 선수들은 가나전 이후 빠르게 팀을 수습하며 러시아전에 임했다. 흐트러졌던 공수 간격은 호흡을 맞추며 유지했다. 또한 손흥민, 구자철을 중심으로 빠른 돌파와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은 러시아 주전 골키퍼 아킨페예프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또한 적절한 타이밍에 이근호를 투입해 공격의 활로를 찾고, 선제골을 만든 점은 돋보였다.
이날 승리를 거두지 못했더라도 좋은 경기력을 펼쳐 자신감을 찾은 점은 고무적이다. 이는 알제리, 벨기에와의 대결에서도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홍명보호가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두 경기에서 최소 1승이 필요하다. 16강 경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러시아전에서 이전 평가전들보다 나아졌지만, 보완해야 할 과제들이 쌓여있다.
실점 장면은 러시아가 잘 했기 보다는 수비수들의 보이지 않은 실수도 한 몫 했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김영권과 황석호는 상대의 오프사이드라 판단하고 손을 들며 주심을 쳐다봤다. 그러나 주심의 휘슬은 꼼짝하지 않았고, 케르자코프가 틈을 놓치지 않고 골을 넣었다. 설령 오심이라 할 지라도 주심의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선수 스스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판단력과 집중력 상실은 결국 귀중한 승점 획득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 월드컵 같은 큰 대회에서 조그만 실수가 치명타로 이어진 교훈을 얻은 셈이다.
골을 터트렸으나 공격 전개에서 좀 더 날카로움이 필요하다. 손흥민과 구자철에 다소 의존하는 공격루트를 다양화 시켜야 한다. 또한 박주영의 컨디션도 아직 정상이 아닌 것도 문제다. 러시아전에서 중거리 슈팅으로 흔드는데 성공했지만, 알제리와 벨기에는 러시아와 다른 만큼 새로운 맞춤 공격전술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다음 상대는 유력한 1승 상대로 손꼽혔던 알제리다. 알제리는 벨기에와의 1차전에서 1-2로 역전패했지만, 빠른 발과 기술을 갖춘 공격력이 인상적이다. 알제리도 승리를 위해 더욱 적극적인 공격 축구로 한국전을 준비할 것이다. 러시아전과 다르게 알제리의 초반 공세에 고전할 가능성을 염두해 두지 않으면 힘든 싸움이 될 전망이다.
또한 한국은 역대 월드컵 조별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징크스가 있다. 승점 1점을 얻었다 해도 승리가 없는 부담감을 안고 가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은 전통적으로 위기에서 강했다. 이는 일본, 호주, 이란 등 타 아시아 국가들이 쉽게 무너진 점과 비교된다. 이제 한숨만 돌렸을 뿐이다. 홍명보호의 16강 진출 도전은 이제 시작이며, 위기에서 강한 한국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 지 기대된다.
한재현 기자
사진=대한축구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