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남미와 유럽을 대표하는 브라질과 독일이 우승의 9부 능선인 4강 길목에서 만났다. 두 팀 모두 홈 이점과 물오른 경기력을 과시하는 만큼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브라질과 독일은 9일 오전 5시(한국시간) 브라질 벨로 오리존테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미네이랑에서 2014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4강전을 앞두고 있다.
이날 경기는 월드컵 결승전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다. 매 대회마다 우승후보로 꼽힌 전통의 강호들 간 대결인 만큼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 될 수 밖에 없다. 각 포지션 별마다 최고의 선수들이 포진한 것도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GK : ’클래스는 영원?’ 세자르 VS ‘현존 세계 최고의 GK’ 노이어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골키퍼들의 활약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는 경기가 많아졌다. 결정적인 순간 선방은 물론 수비리딩, 공격으로 전환되는 정확한 킥을 잘 구사하는 골키퍼가 존재할수록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베테랑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35, 토론토FC)가 버티는 브라질의 뒷문은 든든하다. 비록 전성기에 비해 기량은 떨어졌고, 이로 인해 토론토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와 이별을 했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전과 같지 않은 세자르의 기량에 의문을 품었으나, 클래스는 영원했다. 8강전까지 5경기에서 4실점 밖에 허용하지 않았고, 풍부한 경험으로 역대 최강으로 손꼽힌 수비진을 더욱 두텁게 만들었다.
골키퍼 왕국 독일의 계보를 잇는 세계 최고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28, 바이에른 뮌헨)도 브라질의 공격을 막을 준비가 되어 있다. 올리버 칸과 옌스 레만의 뒤를 이어 전차군단의 장갑을 낀 그는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거듭나며 현재까지 전차 군단의 뒷문을 수호했다.
무엇보다 노이어가 돋보이는 것은 ‘스위퍼형’이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선방은 물론 넓은 활동량과 정확한 판단으로 수비 역할까지 소화해 내는 괴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독일 수비의 약점이었던 뒷 공간 허용에서 문제점을 노출하지 않는 이유다. 레전드인 올리버 칸도 자신의 후계자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다.
두 선수의 대결은 최고의 골키퍼들에게 주어지는 야신상 수상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신구대결’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DF : 약점을 숨겨라
브라질은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강의 수비진을 앞세워 최고의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다. 치아구 시우바를 중심으로 다비드 루이스, 마르셀로, 다비드 루이스로 구성된 포백은 공격에 비해 수비가 다소 이름값이 떨어졌던 역대 대표팀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주장이자 수비의 리더인 치아구 시우바가 콜롬비아와의 8강전에서 경고누적으로 나설 수 없다. 또한 다비드 알베스의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아 오른 측면 수비도 다소 신통치가 않다. 그 공백을 단테와 마이콘이 메울 것으로 보이지만, 브라질의 4강을 이끌었던 수비력이 최상의 상태가 아닌 것은 우려를 더하고 있다.
독일은 브라질과 달리 수비에서 큰 공백은 없다. 다만 체격이 큰 대신 발이 다소 느린 수비진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 약점을 골키퍼인 노이어의 과감한 판단력으로 메우고 있지만, 노이어가 판단 미스 또는 볼 처리 미숙으로 실수할 경우 급격하게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빠르고 기술이 좋은 브라질 공격수들이 이 틈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양 팀 모두 수비에서 약점을 최대한 메우는 것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MF : 네이마르의 결장, 호재 또는 불행?
브라질을 대표하는 스타이자 세계 축구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네이마르(22, 바르셀로나)를 남은 기간 동안 볼 수 없게 됐다. 네이마르는 콜롬비아와의 8강전에서 상대 수비수 후안 카밀로 수니가의 킥으로 인해 척추골절상을 입었다.
이번 대회에서 3골로 공격과 미드필드 라인 중 가장 많은 골을 기록했던 네이마르의 부상을 뼈아프다. 오스카, 헐크, 프레드 등 공격진에서 화끈한 플레이를 펼쳐주지 못하기에 이들이 침묵을 거듭한다면 독일전에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그럼에도 브라질은 네이마르의 부상을 심기일전으로 삼아 새로운 동기부여로 만들 수 있다. 조직적인 플레이를 통해 활로를 찾고 오스카와 헐크가 각성해준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상대팀 독일이 네이마르 결장에 더욱 경계를 늦추지 않은 이유다.
독일은 가장 큰 무기인 미드필드진을 앞세워 브라질을 공략한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MVP 후보인 토마스 뮐러를 비롯해 메수트 외질, 마리오 괴체, 바스타인 슈바인슈타이거 등 유럽 최고로 손꼽히는 미드필드진을 막는 것은 쉽지 않다. 독일의 득점도 이들이 책임지기에 이들의 발끝이 승부를 결정지을 것이다.
FW : 빈약한 원톱, 4강전에서도 계속?
브라질과 독일의 가장 큰 고민은 명성에 비해 떨어지는 원톱 공격수일 것이다. 후방 자원들에 집중된 득점력을 다양화하기 위해서는 최전방 원톱이 깨어나야 한다. 최근 원톱 공격수들의 중요성을 떨어지고 있으나 결정적인 순간 한방은 원톱 공격수의 발끝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레드가 브라질의 최전방을 책임지고 있지만, 5경기에서 1골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프레드는 브라질 내에서도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을 정도였다. 호나우두 이후 브라질 특급 공격수의 계보를 잇지 못한 점은 아쉽기만 하다. 네이마르가 빠진 상황에서 그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확실한 원톱 공격수가 없는 만큼 요하임 뢰브 감독은 미로슬라브 클로제를 제외하고 원톱 공격수를 데려가지 않았다. 그만큼 뛰어난 미드필더들을 바탕으로 한 제로톱 전술에 대한 자신감도 한 몫 했다. 클로제는 전성기에 비해 기량을 떨어지나 여전히 중요한 순간 한 방 해줄 공격수임에는 틀림이 없다. 현재 호나우두와 함께 역대 월드컵 개인 최다골(15골) 기록과 타이를 이룬 상태에서 1골을 더 넣을 경우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이는 클로제 자신에게도 엄청난 동기부여가 될 전망이다.
한재현 기자
사진=BP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