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파격’적인 감독이다. 부임 후 K리거 관찰, 공식행사 참석 등 한국축구를 위해 쉼 없이 뛰어다니고 있다. 심지어 대표팀 구성에 있어서도 파격 변신을 하며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철학도 확고하다. 정해진 주전은 없다. 소속팀에서 경기에 나서는 선수, 팀 정신에 부합하는 선수만이 그의 선택을 받고 있다. 새로운 변신, 분명 긍정적이고 높게 평가할 만하다.

헌데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 후 변하지 않은 게 있다. 바로 대표팀 수문장이다. 변화가 두려운 걸까, 아니면 이만한 골키퍼가 없는 걸까.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표팀은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을 앞두고 15일부터 제주 서귀포에서 전지훈련을 가진다. 훈련의 의미보다 ‘생존’을 위한 경쟁이다. 대상은 유럽, 중동파를 제외한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권역에서 뛰는 선수들이다. 관심을 모았던 골키퍼는 정성룡(수원 삼성),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이범영(부산 아이파크), 김승규(울산 현대)가 이름을 올렸다.

이 네 선수는 현재 한국 최고의 골키퍼다. 수많은 국제대회를 경험했고, 소속팀에서도 붙박이다. 그런데 이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선수가 과연 없을까?

대답은 ‘No’다. 이들 외에도 분명 경쟁력 있고, 능력이 출중한 골키퍼가 있다.

우선, 네 선수의 기록을 살펴보겠다.

▲ 2014시즌 리그 기준 경기 출전수/실점
수원 정성룡(34경기 33실점)
세레소 김진현(21경기 34실점)
부산 이범영(31경기 38실점)
울산 김승규(29경기 28실점)

브라질 월드컵에서 쓴 맛을 봤던 정성룡은 수원 복귀 후 제자리를 찾았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새롭게 떠오른 김승규 역시 올 시즌에도 0점대 방어율로 밥값을 했다. 이범영은 시즌 막판 선방쇼를 펼치며 부산을 강등 위기에서 구했지만, 초반에 많은 골을 내줬다. 김진현은 구멍난 수비진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J리그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맞았고 팀은 2부로 떨어졌다.

▲ 2014년 9월 이후 대표팀 기록
9월 5일 한국 3 vs 1 베네수엘라(선발 : 김진현, 1실점)
9월 8일 한국 0 vs 1 우루과이(선발 : 이범영, 1실점)
10월 10일 한국 2 vs 0 파라과이(선발 : 김진현, 무실점)
10월 14일 한국 1 vs 3 코스타리카(선발 : 김승규, 3실점)
11월 14일 요르단 0 vs 1 한국(선발 : 정성룡, 무실점)
11월 18일 이란 1 vs 0 한국(선발 : 김진현, 1실점)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후 대표팀 골키퍼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결국, 월드컵에서 부진했던 정성룡은 9, 10월 평가전 소집에서 제외됐다. 이범영은 슈틸리케 감독이 본격적으로 지휘봉을 잡은 10월 평가전부터 부름을 받지 못했다. 김진현, 김승규가 번갈아 가며 대표팀 골문을 지켰다. 이때 권순태와 신화용은 소속팀에서 맹활약했다. 그러나 언급조차 안 됐다. 1월 아시안컵을 앞두고 소집되는 마지막 전지훈련에 네 선수가 모두 선발됐다. 결국, 제자리다.

▲ K리그 대표 수문장 권순태-신화용-유현 기록
전북 권순태(34경기 19실점)
포항 신화용(31경기 29실점)
인천 유현(10경기 11실점)

권순태는 34경기에서 19골 밖에 내주지 않았다. 2012년 이후 두 번째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며 전북에 세 번째 우승을 안겼다. 신화용 역시 31경기에서 29실점했다. 2007, 2013, 2014까지 세 번째 0점대다. 경찰청 전역 후 인천에 합류한 유현은 경기 출전수는 적지만, 슈퍼세이브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한 지도자는 이렇게 얘기했다. “정체되어 있다”고. “국내용, 국제용이 있는 걸 사실이지만, 눈을 조금만 돌리면 쓸만한 골키퍼가 많다.” 왜 변하려 하지 않는 걸까, 아니면 변화가 두려운 걸까. 축구의 특성상 한 번 중용된 골키퍼는 특별할 실수가 없는 이상 잘 바꾸지 않는다. 그렇지만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제 자리 걸음 중인 대표팀 골키퍼는 다시 한 번 되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

[인터풋볼] 이현민 기자 first10@interfoot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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