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힘겨운 원정길에서 거둔 절반의 성공이었지만 중요한 과제를 남긴 한 판이기도 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3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아쉬운 무승부였지만 2위 이란(승점 4점)이 레바논 원정에서 0-1로 패하며 한국(승점 7점)은 조 선두 자리를 지켰고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전망도 밝혔다.
하지만 수비 불안은 옥에 티로 남았다. 이날 경기서 최강희 감독은 박주호(바젤), 이정수(알 사드), 곽태휘(울산), 고요한(서울)로 구성된 플랫 포백을 배치하며 뒷문 단속에 나섰지만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7일 쿠웨이트와의 평가전에서 맹위를 떨쳤던 우즈베키스탄의 측면 공격에 시종일관 휘둘리는 모습이었다.
좌우 날개인 자수르 카사노프와 산자르 투르스노프는 세르베르 제파로프의 정교한 패스 줄기를 적극 활용하며 한국의 양쪽 터치라인을 마음껏 넘나들었다. 반면 고요한의 부진을 시작으로 한국의 측면 수비라인은 대인 방어와 위치 선정에 있어 미흡함을 드러냈고 양 측면에서 공간을 열리자 불필요한 파울이나 볼을 걷어내는데 급급했다.
이로 인해 한국은 무려 21개의 세트피스(프리킥 9개, 코너킥 12개)를 헌납했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감은 힘겨운 승부의 불씨가 됐다. 전반 12분 상대 코너킥 상황에서 기성용이 자책골을 내줬고 이동국의 역전골로 2-1로 앞서고 있던 후반 14분에도 제파로프의 코너킥에 이은 투르수노프의 헤딩 동점골을 허용하며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최강희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부임 후 베테랑 곽태휘, 이정수를 주축으로 전체적인 조화와 공격력까지 겸비한 중앙 수비라인을 구축했지만 측면 수비라인에서는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한 채 진통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국내파와 해외파를 가릴 것 없이 다양한 후보군을 놓고 상대의 전술과 특징에 따라 측면 수비라인을 조합해 경기에 임했지만 어느 하나 100% 만족을 얻지 못했다.
양질의 측면 공격 자원을 앞세워 빠른 템포의 공격 축구를 구사하는 최강희호의 경쟁력이 극대화될려면 보다 안정적인 측면 수비라인을 갖춰야 한다. 다음달 16일 이란 원정에서는 더욱 만만치 않은 고비와 역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과연 최강희 감독이 이란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어떠한 처방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경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