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차두리 다웠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14년간 정들었던 태극 마크를 반납하는 차두리가 자신의 은퇴 경기에서 엄청난 열정과 투혼을 보이며 축구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차미네이터’ 차두리가 3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오른쪽 측면 선발 출전해 전반 43분을 소화하며 마지막 경기를 치렀고, 한국 대표팀은 이재성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경기 후 차두리는 “날씨가 안 좋았는데 너무 많은 팬들이 왔다. 제 은퇴를 같이 축하해주고 기뻐해주셔서 감사하다.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었고, 기쁜 날도 슬픈 날도 있었다. 팬들을 비롯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특별한 날이었다. 이날 경기는 14년간 대표팀에서 맹활약한 차두리가 공식 은퇴를 알리는 날이었고, 차두리는 빛나는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에 입장했다. 뜨거운 열기였다. 그라운드에 차두리가 모습을 드러내자 경기장에 모인 축구 팬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차두리의 은퇴식. 차두리는 팬들의 뜨거운 함성에 눈물을 보였고, 특히 아버지이자, 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범근이 등장해 축하를 건네자 계속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차두리는 “나는 정말로 복 받은 사람이다. 항상 감사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저보다 분명 훌륭한 업적을 남긴 선배들도 있었고, 가깝게는 친구 지성이도 있었다. 경기장에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봤을 때 제가 한 것 이상으로 사랑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면서도 부끄럽고 미안했다. 나는 참 행복한 축구 선수라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차두리는 항상 아버지 차범근에 도전했고, 이는 축구 선수 차두리에게는 원동력이었다. 이에 대해 차두리는 “아버지를 봤을 때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항상 아버지의 명성에 도전했고, 더 잘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아버지라는 큰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홀가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범근은 넘기 힘든 산이었다. 이에 차두리는 “아버지의 큰 아성에 도전을 했는데 실패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조금 밉기도 했다. 이놈의 축구를 아무리 잘해도 아버지 근처를 갈 수 없었다. 속상하기도 했다. 그래도 가장 존경하고, 롤모델로 생각하는 아버지가 제게는 큰 선물이었다”며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인터풋볼=서울월드컵경기장] 정지훈 기자 rain7@interfootball.co.kr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