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축구대표팀이 러시아와의 두 차례 맞대결(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1-0 승, 8일 대전월드컵경기장 2-0 승)을 모두 이겼다. ‘승리’라는 가장 큰 선물을 받았고, 피지컬과 힘이 좋은 팀에 대한 면역력을 키울 수 있었다. 물론 패스 미스나 후반 중반 이후 체력 저하, 이로 인해 밸런스에서 문제를 드러냈지만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았던 평가전이었다.
이번 경기 전후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건 지소연(24, 첼시 레이디스)-박은선(29, 로시얀카)이었다. 8일 둘은 국내에서 처음 투톱으로 나란히 출격했다. 빅앤 스몰 조합은 러시아를 완벽히 압도했다. 오는 6월 열리는 캐나다 월드컵에서 막강 화력을 뽐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와 함께 2연전에서 가장 빛난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여자대표팀의 ‘기성용’ 조소현(27, 인천현대제철)이다.
조소현은 8일 러시아와 두 번째 평가전에서 전반 21분 아크 정면에서 절묘한 오른발 아웃프론트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두고두고 기억될 명장면이다. 이번 두 차례 평가전에서 패싱, 슈팅, 조율, 헌신적인 플레이로 미드필더의 모법답안을 제시했다. 수비 앞 선에서 쓸고 닦고 몸을 사리지 않으면서 상대 공격을 막았다. 포백 누수가 생길 시 커버 플레이, 위험지역에서 영리하게 볼을 빼앗아 수비에 힘을 보탰다. 이렇게 뒷받침해주니 앞에서 공격진들은 마음 놓고 상대를 괴롭힐 수 있었다.
공격적인 역량도 발휘했다. 상대 볼 차단 후 빌드업의 시작점 역할을 했다. 이때 날카롭고 정확한 패스는 동료 발 앞에 그대로 배달 됐다. 상대 수비 뒤를 노리는 공간 패스 또한 일품이었다. 볼의 세기, 높이, 전방에 박은선이 있고 없고에 따른 강약 조절도 빛났다. 경기가 안 풀릴 때 한 번씩 터지는 강력한 슈팅은 상대 간담을 서늘케 만들었다.
조소현의 플레이는 마치 한국 남자대표팀 ‘Key’ 기성용(26, 스완지 시티)을 보는 듯했다. 기성용은 현재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경쟁력을 입증, 세계적인 미드필더로 나아가고 있다. 대표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조소현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여자대표팀에 반드시 필요하다.
조소현은 기성용과 플레이뿐 아니라 여러가지가 닮았다. 우선, 대표팀 전술의 ‘Key’다. 중원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앞서 언급했듯 공수 능력을 겸비했다. 더불어 주장이다. 경기장 안팎에서 카리스마로 동료들을 다독이고 이끄는 리더십을 지녔다. 취재진들과 인터뷰를 할 때도 진솔함이 느껴진다. 할 말은 하고 인정할 건 인정한다. 쉽게 말해 똑 부러진다. 차이가 있다면 조소현은 여자답게 상큼 발랄함이 가미돼 있다.
이런 조소연을 바라보는 지도자와 동료들의 생각은 어떨까.
윤덕여 감독은 “소현이는 팀의 기둥이다. 궂은 일을 도맡아서 한다. 이번에 체력적으로 힘들고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도 팀을 위해 모든 걸 쏟아 부었다. 밖에서 볼 때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며, "선수들, 코칭스태프의 가교 역할을 해줬다. 항상 느껴왔지만 이기면 누구보다 기뻐하고, 패했을 때는 슬퍼할 줄 알고, 승부욕도 강하다. 우리팀에 있어서 고맙고 소중한 보물이나 마찬가지다”라며 조소현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나타냈다.
박은선 역시 조소현에 대해 칭찬을 늘어놨다. “뒤에서 소현이가 버티고 있으니 앞에서 플레이 하기 편하다. 내게 좋은 패스도 많이 넣어 준다. 주장으로서 팀이 하나되게 만들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처럼 모든 면에서 똑 부러지니 지도자나 동료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녀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최근 리그에서 많이 못 뛰었고, 정상적인 컨디션도 아니었다. 사실 5일보다 8일 경기가 더 부진했던 것 같다. 그래도 8일에 골 맛을 봐 기쁘다. 다 동료들 덕이다. 이로 인해 자신감을 찾았다"며, "내가 잘해서라기 보다 앞에서 공격진, 뒤에서 수비진들이 각자 제 역할을 해줬다. 서로 단점은 메워주고 장점을 극대화하면 더 탄탄하고 좋은 팀이 될 거로 확신한다. 여자월드컵에 맞춰 몸을 끌어올려 국민들 성원에 보답하고 세계 무대에서 한국이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당찬 그녀의 바람대로 한국이 여자월드컵에서 첫 승과 함께 16강이라는 큰 꿈을 이룰지 기대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게티이미지코리아
[인터풋볼=대전] 이현민 기자 first10@interfoot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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