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이현호 기자 = 손흥민(28)은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부여받아 완벽히 소화하고 있다.

# ‘토트넘 손흥민’은 해결사

손흥민은 2020-2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8경기에 출전해 8골 2도움을 기록했다. 단연 팀 내 득점 1위다. 2위는 해리 케인(7골 8도움)이다. 리그 전체 득점 랭킹에서도 손흥민은 제이미 바디(레스터 시티), 도미닉 칼버트 르윈(에버턴),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공동 1위에 등극했다.

10월에 열린 3경기에서 4골 2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은 EPL 10월의 선수상까지 받았다. 개인 통산 3회 ‘이달의 선수상’ 수상이다. EPL은 1994-95시즌부터 이달의 선수상을 수여했다. EPL 역사상 이달의 선수상을 여러 번 받은 선수는 많지 않다. 라이언 긱스(맨유), 로비 파울러(리버풀)와 같은 레전드들도 2회 수상에 그쳤다. 범위를 비교적 최근으로 좁혀도 마찬가지다. EPL을 섭렵했던 에당 아자르(첼시),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도 이달의 선수상은 단 2회만 수상했다.

3회 이상 수상한 선수는 손흥민을 포함해 21명뿐이다. 현재 손흥민의 팀 동료이자 과거 EPL 최고의 스타였던 가레스 베일(토트넘), 티에리 앙리와 득점왕 경쟁을 하던 루드 반 니스텔루이(맨유), 리버풀 간판스타 살라가 각각 3회씩 수상했다. 크리스티아노 호날두, 티에리 앙리, 앨런 시어러는 총 4회 수상했다. 손흥민이 한 번 더 수상하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1경기당 1골씩 넣는 손흥민의 맹활약에 힘입어 토트넘은 5승 2무 1패 승점 17점으로 리그 2위에 올랐다. 1위 레스터(18점)와의 간격이 단 1점이어서 언제든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지난 60년 동안 1부리그 우승이 없는 토트넘으로서는 올해가 리그 우승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 ‘국가대표 손흥민’은 도우미

태극마크를 단 손흥민은 골보다 도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손흥민은 11월 중순에 열린 친선 A매치를 앞두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발탁됐다. 지난해 11월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브라질전(0-3 패) 이후 1년 만의 소집이었다. 2019년 10월 스리랑카전(8-0 승) 멀티골 이후 오랜만에 A매치 득점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은 15일에 열린 멕시코전과 17일에 열린 카타르전에 모두 손흥민을 풀타임 출전시켰다. 포지션은 4-3-3 대형에서 왼쪽 측면 공격수로 자리했다. 중앙은 황의조, 오른쪽은 황희찬이 맡았다. 이 셋은 수시로 자리를 바꾸어가며 상대 빈틈을 노렸다.

손흥민은 멕시코전 전반 20분에 왼쪽 측면을 돌파해 수비수들을 분산시켰다. 이어 왼발로 올린 정교한 크로스가 박스 중앙에 있던 황의조에게 향했다. 황희조가 논스톱으로 때린 슛은 그대로 선제골로 이어졌다. 상대 수비의 집중견제를 받은 손흥민은 슛보다는 패스를 활용해 멕시코 수비를 괴롭혔다.

이틀 뒤에 열린 카타르전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1-1로 진행되던 전반 35분에 손흥민이 왼쪽 뒷공간을 침투했다. 이재성의 스루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지체하지 않고 땅볼 크로스를 깔아줬다. 이 공은 또다시 황의조의 논스톱 슛으로 이어져 결승골로 기록됐다.

2경기 연속 손흥민의 도움을 받아 황의조의 골이 나왔다. 황의조는 “(손)흥민이와 어렸을 때부터 같이 대표팀에서 뛰었다. 흥민이가 좋아하는 플레이를 잘 알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움직였다”며 호흡의 비결을 들려줬다. 대표팀에서의 손흥민은 수비를 집중시킨 뒤 동료에게 기회를 주는 플레이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손흥민의 해결사, 도우미 역할 변경을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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