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윤효용 기자 =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다. 축구도 똑같다. 경기장에서 뿐만 아니라 바깥에서도 선택의 순간이 언제나 찾아온다. 대한민국의 유망주이자 발렌시아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에게는 이번 겨울 이적시장이 그 첫 번째 순간이다. 

이강인은 지난 2011년 발렌시아 유스팀으로 이적해 빠르게 성장했다. 발렌시아 유스였던 이스코, 다비드 실바 등과 마찬가지로 월반에 월반을 거듭하며 기대를 받았다. 남들보다 1, 2년 빠르게 발렌시아B 팀까지 올라갔고, 거기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선수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2018년 발렌시아와 1군 프로 계약을 맺으면서 드디어 이강인의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듯 했다. 

하지만 성인 무대는 역시 달랐다. 이강인도 다른 유스 선수들처럼 번뜩임을 보여줬지만 그걸론 충분하지 않은게 1군이다. 꾸준한 활약과 정확한 역할, 전술 이해 능력 등 배워야할 게 많았다. 첫 시즌 코파 아메리카 우승 멤버로 그래도 이름을 올렸고 U-20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수상하며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발렌시아에서 부족한 출전 시간은 이강인의 성장세를 둔화시켰다. 

이제는 1군에서 세 번째 시즌이다. 주목받는 어린 선수에서 이제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나이가 됐다. 이미 안수 파티(바르셀로나), 메이슨 그린우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경쟁자들은 빠르게 치고 올라가고 있다. 이강인도 내심 조급하겠지만 현재 발렌시아에서 미래는 그렇게 밝진 않은 상황이다. 

#이강인의 역할과 전술적인 한계 

이강인이 발렌시아 1군에서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전술이다. 세 번째 감독을 경험 중이지만 이전 감독들과 여전히 상황은 비슷하다. 전술적 틀은 4-4-2로 동일하다. 첫 감독이었던 마르셀리노 토랄, 알베르토 셀라데스 감독도 같은 전술을 사용했고 이강인은 주로 중앙 미드필더 혹은 오른쪽 윙어로 출전했다. 

이강인은 이런 시스템에서 윙어를 소화하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바로 스피드다. 어린 시절부터 스피드를 이용한 플레이보다는 패스 센스와 시야, 정확한 킥력을 계속 갈고 닦아왔다. 발렌시아에서도 윙어 자리로 나올 경우 정확한 크로스 능력으로 승부를 해왔지만 윙어 자리에서 스피드가 없다는 것은 중요한 무기가 하나 없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윙어 자리는 이강인에게 잘 맞지도, 발렌시아에 크게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현재는 세컨드 스트라이커 자리에 서고 있다. 이강인에게 가장 이상적인 자리 중 하나를 줬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발렌시아 공격 시스템이다. 발렌시아는 주로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와 공격수의 득점 본능으로 골을 만들어 내는데, 이 상황에서 이강인이 할 수 있는 건 크게 많지 않다. 이강인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를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공격 전술이 필요하다. 

#남은 계약은 1년 반, 이번 겨울 이적시장은 ‘이적 적기’

이강인의 계약 기간은 2022년 6월로 알려져있다. 흔히 2년이 남았다고들 하지만 다가오는 1월 겨울 이적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1년 6개월 정도 남았다. 

구단이 이적료를 잘 받기 위해서는 선수 계약이 2년 정도 남았을 때가 적기다. 시간이 지날수록 계약 기간이 줄어들면서 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6개월이 남았을 경우 보스만룰에 의해 자유 계약으로 팀을 떠날 수 있다. 발렌시아는 당초 이강인 바이아웃 8000만 유로(약 1053억 원)로 설정하면서 이적을 선택해야 할 경우 이적료를 확실히 받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발렌시아 입장에서도 이번 겨울이적시장이 내년 여름보다는 시기적으로 더 많은 이적료를 챙길 수 있는 시기다. 

또한 이강인도 발렌시아를 끝까지 믿고 가기에는 리스크가 있다. 비슷한 상황에서 맨체스터 시티로 떠나 다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페란 토레스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스페인 출신이자 발렌시아 유스인 페란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옳은 선택이 됐다. 이강인도 이제 출전 시간만 기다리기에는 여유가 많지 않다. 

현재 발렌시아는 재계약을 계속 시도하고 있지만 이강인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이강인에게 관심 있는 팀은 맨시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AC 밀란, 세비야 등이 있다. 이강인의 예상 이적료는 2000만 유로(약 263억 원)로 높은 가격은 아니다. 여러 팀들의 관심이 이어지는 이번 겨울 이적시장 혹은 내년 여름 이적시장이 발렌시아를 떠나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팀으로 이적할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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