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1년 전 은인이 저승사자로 등극할 판이다. 맨체스터 시티의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과 위건 애슬래틱의 관계 이야기다.

만치니 감독이 FA컵 우승 실패에 대한 책임으로 팀을 떠날 것이라는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FA컵 결승전에서 맨시티를 꺾으며 경질 위기까지 몰리게 만든 팀은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맨시티의 리그 우승의 은인인 위건이었다.

1년 전, 맨시티는 시즌 막판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우승컵을 놓고 접전을 벌였다. 양 팀의 승점이 동률이었고 득실차로 맨시티가 1위를 지키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맨유는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하며 승점 3점을 추가했지만 맨시티는 2-1로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맨시티는 마지막 경기 추가시간에 2골을 넣으며 극적인 역전승을 따냈고, 우승을 거머쥐었었다. 승점은 동률이었지만 득실차에서 8골 앞서며 아슬아슬하게 우승을 차지했다.

맨시티가 맨유를 제치고 우승한 데에는 위건의 도움이 컸었다. 지난해 4월, 2위 맨시티가 1위 맨유와 승점 차가 8점이나 났었던 당시, 맨유는 위건에게 0-1으로 패했고, 같은 시간 맨시티는 승리를 거두며 승점 차를 5점차로 줄였다. 5월이 되자 승점 차는 3점으로 줄었고, 맨시티와 맨유가 맞붙은 경기에서 맨시티가 이기며 승점 동률을 기록, 득실차로 1위에 올라섰다. 이 순위는 마지막까지 이어졌고 결국 맨시티가 우승을 차지했다.

만약 지난해 4월에 위건이 맨유를 잡지 못했다면 지난 시즌 우승은 맨유가 가져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시즌 위건은 맨시티에게 은인과도 같은 셈이다.

하지만 지난 은인이 저승사자로 다가오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는 지난 11일 위건과의 2012/2013 잉글랜드 FA컵 결승전에서 0-1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리그에서도 맨유에게 우승컵을 내준 맨시티는 이번 시즌을 무관으로 마감하게 되었다.

맨시티가 위건에게 패한 뒤 만치니 감독의 경질설이 영국 현지 언론에서 집중조명 되고 있다. 특히 영국 공영방송 BBC까지도 지난 12일 “만치니 감독이 곧 경질 될 것이다”라며 “후임으로는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이 유력하다”라는 보도까지 내놨다. 만치니 감독이 이렇게까지 경질설에 시달리게 된 것은 위건에게 패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다.

1년 전 은인이 저승사자로. 만약 만치니 감독의 경질이 확정된다면, 위건과 만치니 감독의 이야기는 이번 시즌 영국 축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왕찬욱 기자

사진=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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