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토트넘의 월드클래스 듀오손흥민과 해리 케인을 봉쇄하기 위해 브렌단 로저스 감독이 맞춤 전술을 들고 나왔다. 기본적으로는 4-2-3-1 포메이션이지만 수시로 3-4-2-1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가져가며 케인과 손흥민을 봉쇄했고, 이것이 제대로 통했다. 결국 로저스 감독이 무리뉴 감독과 지략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레스터 시티는 20일 오후 1115(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4라운드에서 토트넘을 2-0으로 꺾었다. 이로써 승점 27점이 된 레스터는 단숨에 2위로 올라섰고, 토트넘은 2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매치 포인트] ‘손흥민-케인봉쇄하기 위해 맞춤 전술 짜온 로저스 감독

토트넘의 무리뉴 감독은 가장 잘하는 것을 했다. 케인과 손흥민을 공격에 배치해 간결하면서도 위력적인 역습을 시도하는데 중점을 뒀고, 은돔벨레, 시소코, 로 셀소, 호이비에르를 중원에 배치했다. 포메이션 숫자로 보면 4-2-3-1 포메이션이었지만 이전 경기처럼 손흥민이 전방까지 올라가면 4-4-2 포메이션으로 변하기도 했다. 여기에 케인이 2선까지 내려와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했고, 은돔벨레와 로 셀소가 순식간에 올라가는 전술이었다.

반면, 로저스 감독은 토트넘 맞춤 전술을 들고 나왔다. 기본적으로 4-2-3-1 포메이션을 사용해 공격시에는 바디, 반스를 중심으로 날카로운 역습을 시도했고, 메디슨이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자유롭게 움직였다. 그러나 수비를 할 때는 우측면 미드필더 알브라이턴이 수비까지 가담해 사실상 3-4-2-1처럼 변화를 가져갔다.

로저스 감독이 노리는 것은 손흥민과 케인을 봉쇄하는 것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은디디가 케인이 2선까지 내려오며 강하게 압박을 시도했고, 알브라이턴과 저스틴은 수비적으로 내려와 손흥민에게 공간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케인을 향해 강한 압박을 시도하니 토트넘은 공격 작업이 잘 되지 않았고, 은돔벨레와 로 셀소가 중앙에서 찬스 메이커 역할을 하긴 했지만 손흥민이 막히면서 줄 공간을 만들지 못했다.

[매치 분석] 속도와 압박으로 토트넘 봉쇄한 레스터

경기 초반부터 레스터가 강한 압박과 빠른 공격 전환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레스터는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하며 토트넘이 후방에서 빌드업을 시도하지 못하게 했고, 볼을 끊었을 때는 바디, 반스, 메디슨을 중심으로 빠른 역습을 시도했다. 반면, 토트넘은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축구를 통해 찬스를 노렸지만 케인과 손흥민 모두 공간을 만들지 못하며 위력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레스터의 전술이 적중했다. 경기가 답답한 흐름으로 이어지자 케인이 2선 또는 3선까지 내려와 공을 잡았는데 이때 레스터가 거친 압박을 통해 케인이 시야를 확보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때로는 파울을 통해 흐름을 끊었다. 케인이 막히자, 손흥민이 공간을 만들어도 공이 연결되지 않았고, 의미 없는 스프린트만 늘어갔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답답한 경기였다. 이날 무리뉴 감독은 우측면에 로 셀소를 배치했는데, 전형적인 윙어가 없는 상황에서 쉽게 공간을 만들지 못했다. 좌측면 레길론, 우측면 오리에가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찬스를 만들고자 했지만 카스타뉴, 알브라이턴, 저스틴 등 발이 빠르고, 수비력이 좋은 측면 자원들이 토트넘의 측면 공격을 제대로 막아냈다.

결국 레스터가 선제골을 기록했다. 답답한 흐름 속에서 토트넘 선수들이 조급함은 커졌고, 쓸데 없는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줬다. 전반 추가시간 오리에가 불필요한 거친 압박을 시도했고, 이것이 VAR 끝에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 바디의 슈팅은 토트넘 골망을 출렁였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최악의 전반전이었다.

[매치분석] 토트넘을 제대로 분석한 로저스, 결국 역습 한 방에 무너진 토트넘

후반전도 레스터가 주도했다. 무리뉴 감독은 흐름을 바꾸기 위해 후반 시작과 함께 은돔벨레를 빼고 베일을 투입했다. 이때 공수 밸런스가 깨졌다. 무리뉴 감독은 중원에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필요없다고 판단해 베일을 투입했는데, 로 셀소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부상을 당했다. 이에 무리뉴 감독은 어쩔 수 없이 후반 4분 모우라를 투입했는데, 손흥민, 베일, 모우라 모두 측면 자원이었다.

레스터는 여유가 있었다. 토트넘이 측면에 숫자를 늘리자 사실상 5백으로 전환해 수비를 안정적으로 가져갔고, 공격 시에는 바디, 반스, 메디슨 등 최소한의 숫자로 위력적인 찬스를 만들었다. 토트넘은 풀리지 않는 날이었다. 후반 14분 중원에서 길게 연결된 볼을 바디가 헤더로 연결했는데, 이것이 알더베이럴트 맞고 자책골로 연결됐다. 레스터는 수비를 안정적으로 구축한 후 단 한 번의 역습으로 추가골을 만든 것이다.

무리뉴 감독이 다시 한 번 변화를 줬다. 후반 19분 오리에를 빼고 윙크스를 투입하며 중원에서 패스를 공급할 수 있는 선수를 넣었다. 그러나 몇 차례 찬스를 살리지 못했고, 레스터는 여전히 케인과 손흥민에게 강한 압박을 시도하며 대인 방어를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토트넘은 파이널 서드에서 세밀함이 부족했고, 레스터는 후반 막판 프라트와 이헤아나초까지 투입하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이끌어 승리를 따냈다.

결과적으로 로저스 감독이 무리뉴 감독과 전술 싸움에서 승리한 것이다. 경기 후 바디는 "우리는 계획을 세우고 이곳에 왔다. 그 계획을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충분히 레스터가 이길만한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우리는 토트넘 진영에서 찬스가 나면 바로 득점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며 전술적으로 잘 준비했음을 이야기했다.

이어 바디는 "토트넘이 라인을 올리자마자 우리는 압박을 시작했다. 공을 빼앗기 위해서 상대를 괴롭혔다. 계속 뒤 공간을 찾아다니며 찬스를 노렸다"면서 전술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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