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풋볼] 이현호 기자 = 이강인(19, 발렌시아)의 첫 이적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이강인은 한국축구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드필더 유망주다. 만 9세에 스페인 발렌시아 유스팀 입단테스트를 통과한 그는 곧바로 팀 내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2011년 마요르카 국제축구대회에서 MVP로 선정됐고, 2013년 대회에서는 득점왕을 거머쥐었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이강인은 2013년에 발렌시아와 6년 계약을 체결했다. 2017년에는 COTIF U-20 대회에 출전해 발렌시아 U-20 팀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만 15세에 불과했던 그는 대회 MVP로 선정됐다. 발렌시아는 일찍이 이강인을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울 계획을 세웠다.
발렌시아는 2017년에 이강인과의 계약을 2년 연장했다. 그해 12월 말 이강인은 발렌시아 B팀 소속으로 레알 사라고사 B팀과의 리그 경기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2018년 초에는 랴고스테라전 후반전에 교체 투입돼 어시스트 1개를 기록했다. 이강인의 프로 무대 첫 공격포인트였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16세.
발렌시아는 또다시 재계약을 맺었다. 2018년 7월 발렌시아는 이강인과의 계약을 2022년 6월까지 연장 체결했다. 여기에 최소 이적료인 바이아웃 금액을 8천만 유로(약 1070억 원)로 설정했다. 일찍부터 큰 기대를 받아온 그는 발렌시아 출신 왼발잡이 미드필더인 다비드 실바, 후안 마타와 비교되곤 했다.
이강인의 1군 데뷔전은 2018년 10월 말에 열렸다. 스페인 국왕컵 에브로전에 선발 출전했다. 이는 한국선수 역대 최연소 유럽 빅리그 1군 데뷔전으로 기록됐다. 이강인은 2019년 1월 13일에 스페인 라리가 데뷔전을 치렀다. 이로써 이강인은 이천수, 이호진, 박주영, 김영규에 이어 라리가에서 뛴 5번째 한국인이 됐다.

태극마크를 달고도 날아다녔다. 당시 정정용 감독이 이끌던 대한민국 U-20 대표팀에 소집된 이강인은 폴란드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에 출전해 ‘막내형’다운 면모를 보였다. '막내형'이란 나이는 가장 어린데 실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U-20 대표팀 동료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한국은 FIFA 주관 남자대회 최초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 2골 4도움을 기록한 이강인은 대회 최우수선수인 골든볼을 수상했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을 1군 로스터에 등록하면서 등번호 16번이 적힌 프로 유니폼을 건네줬다. 2019-20시즌에는 꿈의 무대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무대까지 밟았다. 9월에 열린 첼시 원정 경기에서 후반 막판에 로드리고와 교체되어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이 역시 한국 역대 최연소 챔피언스리그 출전 기록으로 남았다.
내친김에 프로 데뷔골까지 터뜨렸다. 9월 25일 홈에서 열린 헤타페전에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2-1로 앞서가던 전반 39분에 오른발 땅볼 슛으로 팀의 세 번째 득점을 성공시켰다. 이강인의 이 득점은 구단 외국인선수 최연소 득점, 한국인 라리가 최연소 득점자로 남았다. 이날 이강인은 득점 외에도 첫 골과 두 번째 골 장면에서 기점 패스를 기록했다.
안타깝게도 이강인은 소속팀 및 대표팀에서 날기 시작한 뒤로 출전 기회를 조금씩 잃었다. 2019-20시즌 라리가 17경기에 출전했는데 그중 14경기가 후반에 교체 투입된 경기다. 여기서 2골을 기록했다. 이번 2020-21시즌에는 라리가 12경기에 출전 중이다. 이중 5차례는 교체로 들어갔다. 아직 골은 없으며 도움 3개를 기록했다.
스페인 현지에서는 이강인이 하루빨리 발렌시아를 떠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스페인 ‘마르카’는 “지난여름 발렌시아를 떠나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페란 토레스(20)처럼 이강인도 새 팀을 알아봐야 한다. 발렌시아가 오랫동안 자신을 성장시켜줬더라도 지금은 출전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토레스 역시 이강인처럼 발렌시아 유스팀 출신이지만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고자 잉글랜드 맨시티로 떠난 미드필더다.
이젠 이강인 차례다. 현재 발렌시아 감독인 하비 그라시아는 좀처럼 이강인을 믿지 못하는 모습이다. 발렌시아가 올 시즌 리그에서 거둔 4승은 모두 이강인이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나왔다. 리그와 국왕컵을 모두 포함하면 이강인이 선발 출전한 8경기에서 발렌시아는 5승 2무 1패를 거뒀다. 그럼에도 이강인의 선발 기회는 늘지 않는 형국이다.
발렌시아는 꾸준히 이강인에게 재계약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부여받은 출전 시간이 만족스럽지 못한 이강인은 재계약을 고사하고 새 팀을 알아보고 있다. 바이아웃이 높기 때문에 이적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강인 측은 임대이적 후 완전이적으로 팀을 옮기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한 달 뒤 만 20세가 되는 이강인은 그 무엇보다 출전시간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