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풋볼] 윤효용 기자= 행정가로서의 삶은 준비하던 박지성이 이번에는 전북 현대 클럽 어드바이저로 합류하며 K리그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유럽 유수 클럽에서 활동했던 박지성이기에 전북의 수준을 크게 올려줄 거라는 기대도 크지만 아직 박지성이 ‘초보 행정가’인 점을 기억해야 할 거 같다.
지난 19일 K리그 팬들을 설레게 할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한국 축구의 레전드’, ‘해외축구의 아버지’ 박지성이 K리그 전북 현대와 손을 잡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곧이어 전북 현대의 공식 발표가 나왔다. 전북은 “박지성이 클럽 어드바이저로 부임했다. K리그와 아시아를 넘어, 전북현대는 이제 세계로 도약을 준비한다”고 전했다.
박지성은 한국축구 레전드다. 2002년 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터뜨린 그 골은 영원히 국민들의 기억 속에 남았다. 이후 J리그 교토 퍼플상가,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 이어 2005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부름을 받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팀 맨유로 이적했다. 거기서도 리그 우승 4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클럽 월드컵 1회 등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은퇴 후에는 행정가로 진로를 설정했다. 2016년 국제축구연맹(FIFA)가 국제적인 스포츠 행정가를 키우기 위해 만든 마스터 코스에 입학했고, 1년 동안 공부를 마치고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과 맨유 엠버서더를 겸임했고,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행정가’로서 첫 발을 K리그에서 딛였다.
#유럽 선진 축구 시스템을 경험한 박지성을 향한 기대와 역할

박지성은 대한민국 선수 중 손흥민을 제외하고 유럽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선수다. 11년 가까운 시간을 선수로서 유럽에 머물렀다. 그냥 그저 그런 팀이 아니라 네덜란드 명문 PSV, 잉글랜드 명문이자 세계 최고의 팀이었던 맨유에서 활약했다. 그만큼 선진 축구 시스템을 오래 경험했고 내부까지 잘 아는 인물이다.
전북에서 박지성이 맡을 역할은 바로 ‘클럽 어드바이저’다. 이전까지 국내 축구구단에 이런 직책은 없었다. ‘조언자’가 될 수도 있고 ‘총괄’이 될 수도 있다. 구단 정책부터 유스팀까지 모두 관여할 수 있는 파워가 생긴다. 박지성은 기자회견에서 “구단에서 원하는 것은 내가 가진 경험을 공유해지며, 조언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나의 모든 것을 구단과 공유할 것이다”고 밝혔다.
여기에 박지성은 전북에 집중하기 위해 맨유 엠버서더라는 직책까지 내려놨다. 아시아 마케팅의 수장 역할까지 내려놓으며 제대로 행정가 일에 나서겠다는 다짐이다. 그는 “전북에서 일하면서 맨유 엠버서더 일을 할 수는 없다. 당연한 일이고 전북과만 일을 하게 됐다”고 명확하게 말했다.
박지성은 커리어 이후 맨유 엠버서더로 활동한 것 이외에는 국내 축구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 활동은 없었다. 맨유 엠버서더까지 내려놓은 것은 이번에는 진짜 K리그 행정가로서 인정을 받아보겠다는 다짐과 같다. 과거 KFA 유스전략부장과 맨유 엠버서더를 겸임하면서 있었던 비판의 시각도 이번 기회에 만회할 수 있다.
전북은 지난 시즌 K리그 4연패, FA컵 우승을 거두면서 도매스틱 더블을 달성했다. 하지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주전 선수들 전력 이탈로 조별 리그를 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탈피하고 세계로 나가기 위해 유럽 시스템을 잘 아는 박지성을 선임한 것은 화제와 기대를 모두 잡은 적절한 결정이었다.
#박지성에게 K리그는 익숙하지 않다는 점도 기억해야

그러나 무조건 잘 될 거라는 기대만 거는 것도 독이다. 박지성이 경험한 유럽 무대와 K리그는 정말 다르다. 박지성은 유럽의 잘 갖추어진 시스템 속으로 들어갔지만 K리그는 그렇지 않다. 시민구단과 기업구단이 섞여 있지만 아직 자생 시스템을 가지지 못한 점도 완전히 다르다.
또 선수 생활도 모두 외국에서 한 점이 걸리는 점이다. 박지성은 커리어 전체를 일본과 유럽에서 보냈다. 은퇴도 PSV 에인트호벤에서 하면서 국내 무대에서 뛰어본 경험이 없다. K리그와 유럽 팀들을 비교할 순 있겠지만 구단 사정과 K리그 시스템을 완전히 알기 위해서는 분명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당장 큰 변화는 없을 수도 있다. 아니 사실 그게 당연할 수도 있다. “내가 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한 박지성의 말처럼 전북이 갑자기 아시아 최고의 팀으로, 아시아 팬들의 대폭 유입도 기대하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 일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과도한 비판은 좋지 않다. 박지성의 첫 1년을 보고 판단해도 나쁘지 않다. 박지성은 아직 초보 행정가다. 건전한 비판과 관심으로 박지성이 행정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게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