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오종헌 기자 = 감독으로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 도전했던 프랭크 램파드와 올레 군나르 솔샤르의 희비가 갈렸다.

첼시는 지난 25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램파드 감독을 성적 부진으로 경질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역시 "어려운 결정이었다. 램파드 감독의 헌신에 감사를 표하고 미래의 성공을 기원한다. 그의 상징성은 전혀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고 작별사를 남겼다.

이로써 램파드 감독은 첼시 사령탑 부임한지 약 19개월 만에 쓸쓸하게 퇴장했다. 램파드 감독보다 조금 앞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았던 솔샤르 감독과 대조되는 상황이다.

# 첼시-맨유의 레전드, 감독으로 친정팀에 돌아오다

램파드는 첼시의 전설이다. 2001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떠나 첼시에 입단한 뒤 약 13년 동안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특히 중앙 미드필더였음에도 날카로운 킥을 바탕으로 엄청난 득점력을 자랑했다. 램파드는 첼시 구단 역사상 최다 득점 기록(211골)을 보유하고 있으며 EPL 역대 득점 5위(177골)에 올라있다.

2013-14시즌을 끝으로 첼시와 작별한 램파드는 맨체스터 시티, 뉴욕 시티(미국)를 거친 뒤 2016년 현역에서 은퇴했다. 이후 2018년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소속의 더비 카운티 감독직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지도자 생활을 하게 된다. 2018-19시즌 팀을 리그 6위에 올려놓으며 승격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아스톤 빌라에 1-2로 패하며 승격은 좌절됐다.

감독으로서 맡은 첫 팀의 첫 번째 시즌임을 고려하면 충분히 인상적인 성적이었다. 이에 첼시가 램파드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첼시는 EPL 3위, 유로파리그 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둔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과 한 시즌 만에 결별이 확정된 상태였다. 결국 2년 차 ‘초보 감독’ 램파드는 약 5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램파드와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바로 현재 맨유를 이끌고 있는 솔샤르 감독이다. 솔샤르는 1996년 노르웨이의 몰데를 떠나 맨유에 입단했다. 이후 10년 넘게 맨유에서 활약하며 1998-99시즌 맨유가 트레블(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 FA컵 모두 우승)을 달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바이에른 뮌헨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역전골을 터뜨린 바 있다.

솔샤르는 2007-08시즌을 앞두고 맨유에서 축구화를 벗었다. 맨유 통산 기록은 366경기 126골. 솔샤르는 은퇴 후 곧바로 맨유 2군, 몰데를 이끌며 일찌감치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얼마 후 솔샤르도 친정팀 맨유의 부름을 받았다. 시작은 임시 감독이었다. 2018년 12월 조세 무리뉴 감독의 후임으로 감독 대행을 맡았다.

솔샤르의 임시 감독 시절 임팩트는 대단했다. 맨유 역사상 부임 후 6연승을 기록한 최초의 감독이 되는 등 뛰어난 지도력을 선보였다. 결국 맨유는 솔샤르 감독에게 정식 계약서를 내밀었다. 정식 사령탑 부임 후 다소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지난 시즌 EPL 3위로 성적을 마무리하며 결국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 2020-21시즌이 반환점을 도는 1월, 두 감독의 엇갈린 희비

지난 시즌 나란히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획득한 첼시와 맨유는 전력 보강이 필요했다. 첼시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 여파로 2번의 이적시장에서 단 한 명의 선수도 영입하지 않아 대대적인 리빌딩이 예고됐다. 맨유는 2020년 1월 브루노 페르난데스 영입 효과를 톡톡히 봤고, 우측면 공격수 등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에 알맞은 선수를 채워놓는 것이 목표였다.

이적시장의 결과물을 놓고 봤을 때 첼시는 대성공이었고, 맨유는 아쉬웠다. 첼시는 티모 베르너, 하킴 지예흐, 카이 하베르츠, 티아고 실바, 벤 칠웰, 에두아르드 멘디 등 전 포지션에 걸쳐 보강을 단행했다. 이들을 영입하는데 사용한 금액만 무려 3,000억 원이 넘는다.

반면 맨유는 알렉스 텔레스, 도니 반 더 비크를 데려오면서 왼쪽 수비와 중원을 보강했고 에딘손 카바니가 최전방에 합류하며 경험을 더했다. 하지만 텔레스, 카바니 영입은 이적 시장 막판에야 가까스로 이뤄졌고 그토록 원했던 제이든 산초(20, 도르트문트)는 영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두 팀의 행보는 달랐다. 출발은 첼시가 좋았다. 리그 개막 후 11경기에서 6승 4무 1패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에버턴(0-1패), 울버햄튼(1-2패) 2연패를 포함해 최근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에 모두 1-3으로 패하며 부진에 빠졌고 순위는 하락했다. 특히 첼시는 상위권팀들을 상대로 모두 승리하지 못했다.

맨유는 달랐다. 최근 셰필드 유나이티드에 1-2로 패하기 전까지 리그 13경기 무패 행진(10승 3무)을 달리고 있었다. 어느새 순위도 리그 2위까지 올라섰다. 셰필드전 패배로 선두 탈환은 실패했지만 1위 맨시티와 승점 1점 밖에 차이 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역전 우승도 가능하다. 2012-13시즌 이후 첫 리그 우승 도전에 도전하고 있다.

# 램파드의 쓸쓸한 퇴장…또 다른 '초짜 감독' 솔샤르, 올 시즌 결말은?

램파드 감독은 결국 최근 부진으로 첼시의 지휘봉을 내려놨다. 결과로 말해야 하는 최상위 리그의 상위권 팀을 이끌고 저조한 성적이 이어지면서 경질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첼시는 잦은 사령탑 교체로 유명한 팀이었다. 평균 재임 기간이 13개월에 불과하다. 감독 교체도 빠르게 진행됐다. 파리생제르망(PSG)을 이끌었던 토마스 투헬이 신임 감독으로 임명됐다.

그렇다면 솔샤르 감독은 남은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 우선 최근 분위기는 좋다. 하지만 분명 솔샤르 감독도 위기는 있었다. 시즌 초반 EPL 6경기에서 2승 1무 3패의 성적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또한 유럽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터키의 복병’ 이스탄불 바샥세히르에 1-2로 패했고 마지막 2경기에서 PSG, RB라이프치히에 모두 무릎을 꿇으며 최종 순위 3위에 그쳤다. 

이에 경질설이 돌기도 했다. 바샥세히르 원정 이후 팬들이 사임을 요구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솔샤르 감독도 성과에 대한 압박이 있다. EPL 왕좌에 오르지 못한다면 다른 우승 트로피라도 가져와야 한다. 현재 맨유는 레알 소시에다드와 유로파리그 32강을 앞두고 있다. 또한 FA컵 16강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상대한다. 맨유 정식 감독 3년차. 이제는 결과로 증명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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