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2012/1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올 시즌은 일찌감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기 우승이 확정된 데 이어 강등권 경쟁마저 싱겁게 끝나면서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우승 경쟁 못지 않게 재미있는 것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 싸움이다. 빅클럽 들에게 챔피언스리그 진출 여부는 다음 시즌의 운명을 좌우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스널은 아르센 벵거 감독이 1996년 지휘봉을 맡은 이후 단 한 차례도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에 실패해 본 적이 없다. 특히 8년 무관에 머무른 아스널이 다음 시즌 대대적인 돈 보따리를 풀 것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어 팬들의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최근 몇 년 간 로빈 판 페르시, 사미르 나스리, 알렉스 송 등 주요 선수들이 우승이라는 갈증을 풀기 위해 팀을 떠났다. 그러나 아스널에 매력을 느끼는 요소는 다름 아닌 챔피언스리그에 꾸준히 나간다는 점이다. 8년 무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좋은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참고로 최근 아스널과 강하게 연결되고 있는 피오렌티나의 스테판 요베티치는 소속팀 피오렌티나와 아스널의 챔피언스리그 진출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트넘 역시 챔피언스리그에 사활을 거는 이유가 있다. 토트넘은 올 시즌 후반기 가레스 베일(리그 32경기 20골)의 원맨쇼 활약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수많은 유럽 명문구단의 레이더 망에 들어선 베일을 지키내기 위해서는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절실하다.
두 팀은 오래 전부터 북런던 지역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라이벌이라는 단어가 무색할만큼 토트넘은 아스널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토트넘은 아스널보다 높은 순위로 마친 적이 없으며 우승컵 숫자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게 부족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토트넘은 아스널과의 격차를 크게 줄이면서 북런던 맹주 자리를 넘보고 있다.
특히 근래 들어 두 팀이 중요한 길목에서 충돌하는 횟수가 빈번해졌다. 아스널은 2005/06시즌과 2011/12시즌에도 토트넘과 최종라운드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두 차례 모두 미소를 지었다. 2005/06시즌 아스널은 위건을 4-2로 물리치면서 웨스트햄에 패한 토트넘을 따돌리고 극적으로 4위로 마감했다.
지난 시즌에는 6위 첼시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함에 따라 3위 아스널까지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졌다. 이에 따라 토트넘은 4위를 차지했지만 유로파리그로 밀려나는 설움을 겪었다.
올 시즌 역시 아스널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다. 현재 아스널(승점 70/ 득실차 +34)은 토트넘(승점 69/ 득실차 +19)에 1점 차로 앞서 있어 남은 한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 자력으로 4위에 오른다.
이번 주말 열리는 최종라운드에서 아스널은 뉴캐슬 원정경기, 토트넘은 아스톤 빌라와의 홈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토트넘에게 남은 희망이라면 아스널이 세인트 제임스 파크 원정 경기에 나선다는 점이다.
하지만 뉴캐슬은 지난 37라운드 퀸즈파크 레인저스(QPR)전 승리로 이미 리그 잔류를 확정지은 상황이라 동기부여가 현저하게 떨어져 있다. 뉴캐슬의 앨런 파듀 감독은 QPR전 승리 후 인터뷰에서 "이제 아스널에 0-4로 져도 상관없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낳은 바 있다.
팬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파듀 감독은 "아스널전의 결과가 상관없다는 이야기는 물론 농담이었다. 아스널에 0-4로 지고 기뻐할 수는 없는 법“이라며 ”강등의 압박을 덜어낸 것이 기뻐서 한 이야기다. 지난 두 차례 홈경기에서 패했기에 팬들에게 마지막 경기에서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승리를 다짐했다.
북런던 맹주의 자리를 놓고 다투는 아스널과 토트넘. 주말 열리는 최종라운드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시인 객원 에디터
사진=BPI
# 객원 에디터는 축구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다루기 위해 축구의 모든 것 '인터풋볼'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 에디터의 기사는 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