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풋볼] 윤효용 기자 =축구는 빠르게 변하고 선수들도 혜성처럼 등장했다 소리도 없이 사라진다. 프로의 세계에서 한 시즌이라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쉽게 잊혀진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바로 우리 시대에는 리오넬 메시-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그랬다. 두 선수는 2000년대 중반 축구계에 등장해 역사를 바꿀 만한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냈다. 발롱도르 개수만 봐도 메시가 6개, 호날두가 5개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호날두가 한 개 더 적지 않느냐는 말이 나올 수 있지만 호날두는 760호골이라는 축구 역사상 최다골 기록을 세웠다. 단순 기록 만으로는 두 선수의 우위를 정할 수 없다.
이 두 선수는 지금도 세계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호날두가 36세, 메시가 33세인 것을 감안하면 언제 에이징 커브(나이로 인한 기량 저하)가 와도 이상하지 않지만 여전히 선수 랭킹 최상단에 있다. 메시는 이번 시즌 리그 15골 3도움으로 라리가 2위에 올라있고, 호날두는 세리에A 16골 2동움으로 로멜루 루카쿠와 득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 00년대생 선수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80년생들이 아직까지 축구판을 호령하고 있는 점은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 큰 무대에서 성적은 내지 못하고 있다. 메시는 지난 2014-15시즌 트레블 이후 한 번도 빅이어를 들지 못했고, 호날두 역시 2018년 유벤투스 이적 후 팀의 UCL 성적을 바꿔놓은 적이 없다. 이번 시즌도 16강 1차전에서 두 선수의 소속팀이 모두 졌다. 바르셀로나는 파리 생제르맹(PSG)에 1-4 대패를 당했고, 유벤투스는 포르투 원정에서 1-2 충격패를 내줬다. 아직 2차전이 남아있지만 ‘메날두’의 존재감이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메날두’가 침묵한 가운데 그 자리를 치고 들어오는 두 선수가 있다. 바로 킬리안 음바페(23, PSG)와 엘링 홀란드(21, 도르트문트)다. 음바페는 메시 앞에서 해트트릭을 선보이며 바르셀로나를 격파했고, 홀란드는 세비야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의 역전승을 견인했다.
단순히, 한 경기만 잘했다고 해서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게 아니다. 음바페는 10대부터 AS모나코를 이끌고 챔피언스리그 8강을 달성한 신성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챔피언에다 지난2019년에는 메시와 유러피언 골든슈를 놓고 다퉜다. 당시 음바페의 나이는 21세였지만 이미 리그 33골로 리그1 득점왕을 차지했고, 메시와 경쟁을 벌였다.
홀란드는 지난 시즌부터 주목을 받았지만 정말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시즌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팀에 합류했지만 15경기 13골 2도움으로 팀의 주전 자리를 꿰찼다. 이번 시즌도 16경기 15골 3도움으로 더 성장한 모습이다. 여기에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력은 더욱 경이롭다. 2019-20시즌 10골을 넣으며 득점 2위에 올랐고, 이번 시즌은 8골 1도움으로 득점 랭킹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홀란드도 음바페를 의식한 발언을 하면서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놨다. 홀란드는 세비야전 후 “음바페에게 고맙다. 전날 음바페가 메시의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이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밝히며 서로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분명 그 동안 축구계를 양분한 메시-호날두가 저물어 가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하지만 너무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축구팬들을 열광케 할 또 다른 두 선수가 우리 앞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