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윤효용 기자 =‘스페셜 원’의 시대가 이제는 끝난 걸까. 조세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이 유로파리그 16강에서 탈락했다.

토트넘은 19일 오전 2시 55분(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위치한 스타디온 막시미르에서 열린 2020-2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16강 2차전에서 디나모 자그레브에 0-3으로 패했다.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던 토트넘은 합산 스코어 2-3로 역전을 허용하며 대회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리그 수준 차이로 보나 선수 이름값으로 보나 토트넘이 자그레브보다 더 강한 팀이었기 때문이다. 손흥민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해리 케인, 루카스 모우라, 위고 요리스 등 경험 많고 기량이 검증된 선수들이 선발로 나섰다. 케인만 봐도 자그레브 선수들 몇 명을 합친 것보다 몸값이 높은 선수다.

그러나 홈에서 강한 자그레브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전반전부터 밀리기 시작해 후반전 오르시치에 선제골을 내준 뒤부터는 더욱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다. 한 골만 넣어도 진출할 수 있었지만 연장까지 이어지는 접전에도 득점에 실패했고 결국 오르시치에 해트트릭을 내주면서 유로파 16강 탈락이라는 굴욕을 당했다.

처참한 결과에 무리뉴 감독에 대한 경질론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토트넘의 부진에는 감독의 역량 부족도 크다는 여론이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기본 자세도 안 됐다”고 선수단을 향해 쓴소리를 남겼지만 여론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이번에도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무리뉴 감독은 첼시, 레알 마드리드, 인터 밀란, 맨유 등을 이끈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이다. 트레블을 비롯해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 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린 명장이다. 스스로를 ‘스페셜원’이라 부른 축구계의 이단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근 5년 동안 답답한 수비 축구와 공격 전술의 부재로 명성이 추락 중이다. 또 선수단과 불화를 일으키며 첼시, 맨유에서 경질되기도 했다.

토트넘 감독직을 맡으면서 ‘새로운 무리뉴’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지만 일년 만에 비슷한 비판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공격 전술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고 선수들 체력 관리도 똑바로 되지 않고 있다. 시즌 초반 팀을 1위까지 끌어올렸던 것도 무리뉴 감독의 전술적 역량보다는 손흥민-케인의 기량에 의존한 것이 컸다. 공격 전술 없이 내내 이 두 선수에게 의지하다 결국 혹사로 인해 손흥민이 부상으로 쓰러졌고 팀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앞으로 토트넘에서 무리뉴 감독의 운명은 몇 경기 안에 결정될 수 있다. 이번에도 경질되면 위약금은 벌겠지만 이제 감독으로서 빅클럽을 맡을 가능성은 적다. ‘시대를 못 따라가는 구식 감독’ 딱지가 계속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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