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풋볼] 이현호 기자= 손흥민(토트넘)을 향한 잣대가 지나치게 엄격하다.
손흥민은 지난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에 선발 출전했다. 햄스트링 부상에서 갓 회복한 손흥민은 오랜만에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0-0으로 진행되던 경기는 손흥민 발끝에서 흐름이 깨졌다. 전반 40분 루카스 모우라의 땅볼 크로스를 받은 손흥민은 논스톱 슈팅으로 맨유 골망을 흔들었다. 올 시즌 리그 14호 골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6-17시즌에 세운 한 시즌 리그 최다골 기록과 동률이다. 남은 7경기에서 1골만 더 추가하면 신기록을 쓰게 된다.
하지만 골보다 더 이슈가 된 장면이 있다. 전반 33분경 손흥민은 수비하는 과정에서 맨유 미드필더 스콧 맥토미니와 경합했다. 맥토미니는 팔을 휘둘러 손흥민의 압박을 벗어났다. 손흥민은 그대로 얼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주심은 이를 보지 못하고 경기를 진행 시켰고 곧이어 에딘손 카바니의 득점이 나왔다.
그러나 현대 축구에는 VAR이라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있지 않은가. 주심은 VAR을 돌려본 후 맥토미니가 손흥민에게 파울을 범했다고 선언했다. 그로 인해 카바니의 득점이 취소됐다. 앞서 경고 한 장을 받은 맥토미니는 이 파울에서 카드를 받지 않았다. 맨유는 3-1로 승리했음에도 이때 카바니의 골이 취소된 점을 꼬집었다.
경기 종료 후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내 아들(son)이 손흥민처럼 오랫동안 그라운드에 누워있으면 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반칙을 당한 손흥민의 태도를 지적했다. 얼굴을 맞고도 상대 감독에게 혼난(?) 손흥민이다.
토트넘의 조세 무리뉴 감독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솔샤르의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 왜 당신(미디어)들은 솔샤르의 저 말을 지적하지 않는가”라면서 “손흥민은 솔샤르보다 더 나은 분을 아버지로 뒀다. 행운아다”라고 손흥민을 감쌌다.
감독들의 설전 외에 팬들의 설전도 이어졌다. 맨유 팬들은 손흥민의 소셜미디어(SNS)로 달려가 인종차별성 폭언을 쏟아냈다. 그 수위가 심각하자 토트넘 구단은 “인종차별적 악플을 자제하라”며 선수를 보호했다.
이 정도면 아시아 선수여서 비판을 받는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현역 시절 맨유 주장이었던 로이 킨은 방송에서 “손흥민 같은 선수가 저렇게 나뒹굴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는 평을 달았다. 옆에 있던 미카 리차즈 역시 “부끄럽다. 이건 축구가 아니다. 이게 반칙이면 다들 집에만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솔샤르 감독을 비롯해 이들의 발언은 지나치게 감정적이성이다. 손흥민은 분명히 맥토미니의 손에 얼굴을 맞았다. 심판은 VAR 기술로 리플레이를 수차례 돌려보고 확인했다. 오히려 카드가 나오지 않은 게 이상한 상황이지만 영국 패널들은 하나같이 손흥민을 나무랐다. EPL 모든 선수들 유니폼 소매에는 ‘No room for racism(인종차별 반대)’이라는 슬로건이 새겨져있다. 과연 이 슬로건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지 묻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