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오종헌 기자 =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꺼내든 묘수가 결국 역효과를 불러일으켰고, 맨체스터 시티는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맨시티는 30일 오전 4시(한국시간) 포르투갈 포르투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두 드라강에서 열린 2020-2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첼시에 0-1로 패했다. 이로써 창단 첫 UCL 우승을 노렸던 맨시티의 꿈은 좌절되고 말았다.

이날 맨시티는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최전방에 스털링, 더 브라위너, 마레즈가 포진했고 포든, 귄도간, 베르나르두 실바가 중원을 구성했다. 4백은 진첸코, 디아스, 스톤스, 워커가 책임졌고 에데르송이 골문을 지켰다. 첼시는 베르너, 하베르츠, 마운트, 캉테, 뤼디거, 실바, 멘디 등으로 맞섰다.

전반 초반부터 팽팽한 접전이 펼쳐졌다. 먼저 맨시티가 포문을 열었다. 전반 8분 에데르송이 단번에 넘겨준 패스를 스털링이 받아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곧바로 첼시도 반격에 나섰다. 베르너가 전반 14분 하베르츠의 패스를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전반 중반 첼시가 악재가 발생했다. 실바가 착지 과정에서 부상을 당했다. 직접 교체를 요청했고 크리스텐센이 대신 들어왔다. 첼시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43분 마운트가 환상적인 스루패스를 넣어줬고, 하베르츠가 에데르송을 제친 뒤 침착하게 밀어 밀어 넣었다.

후반 초반 맨시티에도 부상 변수가 찾아왔다. 0-1로 끌려가던 후반 13분 더 브라위너가 뤼디거와 충돌하면서 결국 제주스와 교체됐다. 이후 맨시티는 아구에로까지 투입하면서 공세를 펼쳤지만 결국 첼시의 골문을 열지 못했고 패하고 말았다.

# 펩의 묘수, 로드리 제외→’포든+귄도간+실바’ 중원

UCL 결승전 맨시티 선발 라인업
UCL 결승전 맨시티 선발 라인업

이날 과르디올라 감독은 기존과 다른 전술을 꺼내 들었다. 포메이션은 본래 즐겨쓰는 4-3-3 대형이었고 더 브라위너 ‘제로톱’ 전술은 기존과 같았다. 하지만 중원 조합이 익숙하지 않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원래 로드리 혹은 페르난지뉴를 3선에 기용하고 포든, 귄도간, 실바, 더 브라위너를 좀 더 전진 배치했다.

하지만 이번엔 로드리, 페르난지뉴가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포든, 귄도간, 실바가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귄도간이 처진 위치에서 공격을 조율하는 후방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기존 3선 자원들만큼 수비력이 좋지는 않다. 올 시즌에는 제로톱으로 뛸 정도로 공격적인 역할을 더 부여 받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의도는 명확했다. 공격 지향적인 스타일이 강한 선수들을 중원에 배치해서 특유의 점유율 축구로 전방에서부터 첼시를 압박하고 득점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하지만 첼시의 수비는 단단했고, 후방에서 한 번에 찔러주는 패스에 오히려 맨시티가 애를 먹었다.

결과적으로 과르디올라 감독의 변칙 중원 전술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베르츠의 결승골 실점 당시에도 맨시티 선수들은 라인을 상당히 올린 상황이었다. 빈 공간에 마운트의 날카로운 침투 패스가 들어갔고 하베르츠가 이를 마무리했다. 후반 19분 실바를 빼고 페르난지뉴를 투입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 펩, “내 전술은 최선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과르디올라 감독은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팽팽한 경기였다. 전반에는 아쉬웠지만 후반에는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첼시가 너무 강했다. 내가 생각하는 최전의 전술을 꺼내 들었지만 상대의 롱볼에서 비롯된 세컨드볼 싸움에서 너무 고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신들은 의문을 품었다. 영국 ‘BBC’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꺼내든 전술은 위험 부담이 너무 컸고,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왜 이런 급진적인 변화를 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언급했고, 독일 스포르트1은 “수비형 미드필더 없는 도박과 다름없는 전술. 그동안 잘해왔던 전술을 왜 쓰지 않았나”고 평했다.

과거에도 과르디올라 감독은 중요한 순간에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전술이 아닌 묘수를 꺼내 들어 패한 경험이 있다. 과거 바르셀로나를 이끌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1-12시즌 UCL 4강 2차전에서도 파격적인 전술을 택했다. 상대팀 역시 공교롭게도 첼시.

당시 1차전 원정에서 0-1로 패했던 바르셀로나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고, 이에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택은 공격적인 전술인 3-3-4 포메이션이었다. 결과적으로 바르셀로나는 하미레스, 페르난도 토레스에 2실점을 내주며 2-2 무승부를 거뒀고,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11-12시즌 UCL 4강 2차전 펩의 파격 전술
11-12시즌 UCL 4강 2차전 펩의 파격 전술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금까지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정식으로 1군 무대 감독을 맡은 바르셀로나에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 3회, UCL 우승 2회 등 수많은 우승컵을 차지하며 2010년대 바르셀로나의 황금기를 이끌었고 단숨에 명장 반열에 올라섰다.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3년 연속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을 기록했으며 지난 2016년 부임했던 맨시티 역시 수많은 우승컵을 가져왔고 올 시즌 3번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우승, 잉글랜드 풋볼리그(EFL)컵 4연패를 달성했다. UCL을 정복하면 3관왕이 가능했다.

지금까지 여러번 우승을 차지했고 수차례 결승 무대에도 올랐을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경험 부족이라는 변명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구단 첫 UCL 우승이라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과르디올라 감독은 익숙하고 잘하는 전술이 아닌 변칙 전술을 꺼내 들었고 결국 악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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