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오종헌 기자 = 최근 김민재를 향한 이적설이 뜨겁다. 가장 대표적인 구단은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와 포르투갈 거상 포르투다. 

대한민국 수비의 현재이자 미래인 김민재가 여름 이적시장을 앞두고 유럽 구단들과 연결되고 있다. 김민재는 지난 2019년 전북 현대를 떠나 중국 슈퍼리그 소속인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했다. 이미 K리그 무대에서 가능성을 입증했던 김민재는 입단과 동시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처음 김민재가 유럽 이적설이 떴던 것은 지난 여름. 당시 포르투, 토트넘 훗스퍼를 포함해 라치오(이탈리아), PSV아인트호벤(네덜란드) 등 여러 팀들의 이름이 거론됐다. 이미 2018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기 때문에 병역 문제가 해결된 상황이었다. 유럽 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된 셈이다.

결국 어떤 팀들과도 이적 성사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김민재는 베이징에 잔류했다. 하지만 김민재는 올해 12월 계약이 만료된다. 계약 기간이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유럽 이적설이 발생했다. 당초 베이징은 1,500만 유로(약 203억 원) 가량의 몸값을 책정했지만 현재는 이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이적이 가능할 전망이다.

가장 먼저 거론된 팀은 이탈리아 세리에A 최다 우승(36회)에 빛나는 유벤투스였다. 포르투갈 매체 'SIC'는 "김민재는 다음 시즌부터 유벤투스에서 뛸 것이다. 계약 기간은 2025년 6월까지다. 특히 유벤투스는 김민재와의 계약에서 4,500만 유로(약 607억 원)의 바이아웃 조항을 삽입할 것이다"며 구체적인 협상안까지 언급했다. 

최근에는 포르투 이적설이 나왔다. 포르투갈 매체 ‘레코드’는 "포르투는 김민재 영입과 관련해 베이징과 합의를 마쳤다. 남은 것은 김민재 측과의 개인 합의 문제다. 이것이 마무리되면 협상은 7월 중에 완료될 것이며 김민재는 다음 시즌 포르투의 일원으로 합류할 것이다”고 보도했다.

유벤투스 소속 메리흐 데미랄(좌) 마티아스 데 리흐트(우)
유벤투스 소속 메리흐 데미랄(좌) 마티아스 데 리흐트(우)

# 유벤투스, 험난한 주전 경쟁?...임대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김민재가 뛸 수도 있는 팀들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유벤투스와 포르투는 구단의 위상이나 리그 수준, 선수단의 전력에서 분명 차이가 있다. 유벤투스에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하다. 김민재의 포지션 경쟁자로는 지오르지오 키엘리니, 레오나르도 보누치, 마티아스 데 리흐트, 메리흐 데미랄이 있다. 

이들 중에서 키엘리니와 보누치는 각각 36살, 34살이다. 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든 만큼 이제 많은 경기에 뛸 수 없을 뿐더러 기량도 하락세다. 김민재의 직접적인 경쟁자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데 리흐트(21살), 데미랄(23살)은 아직 나이가 어리다. 이미 주전급으로 활약 중인 선수들이다.

다음 시즌부터 유벤투스를 이끌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3백과 4백을 병행한다. 김민재가 데 리흐트, 데미랄과 함께 3백을 맡는다면 좋은 시나리오가 되겠지만 4백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두 선수는 어린 나이에도 경험이 풍부하다. 단순 기량도 김민재보다 우위라면 김민재는 3순위 센터백이라는 입지를 벗어날 수 없다.

다만 김민재가 곧바로 유벤투스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닌 검증의 절차를 밟는다면 말이 달라진다. 이탈리아 '칼치오 메르카토'는 "김민재는 유벤투스로 이적한 뒤곧바로 사수올로로 임대를 떠날 것이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유벤투스와 사수올로는 예전부터 수 차례 임대 이적을 통해 선수 영입과 관련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수올로는 올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를 8위로 마무리했다. 꾸준히 중위권 성적을 기록 중인 만큼 유럽 무대를 경험하지 못한 김민재에게는 좀 더 많은 출전 시간을 얻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팀이다. 사수올로에서 기량을 끌어올리고 이탈리아 무대에 적응하면 유벤투스에서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포르투에서 성장한 뒤 빅리그行?

포르투의 베테랑 센터백 페페
포르투의 베테랑 센터백 페페

포르투의 경우 경쟁 자체는 유벤투스보다 덜 치열할 전망이다. 포르투는 올 시즌 베테랑 수비수 페페를 중심으로 상셀 음벰바, 디오고 레이트 등이 센터백을 구성했다. 페페와 음벰바가 나란히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27경기에 모습을 드러내며 주전 조합을 꾸렸다. 

두 선수 모두 경험은 충분하다. 그러나 김민재가 포르투에서 주전 경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이유는 센터백 자원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페페는 이제 38살이기 때문에 다음 시즌도 20경기 이상을 소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음벰베는 주전으로 뛴다고 하면 남은 한 자리는 페페가 아닌 다른 선수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포르투의 3순위 센터백 레이트와 첼시에서 임대로 활약했던 말랑 사르는 세르지우 콘세이상 감독의 확실한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레이트는 22살로 아직 유망주다. 성장 정도에 따라 얼마든지 상황이 변할 수 있지만 김민재가 충분히 레이트를 밀어내고 3순위 정도의 입지를 굳힐 수도 있다.

유벤투스와 달리 포르투에서는 페페, 음벰바에 이어 3순위 정도의 입지만 구축해도 출전 시간을 충분하게 얻을 수 있다. 포르투는 프리메이라리가를 포함해 국내 컵대회는 물론 유럽 챔피언스리그까지 소화해야 한다. 30대 후반인 페페가 시즌 내내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렵기에 자연스레 김민재에게 기회가 온다.

또한 포르투의 별명은 '거상'이다. 유망주들이나 유럽 중소리그의 선수들을 저렴하게 영입한 뒤 빅클럽에 엄청난 이적료를 받고 판매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다가 복귀한 페페도 원래 포르투에서 성장했고 히카르두 카르발류, 데쿠, 하메스 로드리게스, 헐크 등도 다 포르투를 거쳐갔다. 

# 유벤투스-포르투, 어떤 팀이든 기회는 있다!

확실히 유벤투스는 지금 당장 충분한 출전 시간을 얻을 수 있는 팀이 아니다. 그러나 임대를 통해 발전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스쿼드를 기준으로 본다면 한 시즌 정도 임대를 다녀왔을 때 상황이 좋아질 수 있다.

반면 포르투는 상황에 따라 첫 시즌부터 주전급 선수로 뛸 수 있다. 다만 앞서 포르투가 거상의 기질을 발휘해 김민재가 빅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시기가 언제일지는 모른다. 또한 최근 나카지마 쇼야(일본)의 사례처럼 부진이 이어지면서 쫓겨나듯 방출될 수도 있다. 

두 팀 모두 김민재에게 좋은 시나리오와 좋지 않은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 그러나 김민재는 이미 아시아 정상급 기량을 갖춘 수비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베이징의 동료 헤나투 아우구스트가 "김민재는 천재다. 브라질 국적이었다면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을 것이다"고 칭찬한 바 있다. 어떤 팀이든 성사만 된다면 김민재가 도전해볼 가치는 있다. 

사진=장승하 기자,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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