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축구는 감독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이번 유로 2020 결승전이 그랬다.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노련한 경기 운영과 탁월한 용병술로 흐름을 바꿨다면 상대적으로 큰 무대 경험이 부족했던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미숙한 용병술과 경기 운영으로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이탈리아는 12일 오전 4(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결승전에서 잉글랜드와 1-1 무승부를 거뒀고, 승부차기에서 3-2로 승리했다. 이번 승리로 이탈리아는 53년 만에 유로 우승을 차지했고, 잉글랜드는 사상 첫 유로 결승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 3-5-2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준 사우스게이트 감독, 성공적인 선택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때부터 유연한 전술 변화와 탁월한 세트피스 전술로 호평을 받았다. 보통 잉글랜드는 4-2-3-1 포메이션을 플랜A로 사용하며 공수 밸런스를 중요시 하는 축구를 하지만 상대가 강할 때는 3-4-3 또는 3-5-2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줘 안정적인 수비를 구축한 후 역습을 시도하는 축구를 한다.

이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전방에 케인과 스털링을 배치해 자유롭게 움직이게 했고, 보누치와 키엘리니 센터백 뒤 공간을 노렸다. 여기에 마운트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했고, 좌우 윙백에 쇼와 트리피어를 투입해 이탈리아의 측면을 노렸다.

결국 이른 시간에 선제골이 나왔다. 전반 2분 케인이 반대로 열어준 패스를 트리피어가 받았고, 이때 워커가 오른쪽으로 빠르게 오버래핑을 시도하며 수비를 끌었다. 이에 트리피어가 과감하게 얼리 크로스를 올렸고, 케인과 스털링 마크에 집중한 사이 쇼가 침투해 정교한 논스톱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에도 잉글랜드의 경기 운영은 좋았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미식축구와 농구의 스크린플레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잉글랜드만의 세트피스 전술을 완성시켰는데, 매과이어, 케인, 스톤스 등이 세트피스에서 위력을 보여주며 경기를 주도했다. 분명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3-5-2 전술을 성공적이었고, 사상 첫 유로 우승에 근접하는 것처럼 보였다.

# 적극적인 변화를 가져간 만치니, 소극적이었던 사우스게이트

만치니 감독은 전술적인 실패를 인정하고 능동적으로 변화를 줬고, 적극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후반 9분에 바렐라와 임모빌레를 빼고 크리스탄테와 베라르디를 투입하며 변화를 가져갔고, 이때부터 확실하게 경기를 주도했다. 결국 후반 22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보누치의 동점골이 나왔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동점이 된 상황에서 경기의 주도권을 되찾아야 했던 사우스게이트 감독이었지만 선택은 소극적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왕성한 활동량을 가져가며 체력적인 문제가 있었던 마운트와 부진했던 스털링을 교체해야 했지만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후반 25분과 29분에 각각 트리피어와 라이스를 빼고 사카와 헨더슨을 투입했다.

팽팽한 흐름이었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수비벽을 뚫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교체 카드인 래쉬포드, 산초를 투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지만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추가골 보다 경기 밸런스가 더 중요했다.

반면, 만치니 감독은 능동적으로 변화를 줬다. 만치니 감독은 후반 41분 베르나르데스키를 투입하며 공격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고, 연장 전반에는 벨로티와 로카텔리를 투입하며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 역시 연장 전반 9분 그릴리쉬를 투입하며 창의성을 더하려고 했지만 래쉬포드와 산초의 투입은 경기 종료 직전에 이뤄졌다.

# 용병술 대참사, 결국은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완패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용병술은 최악에 가까웠다. 연장전에 래쉬포드를 투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투입하지 않았고, 래쉬포드와 산초를 투입한 시점은 경기 종료 직전이었다. 승부차기를 염두에 둔 교체 카드였고, 이 것이 결국에는 실패로 이어졌다.

잉글랜드는 승부차기에서 케인과 매과이어가 성공시키며 앞서 갔지만 래쉬포드, 산초가 연달아 실패하며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용병술은 실패로 이어졌다. 여기에 마지막 키커로 2001년생인 사카를 내세웠는데 결국 실축하며 이탈리아의 승리로 이어졌다.

이 선택에 대해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책임은 나에게 달려있다. 나는 훈련을 기초로 승부차기 순번을 결정했다. 오늘 밤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승부차기에 관해서는 내 선택이며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다"며 자신의 선택이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이어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우리는 물론 매우 실망했다. 먼저 선수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경기장에서 자신을 내던졌다. 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어서 즐거웠고, 우리는 멀리 나아갔다. 그러나 오늘 패배는 라커룸에서 정말로 고통스럽다며 패배의 아픔을 전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용병술에 대해 로이 킨과 조세 무리뉴 감독은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했고, 영국 현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결국 감독의 경험 차이에서 승부가 갈렸고, 잉글랜드는 자신들의 안방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하며 우승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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