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제이든 산초를 위해서라도 라파엘 바란 영입은 필수적이었다.

맨유는 28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우리는 프랑스 국가대표 센터백이자, 월드컵 우승자인 바란 영입에 합의했다. 이제 메디컬 테스트와 개인 조건을 마치면 영입이 확정된다”고 발표했다.

먼저 산초는 안토니오 발렌시아 이후 정통 우측 윙어가 존재하지 않았던 맨유에 반드시 필요했던 영입이다. 맨유는 2020-21시즌 좌측와 우측의 공격 비중이 각각 42%와 33%일 정도로 좌우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다. 단순히 공격 빈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격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맨유는 우측 공격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는데 어려워하는 팀이었다.

물론 산초가 우측 윙어로 기용된다고 해도 맨유의 공격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 재계약을 통해 포그바가 잔류하고, 루크 쇼가 건재한 이상 맨유 주요 공격은 좌측에서 전개될 것이다. 상대도 이를 간파하고, 좌측 공간을 주지 않기 자연스레 좌측에 밀집하는 수비 대형을 준비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우측 윙어는 자연스레 상대 좌측 수비수와 일대일로 마주하게 된다. 수비수와 공격수가 일대일로 맞서게 된다면 유리한 쪽은 공격수다. 맨유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야 했지만 지난 시즌 경우에 메이슨 그린우드는 부진했고, 다니엘 제임스는 역량이 부족했다.

하지만 2021-22시즌부터 맨유의 우측에는 산초가 있을 것이다. 이때 산초의 역량을 더욱 살리기 위해선 우측 풀백의 전진이 필수다. 상대 미드필더가 우측으로 지원을 오지 못하거나, 늦을 경우에 상대 좌측 풀백은 산초와 맨유 우측 풀백, 주로 아론 완 비사카를 모두 막아야 하는 수적 열세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는 산초가 펼칠 수 있는 선택지를 늘려준다는 의미다. 축구 지능이 높은 산초의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는 확률이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게다가 산초는 공격적인 풀백과의 호흡이 상당히 좋은 선수다.

여기서 팬들이 걱정하는 건 완 비사카가 과연 공격적인 풀백으로서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다. 비사카는 수비력은 좋은데, 공격이 아쉬운 반쪽짜리 풀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다. 맨유 입단 이후 비사카는 전술적인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비사카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먼저 빅토르 린델로프를 분석해야 한다.

린델로프의 전술적 희생양이 된 완 비사카
린델로프의 전술적 희생양이 된 완 비사카

린델로프는 센터백이지만 수비 범위가 좁으며, 신체 조건이 좋거나 빠른 선수에게 약점이 있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린델로프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완 비사카의 수비 위치를 중앙 지향적으로 조정했다. 린델로프가 지난 시즌 공중볼을 제외한 수비에서 안정성이 좋아진 것도, 완 비사카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혹여 3선에 폴 포그바가 위치할 경우, 비사카는 더욱 전진하기 어려웠다.

솔샤르 감독이 프레드와 스콧 맥토미니 조합을 꾸준히 기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솔샤르 감독은 수비 라인을 최대한 끌어올리길 원했지만 해리 매과이어와 린델로프는 역습 저지 능력에서 장점이 있는 선수들이 아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진 압박과 수비 전환 속도가 좋은 프레드와 맥토미니를 선택한 것이다. 덕분에 맨유의 실점은 분명히 감소했으나 후반기로 갈수록 프레드와 맥토미니의 패스 전개 능력은 한계를 드러냈고, 체력적으로 지쳐가는 브루노 페르난데스에게 과부화가 걸리고 말았다.

바란과 산초 영입의 효과
바란과 산초 영입의 효과

하지만 맨유는 바란이 영입되면서 우측 풀백의 희생이 필요하지 않게 됐고, 중원 조합에서도 다양성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바란은 린델로프에 비해 수비 범위가 넓고, 일대일 수비도 출중하다. 속도를 바탕으로 보여주는 커버 능력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센터백이다.

물론 전술적 희생을 감안해도 완 비사카의 공격력은 세계 정상급 풀백과는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다행인 건 완 비사카는 점차 공격력이 개선되는 중이라는 점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2019-20시즌에 비해 키패스(25회→31회), 기회 창출(29회→35회), 크로스 성공률(14%→22%)이 좋아졌다. 지난 시즌 같이 우측에서 호흡을 맞춘 그린우드와 제임스가 부진한 와중에도 공격 지표가 발전했다는 건 분명 유의미한 지표다.

우측 풀백의 전진에 제약이 생기지 않는다면 맨유는 4-2-3-1 포메이션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지만 4-3-3 포메이션처럼 플레이할 가능성이 크다. 공격 시에는 3-2-5와 같은 형태를 갖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3선 미드필더의 공격력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기에 프레드-맥토미니 조합에서도 탈피하는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 바란의 수비 능력 덕에 폴 포그바와 도니 반 더 비크를 3선에 무리없이 기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맨유는 산초를 통해 좌우 공격의 효울성을 보완했고, 팀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완성할 수 있는 바란을 데려왔다. 두 선수가 아직 프리미어리그에서 어느 정도의 활약을 해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도르트문트와 레알 마드리드 시절만 그대로 재현해도 맨유는 분명히 지난 시즌보다 강력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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