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위기의 순간 김치우(29, 서울)의 왼발이 또 다시 빛을 발했다.

김치우는 5일 새벽(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카밀 샤문 스포츠시티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0-1로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왼발 프리킥 동점골을 터트리며 한국을 패배의 위기에서 건져냈다.

최강희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는 순간이었다. 경기 시작전 김치우를 선발로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스위스의 FC바젤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주호(26)가 있었고 중앙과 왼쪽 측면에서 모두 활약할 수 있는 김영권(23, 광저우)도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의 선택은 김치우였다. 본업인 수비뿐만 아니라 세트피스 키커로서의 가치가 컸기 때문이다. 대표팀에서 세트피스는 거의 기성용(24, 스완지)의 몫이었다. 하지만 기성용은 이번 경기에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다. 또 다른 키커인 구자철(24, 볼프스부르크)은 부상으로, 박종우(24, 부산)는 독도 세리머니 징계로 이번 경기에 결장이 불가피해 김치우가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김치우는 대표팀에서 중요한 승부처에서 늘 골을 터트려왔다. 2009년 4월 1일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1-0 승)에서 후반 42분 왼발 프리킥 결승골을 성공시켰고 최강희 감독의 부임 첫 경기였던 지난해 2월 26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에서도 2-3으로 쫓기던 후반 45분 페널티지역 오른쪽 부근에서 왼발 프리킥으로 쐐기골을 터뜨려 승부를 갈랐다.

레바논전에서도 김치우의 진가가 발휘됐다. 모두가 끝났다고 하는 순간 또 다시 왼발 프리킥으로 기적을 썼다. 그가 그동안 A매치에서 터트린 골은 총 5골. 그중에서 무려 3골을 왼발 프리킥을 적중시켰다.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 능력에 왼쪽 풀백부터 측면과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김치우의 존재감은 최강희호에 커다란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김치우의 목표는 월드컵 본선 참가다. 김치우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활약했지만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의 포지션은 왼쪽 풀백은 최강희 감독이 부임한 이후 매번 주인이 바뀐 곳이다. 만약 김치우가 우즈베키스탄(11일)과 이란(18일)을 상대로 계속 활약을 펼친다면 무주공산의 대표팀 왼쪽 풀백은 김치우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꿈에 그렸던 월드컵 본선 무대도 점차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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