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코 앞에 둔 A대표팀이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 포지션만큼은 안정적이다’라고 단언할 수 없으니 좋은 경기력을 기대하는 것도 어찌보면 무리 아닐까. 그나마 거론이 덜 되고 있는 정성룡(28, 수원)이 지키고 있는 골문은 어떤가.

대표팀은 지난해 6월 8일부터 카타르전(4-1 승)을 시작으로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돌입했다. 얼마 전 치러진 레바논전까지 포함해 1년 동안 최종예선 6경기와 친선전 3경기를 소화했다. 9경기에서 13실점을 허용한 대표팀. 가장 큰 문제로 매번 바뀌어 흔들리는 수비 조직력을 들 수 있다. 이 안에 잠재된 불안요소가 있으니 ‘수문장’ 정성룡이다.

정성룡은 현재 대한민국의 대표하는 최고의 골키퍼다. 2010 남아공 월드컵, 2012 런던 올림픽 등 수 많은 국제대회 경험과 소속팀 수원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골키퍼의 최우선 덕목인 안정감을 최대 무기로 김병지-이운재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 받고 있다. A매치 48경기(42실점) 밖에 내주지 않으며 0점대 실점율을 자랑한다. K리그 클래식에서도 10년 동안 217경기를 소화하며 225실점을 허용했다.

이처럼 기록상으로 봤을 때 최고로 손색없다. 하지만 대표팀 내 수비 불안은 정성룡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실 9경기를 치르는 동안 곽태휘를 제외한 중앙과 측면 수비 모두 매 경기 바뀌다시피 했다. 수비는 조직력이 생명인데 단기간 소집되는 대표팀에서 골키퍼와 중앙 수비수와의 소통을 더 없이 중요하다. 골키퍼가 수비라인 뒤에서 수시로 콜을 하고, 지시를 내려줘야 하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계속 대표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세트피스 실점으로 이어졌다. 2월에 열렸던 크로아티아(0-4)와의 친선전을 비롯해 지난해 호주(1-2), 최종예선 3차전 우즈벡(2-2), 4차전 이란(0-1), 6차전 레바논(1-1) 원정까지 상대 세트피스에 골을 내주기 일쑤였다.

최근 실점 장면에서 정성룡의 플레이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5차전 카타르(2-1 승), 6차전 레바논(1-1 무)전에서 중거리 슈팅으로 두 골을 내준 건 반응 속도가 느렸다. 골키퍼가 가장 막기 어려운 바운드 된 볼이긴 했으나 슈팅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선제 실점이다. A대표팀은 항상 경기를 잘 풀어오다 상대에 선제골을 내준다. 이후 분위기는 급격히 다운되는데 이때 골키퍼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직까지 현역으로 뛰고 있는 김병지(43, 전남)는 실점을 내주더라도 후배들을 독려하며 파이팅을 불어 넣는다. 은퇴한 이운재(40)도 묵직한 카리스마 안에 이 순간만큼은 소리치며 용기를 북돋았다.

어찌보면 정성룡은 김병지와 이운재의 중간선상에 놓여 있다. 김병지는 톡톡 튀지만 순발력은 역사상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이운재는 안정감이 최고 무기다. 두 선수 모두 페널티킥을 잘 막기로 정평이 나 있을 정도로 장점이 뚜렷하다.

이제 정성룡은 자신의 무기인 안정감에 리더십을 장착해야 한다. 그래야 최고 골키퍼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경기력뿐만 아니라 대표팀에서 서열이 중간 선상에 있기 때문에 선후배들의 중간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

남은 두 경기(우즈벡, 이란)에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정성룡이 골문을 지키게 된다. 김영광은 올 초 당한 부상으로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범영은 아직 경험면에서 미숙하기 때문에 선발 출전이 힘들다.

또 선제 실점을 내줄 수도, 아니면 쉽게 경기를 풀어갈 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더 이상 실점해서는 안 된다. 어려운 상황 속에 조금 더 적극적이고 동료들을 이끄는 카리스마를 발휘해야 대표팀의 월드컵 8회 연속 본선행이 현실로 다가온다.

이현민 기자

사진=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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