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한국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K리그 클래식의 옥석을 발굴하기 위해 부임 후 처음으로 경기장을 찾았다.

홍명보 감독은 6일 대전 시티즌과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가 열리는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경기 전 양팀 감독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그는 취재진들의 인터뷰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이어 VIP석에서 경기를 관전한 후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지난달 24일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홍명보 감독은 그 동안 K리그를 관전하지 않았다. 이미 40명의 예비 엔트리를 정해놓고, 11일 최종 23인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홍명보 감독이 비공식적으로 경기장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경기는 연패의 늪에서 헤어나오려는 대전, 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부산의 맞대결이었다. 두 팀에는 중요했지만 사실 대표팀 감독에게 구미가 당기는 경기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선수도 박종우(24), 이범영(24) 밖에 없었다. 박종우는 이날 경고 누적으로 제외됐다.

우선 홍명보 감독은 이범영을 보러 왔을 가능성이 크다. 이범영은 지난해 런던 올림픽대표팀의 일원으로 한국이 사상 첫 동메달을 따는데 일조했다. 이후 꾸준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고, K리그에서도 주전 자리를 꿰차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무실점 선방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런데 홍명보 감독이 단순히 이범영을 보기 위해 먼 걸음을 했을리 만무했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K리거를 대거 중용할 뜻을 내비쳤다. 특히 이번 대표 선발 기준으로 팀 기여도나 국제 무대에서 통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우선 순위로 꼽았다. 그렇기에 그의 마음 속에는 언론이 주목하지 않은 다른 선수가 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데이터나 팀 기여도에서는 임상협(25)이 1순위다. 임상협은 리그 16경기에서 5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가 장점으로 올 시즌에는 해결사 본능까지 발휘하며 팀 공격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세밀한 연결 플레이나 투박함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게다가 임상협을 뽑기에는 현재 대표팀에는 공격과 측면 미드필더 자원이 너무 많다.

그렇다면 눈은 수비수로 향할 수 밖에 없다.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부산의 좌측을 책임지고 있는 장학영(32)이 뽑힐 가능성이다. 장학영은 지난 시즌 부산으로 이적해 팀의 좌측을 든든하게 책임지고 있다. 올 시즌에도 리그 전경기(17경기)에 나서 2골 1도움을 올리고 있다. 30대를 넘겼지만 체력과 탁월한 공수 능력을 겸비했다.

홍명보 감독의 대표 선발 기준 중 학연, 지연에 구애 받지 않는 점도 장학영 선발에 힘이 실린다. 장학영은 과거 연습생으로 시작해 2004년 성남에 입단했다.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1군으로 진입했다. 2006년 딕 아드보카트의 선택을 받아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아 A매치 5경기를 뛰었지만 이후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다. 2010년 중반 성남을 떠난 2년 간 병역의무를 다한 장학영은 지난 시즌 하반기에 부산 유니폼을 입게 됐다. 지난 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전성기 못잖은 기량을 구가하고 있다.

윤성효 감독은 “팀 플레이에 가장 부합하는 영리한 선수다. 화려함보다 내실을 갖췄고, (장)학영이가 걸어온 길이 말해주듯 매사 성실하다”며 칭찬했다.

홍명보 감독이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현 대표팀은 측면 수비 불안을 안고 있다. 그나마 우측은 형편이 낫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3연전 중 2경기(레바논, 우즈벡, 이란)에 선발로 출전한 김창수(28, 가시와 레이솔)가 좋은 활약을 했다. 런던 올림픽 조별리그에서도 붙박이로 활약에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신광훈(26, 포항), 박진포(26, 성남), 오재석(23, 감바 오사카)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좌측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최종예선 3연전에서 김치우(30, 서울)이 준수한 활약을 했으나 수비적인 부분에서 믿음을 주기 부족했다. 런던 올림픽 멤버인 윤석영(23, 퀸즈 파크 레인저스)은 최근 SNS 논란과 경기력 저하, 박주호(27, 바젤)는 대표팀에서 날개를 못 펼치고 있다. K리거 중에서는 컨디션이 오른 홍철(23, 홍철)이 있지만 수비보다 공격 재능이 뛰어나다.

‘팀’을 중요시 하는 홍명보 감독의 스타일상 장학영의 최적의 선수다. 경험이 풍부하고, 공수 밸런스를 갖춘데다 현 상황에서 중앙 수비가 유력한 홍정호(24, 제주), 김영권(23, 광저우), 김기희(24, 알 사일리아), 장현수(22, FC도쿄) 등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 줄 수 있다. 또한 지난 시즌 부산에서 함께 좌우에 나란히 배치됐던 김창수와 짜임새 있는 측면을 구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외 중앙 미드필더인 이종원(24)이 있다. 이종원은 런던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으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 경기력이 좋지 않아 홍명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기는 역부족이다.

첫 번째 행선지로 대전-부산전을 찾은 홍명보 감독. 과연 이 경기를 통해 얻으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 11일 밝혀지게 된다.

이현민 기자

사진=부산 아이파크


저작권자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