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U-20 월드컵 이후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BVB)의 러브콜을 받았던 류승우(20, 중앙대)가 국내 잔류를 선택했다. 절호의 기회를 놓쳐 아쉬움이 클 수 있지만, 한 편으로는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류승우는 18일 언론을 통해 BVB 입단을 공식적으로 거절했다. 그는 “아직은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에, 경험을 쌓고 다른 기회를 찾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1주일 동안 뜨거웠던 류승우의 독일 진출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유럽진출은 대한민국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고 있다. 국내보다 더 나은 환경, 최고의 팀과 선수들이 즐비하기에 자신의 명성과 돈, 실력을 끌어 올릴 수 있다. BVB는 독일 분데스리가 내에서 가장 열정적인 팬덤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 한 강팀이다. 로베르토 레반토프스키와 마크 훔멜스, 마르코 로이스, 일카이 귄도간, 마르코 로이스 등 유럽 최고 수준의 공격과 수비를 자랑하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뛰고 있는 일본 출신 미드필더 카가와 신지도 BVB를 거치면서 크게 성장했다.

류승우의 이번 BVB 입단 거절로 아쉬워하는 팬들도 상당수다. 특히 20세 어린 선수에게 BVB같은 큰 팀에서 제의를 받는 자체 만으로 대단하고, 앞으로 쉽게 이런 팀들로부터 다시 제의를 받는 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류승우에게 있어 이번 BVB 입단은 아직 시기상조였다. 젊은 나이에 해외에서 적응하고 뛴다는 것은 쉽지 않다. 수준 높은 독일 축구를 적응하는 것은 물론 문화와 환경, 언어, 음식 등에서도 한국과 달라 적응하는데 힘을 많이 써야 한다. 강한 의지와 심장을 가진 선수가 아니라면 어린 나이의 류승우에게는 너무나도 큰 짐이다.

손흥민(21, 레버쿠젠)을 예로 들어 반박할 수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손흥민은 어린 시절부터 함부르크 유소년 팀에 들어갔기에 독일 축구를 미리 익혔고, 환경적인 적응을 빨리 할 수 있었다. 그가 1군 무대에서도 빠른 시간 내에 맹활약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러나 류승우는 갑작스럽게 진행되었기에 그가 독일 무대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

한국 선수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군 문제다. 군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이상 유럽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차후 재계약과 연봉 협상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군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시안 게임 금메달과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류승우가 현재 유럽에 진출하게 된다면,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출전이 무산 될 수 있다. 월드컵과 달리 차출에 응해야 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잔류를 선택해서 잃을 것은 없다. 최근 K리그 수준도 높아지면서 국내 무대에서 충분히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 승강제로 인해 K리그 클래식은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치고 있고, 이로 인해 전체적인 경기 수준도 성장했다. 최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유다. 드래프트제가 완화되면서 구단들은 자유선발제로 선발이 가능하다. U-20 월드컵 이후 주가가 오른 류승우를 잡으려는 클래식 상위권 팀들의 경쟁도 치열할 것이다. 최근 이석현(23, 인천)과 고무열, 이명주(23, 포항), 윤일록(21, 서울) 등 젊은 선수들이 K리그 클래식을 휩쓸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몇 년 전 만 하더라도 유럽진출 기회가 있으면 물불 가릴 것 없이 했고, 여론도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그러나 유럽 무대는 생각보다 녹록하지 않은 탓에 많은 선수들의 실패의 아픔을 겪으며 기량이 퇴보한 경우가 많았다. 일부에서는 보다 신중한 유럽 무대로의 진출을 조언하고 있다.

선수는 경기에 나서야 더 발전 할 수 있다. 도르트문트는 좋은 팀이고, 뛰어난 선수들이 많지만 자칫할 경우 주전경쟁에서 밀려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할 수 있다. 기량을 한 참 발전시킬 나이에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BVB라는 유혹을 이겨내고, 더 나은 발전을 꿈꾸는 류승우의 선택이 존중 받아야 할 이유다.

한재현 기자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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