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특유의 묵직함이 사라졌다.’
선덜랜드 데뷔전을 치른 기성용의 플레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그렇다.
기성용은 지난 14일(한국시간) 아스널과의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에 선발 출전했다. 당시 경기는 올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선덜랜드로 1년 임대된 기성용의 데뷔전이었다. 기성용은 자신을 원하고, 월드컵 출전을 위해 뛸 수 있는 팀을 찾아 나섰다. 최근 대표팀에서도 기성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면서 한국 팬들이 기성용의 선발 출전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모든 포커스는 메수트 외질에 맞춰졌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아스널에 새 둥지를 튼 외질은 특급 도우미답게 1도움을 올리며 경기를 지배했다.
경기 전 언론에서는 기성용과 외질의 맞대결을 집중 조명했으나 이는 억지에 가까웠다. 냉정하게말해 애초부터 비교 대상이 아니었고, 기성용은 외질의 엄청난 활약에 묻혔다.
아스널전에서 기성용은 데이비드 본과 중앙에 배치됐다. 경기 시작 1분 만에 얻은 프리킥 상황에서 직접 슈팅을 때렸고, 몇 차례 코너킥을 차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듯 했지만 이후 아스널의 강한 압박에 선덜랜드는 속수무책이었다. 기성용은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했고, 상대 빠른 공격 템포에 어려움을 겪으며 반칙으로 끊기 일쑤였다.
후반에는 가드너가 투입되면서 기성용은 조금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 선덜랜드가 초반부터 공세를 올렸지만 기성용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중반에 내리 두 골을 내주며 선덜랜드는 급격히 흔들렸다. 중앙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기성용은 동료들과 호흡에서 문제를 나타냈다.
물론 기성용은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고 대표팀에도 반드시 필요한 선수이기 때문에 옹호할 수 있다. 하지만 아스널전에서 기성용은 지난해 런던 올림픽, 스완지 시티에서 보여줬던 묵직함은 보이지 않았다.
이 한 경기만 놓고 모든 걸 판단할 수 없지만 폼이 많이 떨어진 건 분명했다. 유럽 선수들과 견주어도 손색 없는 뛰어난 피지컬, 빠른 경기 적응력과 판단력, 시원시원한 패스나 슈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직 첫 경기고 동료들과의 호흡, 파울로 디 카니오의 기성용 활용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지만 확실히 예전의 기성용이 아니었다.
디 카니오 감독 역시 15일 지역지 ‘선덜랜드 에코’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성용의 데뷔전은 쉽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과 대화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아직 적응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후반에 적극적으로 나선 모습은 괜찮았다. 이런 모습이 90분 내내 이뤄져야 한다”며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드러냈다.
우선 기성용은 디 카니오 감독이 ‘확실히 이 자리다’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장점을 어필해야 한다. 또 팀 분위기에 빨리 적응하고, 컨디션을 끌어 올려야 한다. 그래야 브라질 월드컵 출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기성용이 직접 밝히지 않았으나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자리에 본인이 뛸 수 있는 건 큰 영광이다. 영국 현지로 향한 홍명보 감독도 결코 기성용을 보러가는 게 아니라고 했지만 내심 몸상태를 점검하고, 대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과연 기성용이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현민 기자
사진=BPI
